Homo politicus

오늘 ‘브이 포 벤데타’를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며칠 전에 봤던 ‘금발이 너무해 2’가 떠올랐다. 두 영화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지금 내 문체가 병팔이의 일기를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것으로부터 연관성을 찾아내고야 마는 뽕맞은놈 소리 듣기는 싫으니, 어디 뭐가 비슷하게 여겨졌던 것인지 한번 떠오르는대로 정리해보자.

1. 시민의 정치적 참여를 종용하는 일종의 캠페인 영화다.
2. 미제다. -,.-
3. 매우 효율적인 밈 전파 전략을 사용한다. (이 두 영화를 도킨스사마에게 바치리..)
4. 모든 사건이 뛰어난 개인을 중심에 두고 펼쳐진다. (두 시간짜리 영화니 당연한건가.)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에 의지하는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려는양,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강력하게 전파된 직계 사도들을 희망적으로 배치한다.
6. 주인공의 적들은 영화 필름이 다 돌아가버리기 전에 서둘러 통쾌하게 (그러나 어딘지 허무하게) 무너져버린다.
7. 이 쪽은 착한놈(또는 년), 저 쪽은 나쁜놈(또는 년)이라고 깔끔하게 선을 긋는 세계관.
8. 설득이 아닌 선동.
9. 사적인 동기.

뭐가 다를까? 두 영화를 같이 떠올리기 힘들게 하는, 나름대로 크지만 사소한 차이들.

1.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소년만화스러운 비장함 : 하이틴로맨스스러운 발랄함.)
2. 영화 자체의 존재의 이유라고 할 수조차 있는 주인공의 매력 포인트. (편집증 초인의 똥폼 : 금발 미녀의 깜찍)
3. 주인공에게 매료된 군중들이 행하는 정치적 참여의 상대적인 강도 (총 앞에 나서는 적극적 저항 : 명단에 서명을 하는 소극적 지지)
4. 주인공들이 저항하는 세계의 부패 정도. (악랄한 독재 정권 : 필연적인 권력 부패)

다 좋다. 멋지다. 깜찍하다. 재미있다. 통쾌하다. 꽤나 감동적이다. 그런데도 가슴 한 구석이 어쩐지 허탈한 이유는 무엇일까? 할리우드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베베 꼬인 내 대갈통 때문일까? 아니다. 내가 두 눈 뜨고도 전체를 다 보지 못하는 무식한 놈인 탓일 게다. 닥치고 공부나 하자.

닥치기 전에 좀 더 조잘거려보자면- 조지 오웰의 ‘1984’가 가슴 속 깊이 남는 걸작인 이유와 상관 있을까? 작가들이 곧잘 언급하는 치열함의 문제? 정치꾼들이 입에 달고 사는 진정성의 문제일까? ‘브이 포 벤데타’의 원작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만약 우라사와 나오키의 켄지가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실제로 ‘..벤데타’는 ’20세기 소년’과 훨씬 더 비슷한 설정을 공유하고 있다. @_@) 이 두 영화는 과연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허구를 통해 진실을 말하고 있긴 있나? 폼나게 예쁘게 포장한 8천원짜리 진실을 먹고 황금색 똥을 쌀 수 있을까?

내 언젠가 이 허탈함의 이유를 알아내리라.

Advertisements
이 글은 미분류 카테고리에 분류되었고 태그가 있습니다. 고유주소 북마크.

Homo politicus”에 대한 7개의 생각

  1. 나도 브이 포 벤데타 재밌게 보긴 했는데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느낌이 들던데..
    우주전쟁; 보고 났을 때랑 느낌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ㅡ.ㅡ;;;

  2. 수/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함께 알아봅시다.
    그나저나 우주전쟁은, 우리의 주적이 사실 외계인이 아니라 미생물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준 수작이었지. 하하. ^^

  3. 곧 보러가기로 생각하고(만) 있는 영화입니다.
    주변 사람들 평을 들어보니 “X X다가 XXX에 콩나물 걸린 기분”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길래 갈까말까 계속 망설이고 있지요.

    병팔이라, 별로 병팔이 일기 같지는 않습니다.

  4. 휘/ 꽤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 근데 기왕이면 연소자 관람가로 낮추는 게 좋을 듯..
    그건 그렇고 혹시 X의 초성이 각각 “ㄸ, ㅆ, ㄸㄱㅁ” 맞습니까? +_+

    t/ 이 영화도 매트릭스 때처럼, 얕은 바닥을 드러내주는 속편들이 더 제작된다면 어느 정도 거품이 빠질지도..

  5. 휘/ 혹시라도 그거 아닌데 저 혼자 괜히 남새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봐서요;;;
    사실 “꽃 보다가 봉오리에”도 되겠고, “밥 먹다가 젓가락에”도 되겠고, 뭐..
    -.,-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