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가 웃으면

오늘 학교 앞에서, 목에 커다란 판대기를 걸고 특허수호의 교리를 전도하시는 황빠 분을 목격했다. 판대기의 내용은 주로, 대강 본 바, 이제는 널리 알려진(?) 섀튼의 특허강탈 음모에 관한 것과 가장 최근에 있었던 kbs의 굴욕문형렬 pd를 응원하는 것이었다.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면서. 아마도 팬클럽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동안 이래저래 놀려왔지만;;; 솔직히 말해서 소위 ‘황빠’와 그렇게 가까이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여기서 장르는 전환된다. 바보짓은 멀리서 구경할 때만 코미디다. 가까이에서 볼 때 그건 비극이다.

from 한기총의 ‘다빈치코드’ 코미디 가까이서 볼때 그건 비극이다 -듀나

듀나의 말이 정말로 물리적 거리에 관한 것은 아닐테지만- 멀리서 판대기 내용을 읽었을 땐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판대기를 목에 건 사람이 눈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웃을 수가 없었다. 진심 어린 목소리로 무관심한 행인들에게 열심히 포교하시는 아주머니의 초롱초롱한 눈빛 속에서 나는 오늘 연민을 느꼈다. 뭔가 너무 화가 나서, 또 너무 답답해서, 말 그대로 안구에 습기가 차올랐다.

그럴수록 마음을 굳게 다잡고 앞으로도 놀릴 것은 놀려야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또 뭐가 있으랴.

어쨌거나 내 똥꼬에 털이 난다면 그게 다 황우석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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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으면”에 대한 4개의 생각

  1. 그들도 우리 이웃이라는 걸 생각하면 좀 쓰린 건 사실이지만,
    방학과, 3월에 학교에서 그 분들을 매일 마주치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줄기교도 아줌마보다는 매일같이 학교로 출동하는
    전경들이랑 교내경찰 아저씨들이 더 불쌍했습니다.

    아줌마들이야 믿음의 힘으로 불편함을 이겨낼 수 있다지만
    전경들랑 경찰 아저씨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그 겨울 추위에 떨고 서 있어야 했단 말입니까.
    학교가 산 북쪽 비탈에 있다보니 겨울에는 산 바람이 정말 심해요.

    그나저나 그 KBS PD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믿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달까요. (에효효)

  2. 가/ 가족이나 친구란, 타인에 대한 이중잣대를 피할 수 없게 만드는 근원이죠;; (자기에 대한 이중잣대는 베이스로 깔아뒀다 치고.. :3)

    휘/ 사실 줄기교 시위에 출동하는 게 불쌍하다기보다는, 똥값에 끌려간 청년들이라서 뭘 하든 불쌍하죠. -_-; 군인이나 전경들은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어도 불쌍해 보이더라..

    C/ 정말 나더라구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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