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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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일급의 인문학자가 대중을 상대로 내놓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결과물이란 이런 게 아닐까.

원제가 The Meaning of Things : Applying Philosophy to Life였나본데, 책의 주제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어째 한국어 제목은 좀 유치해진 느낌. :(

각종 주제들에 관해 쓴 짤막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차카고 건전한 지성인 또는 지성인 워너비라면 이미 알고 있거나, 알고 싶거나, 알아야 하는 내용들이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다.

어렵다면 어렵다고 할 수도 있는 주제들을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말로 차근차근 잘 풀어써주고 있어서, 주제별로 짧게짧게 끊어 읽으면 읽기도 쉽겠다. 단숨에 끝까지 몰아 읽으려니 좀 힘들더라. 어떻게 보면 싸이월드 친구들이 좋다고 너도나도 스크랩해갈만한 구절들이 책 한권 가득가득하다. 저자 본인의 글 뿐만 아니라 저자가 수도없이 여기저기서 인용한 구절들까지. 스크랩될 수 없는 태생적인 문제라면- 걔중에 이걸 사다 읽고 받아적은 다음 적절한 예쁜 사진까지 첨부해서 올릴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일까나? 내가 해줄께. 내가 해줄께.

책 속으로. 고고. 고고.

첫장부터 안목사 얘기도 나오고. 하하. (뻥이지만.)

도덕주의자들은 대체로 동성애, 낙태, 매춘, 검열, 신성모독, 미혼모 등의 사안들을 관대하게 처리하는 법안 제정에 반대한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실상 그들 자신이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생활양식에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이며, 자신의 취향을 ‘가정의 도덕(family morality)’이라는 전통주의적 환상으로 포장하여 남들에게 강요하려는 것이다. (…)

16p. 도덕주의

요즘들어 어느 정도 파악되고 있는 나 자신의 문제점도 꼬집히고.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말하며, 그 말이 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지라도 자신에게 악의가 없으므로 상대방이 화낼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 (…)

64p. 솔직함

자랑스런 대한민국 얘기도 나오고. (뻥이지만.)

묘하게도 애국심은 국가가 국민 복지를 위해 기여한 바가 거의 없는 나라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

74p. 배반

민족주의의 본질을 알아듣기 쉽게 비유로 설명해주기도 한다.

민족주의는 한마디로 악이다. (…) 예를 들어 누가 여러분에게 “당신 아들을 보내서 옆집 소년을 죽이게 할 참이야”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크게 화를 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조국을 위해서!”라든가 “죽으나 사나 조국밖에 없다!”라며 꼬드긴다면 여러분은 자신의 아들을 모두 보내 다른 민족의 아들들, 나아가 그 부모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죽이게 할지 모른다.

(…)

유럽의 해외 식민지가 독립을 추구했을 때 지배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은 민족주의밖에 없었다. 또한 민족주의는 19세기 이탈리아와 독일의 통일에 기여했으며(결과적으로 그것은 두 나라의 20세기 활동 방향을 예고했다), 현재 식민지에서 독립한 여러 나라들이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107~108p. 민족주의

특히 마지막에 베껴쓴 문단과 같은 부분은 입이 다 벌어진다. 한국을 포함한 전지구상의 민족주의와 연관된 그 찌질하고도 장황한 스토리를 이렇게 단 세 문장으로 요약하다니. 내공이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이유는 모르겠으나 왠지 안목사가 싫으신 분, root of all evil을 감명깊게 보신 분, 철학이랍시고 막 외계어로 쓴 듯한 책들에 질려서 다시는 철학 어쩌고 하는 책은 안 보기로 다짐하셨던 분들께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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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 사전”에 대한 5개의 생각

  1. 참 한 가지 더. 히틀러 왈.

    “과학적인 견지에서 인종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나도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인 나에게는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존재한 질서를 완전히 허무는 새롭고 반역사적인 질서를 지적인 토대로 삼는 관념이 필요하다. ……이 목적을 수행하기에 인종이라는 개념은 아주 유효하다. …… 국가사회주의는 인종의 개념을 토대로 혁명을 수행하고 세계를 개조할 수 있다.”

    111-112p. 인종주의

    라고 그랬다는데, 난 여태 히틀러가 확신범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 지능범이었떤 것이야? 그런 거야? -_-a

  2. 덧/ 기독교를 대놓고 “버려야 할 것들”로 분류했으니만큼, 종교인이 보기에 거북한 내용도 좀 있을 것입니다만- 어떻게 보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각 교회마다 한 권씩 비치해놓고 읽혀야 할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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