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진

다카하시 츠토무라는 만화가의 지뢰진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뭐랄까 씬시티라던가 데어데블을 연상케하는 음울한 마초 히어로물로 기억하는데, 경찰인 주인공의 그 뭐랄까 비장미 넘쳐흐르는 개망나니짓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떠오르는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아마도 주인공한테 방법 당하던 나쁜놈이) “경찰이 이래도 돼?” 그러니까 “지금은 비번이지롱” 하는 장면이었음. 지금은 비번이라 경찰이 아니다 이거지.

물론 이건 만화 속 얘기지만, 오늘날 공권력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식의 제도적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조건(이를 테면 오늘이 근무일인가? 아직 퇴근 시간이 안 지났나? 시민이나 자기 자신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인가? 위험하다면 얼마나 위험한가? 무기사용 허가는 받았나? 기타 등등등등등)이 맞아떨어져야지만 간신히 발동(해야)하는 매우 성가신 힘이 바로 공권력이다.

스파이더맨의 삼촌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고.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는 당연하다는듯이 그 책임을 피터나 클라크 같은 개개인의 양심에 맡겨버리지만, 공권력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다각도로 제한하는 법이 있고 원칙이 있기에, 귀찮고 성가시고 짜증나고 불편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공권력이다.

뉴스 덧글이나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경찰 잘했다, 나쁜놈들은 몽둥이질을 좀 당해도 싸다, 칭찬은 못해줄 망정 무슨 조사에 징계냐고들 아우성이던데, 님들아 대한민국은 저지드레드의 나라가 아니에염. 한국 경찰들이 갑옷 입고 설치는 실베스터 스텔론이 아닌 거죠. 퇴근한 경찰은 직업이 경찰인 시민인 거죠. 그래서 위험한 경찰 장비는 안 쓸 땐 반납해야 하는 거죠. 한국이 미국도 아니고 모든 경찰이 브루스 윌리스도 아닌 거죠. 경찰 업무가 아닌데 경찰이다!라고 외치면 일종의 사칭이 되겠죠.

그럼 이런 정교한 제도적 제한이 없던 시절의 공권력의 존재 기반은 무엇이었을까?
훨씬 간단했습니다. 걍 패는 거죠. 공권력을 인정 못하고 팬다고 개기면 더 패는 거죠. 더 팬다고 또 개기면 또 패는 거죠. 그러다 뭐 혹시 죽기라도 하면 대충 내다버리는 거죠. 간단하게 어디 가둬버려도 되고. 공권력 인정하는 사람만 살아서 돌아다니니까 빨래- 끝.

공권력의 존재 기반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두 가지뿐인 것 같고, 저라면 전자를 선택하겠는데, 그렇다면 이번 야구빠따 사복경찰들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해보고 징계할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하고 형사처리할 부분이 있다면 형사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일텐데, 어째서 그렇게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야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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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진”에 대한 3개의 생각

  1. 음. 또 그런일이 있었근영~

    그나저나 리퍼러에 찍힌 이글의 주소를보고

    음? 지랄신이라니?! 하고 다시 왔습니다 ㅎㅎ;; i를 L로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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