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스파르타 초등학교는 동네에서 짱 먹는 학교입니다. 스파르타 초등학교는 일찌감치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 바른 생활 이런 거 다 때려치우고 등교부터 하교까지 체육/교련 시간으로만 도배를 해놨습니다. 맨날 논술 학원이나 다니는 아테네 호모 따위 맞짱 뜨면 다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건너마을 페르시아 초등학교 일짱인 크세르크세스라는 새끼가 그쪽 학교들을 다 평정하더니 자꾸만 이쪽 나와바리를 넘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크세르크세스가 스파르타 초등학교로 지 시다바리를 한놈 보내서는 자기 밑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자기 밑에 있는 학교 일진들까지 다 데리고 쳐들어 와서 스파르타 초등학교 애들을 존내 패고 앞으로 수시로 삥도 뜯겠답니다. 스파르타 초등학교 일짱 레오니다스는 고민에 빠집니다. 아 스파르타 초등학교 전교생이 페르시아 초등학생만 보면 오줌을 질질 싸면서 자리를 피하게 만들 것인가… 전교회장 레오니다스는 결단을 내립니다.

뭐 이놈아?! 싸우자!

다구리 붙으려면 기왕이면 굴다리 밑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하 생략…

300은 처음부터 끝까지 “뭐 이놈아?! 싸우자!”라는 초딩적 감수성으로 철저하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무장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막 고추에 털난 중2마냥 어른스러운 척하고 싶어하지조차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초딩 감수성으로 초지일관하는 센스에 어떤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집니다. 그 유치찬란한 감수성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그 올곧은 장인정신은 가히 김성모 화백과 비견될 만합니다. 김성모 화백과 크게 다른 점이라면, 폼나는 영상과 예쁜 여자 정도. 사실 원작을 안 봐서 프랭크 밀러가 영화에서처럼 여자들을 예쁘게 그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알고 보니 여자를 김성모 화백처럼 그린다면 골룸. -_-;;

국가와 존심과 자유와 여자와 전우를 지키는 멋진 사나이들 앞에는 스토리고 뭐고 없습니다. 그냥 나쁜놈들은 조낸 패는 겁니다. 주인공들은 백팔계단! 빅장!을 외치며 멋지게 싸우는 겁니다. 나쁜놈들은 막 신나게 뒈지는 겁니다. 우리편은 죽어도 멋지게 죽는 겁니다. 나쁜놈은 신사답게 외교적 해결을 주장해도 비열하게 보이는 겁니다. 우리편은 치사하게 져주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때려도 멋지게 보이는 겁니다. 모든 것은 나레이션과 포장의 문제. 선악은 미모와 복근과 대사의 문제.

여기서 안습인 것은 신나는 초딩 영화에 정치적인 메세지를 읽으려들고 정치적 올바름을 갈구하며 초치는 어른 감상자들. -_-

여담이지만- 나 같은 경우, 멜 깁슨의 브레이브 하트는 훌륭한 초딩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끔찍한 종교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1) 전하고자 하는 내용과 형식 일치 2) 대상 관객…이라고나 할까요? 1) 브레이브 하트가 천진난만한 메세지, “Freeeeedom!!!”을 천진난만한 중세영웅담 속에 담고 있다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예수의 수난을 스너프 필름 속에 담고 있습니다. 2) 킬링 타임을 원하는 일반관객 : 그리스도 관련 상품 필수 구매자들.

씨네21 편집장은 “눈치 보지 않고 뻔뻔한 의 도상학은 80년대 람보나 록키 시리즈도 울고 갈 만하다.”라고 썼는데, 아주 제대로 봤습니다. 300은 람보나 록키의 계보를 잇는 훌륭한 마초 영웅담입니다. 포르노가 그렇고, 로맨스 소설이 그렇듯이 마초 영웅담 역시 늘 수요가 있게 마련이고, 눈이 높아지는 관객들에 맞추어 진화하게 마련입니다. 즉- 더욱 강해지고, 더욱 멋있어지고, 더욱 세련되어지고, 더욱 막나가게 마련인 것입니다. “파시스트와 테러리스트의 천국”이 현실세계가 아니라 스크린 속 세계에서 실현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 그다지 고상하지는 못하지만 최첨단 연예 산업의 쾌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두 시간 내내 씨에프를 보는 듯한 강렬한 영상은 덤이고 말이죠.

포르노는 강간과 난교의 천국을 스크린 속에서 실현시켜줍니다. 로맨스 소설은 매너짱 킹카의 환상을 지면에서 실현시켜 줍니다. 버추얼 리얼리티! 리얼리티가 살아날수록 팬들은 열광하고 안티는 식겁할 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미스터 로빈 꼬시기를 보면서 후달달거린 남자가 어디 나뿐이랴.)

결론은 김성모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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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에 대한 5개의 생각

  1. 아, 또 안습인 것은 실화를 토대로 한 (전설을 기반으로 삼은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말만 듣고 뭔가 역사물일 줄 알고 보러갔다가 낚이신 고상한 분들… 조의를 표함. (__)

  2. 원작의 고르고 여왕 얼굴 보고 있으면 ‘쉩’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무식이 죄라고 입도 뻥긋안하고 근육만 부르짖고 있지만 아무리봐도 메시지니 메타포니 메토니미니 전 그런 거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는데 말이죠. 다들 너무 예리하세요. 갑자기 메기가 먹고 싶군요.

  3. m/ 이것은 강추글도 아니고 비추글도 아니에염.
    굳이 따지자면, 마음을 비우고 오락영화를 오락영화로서 즐길 수 있는 분들께는 강추. 스토리 전개, 역사적 배경, 캐릭터 설정, 감독의 국적 등등 주변적 요소에 끝내 미련을 못 버릴 분들께는 비추.

    J/ 음, 역시 프랭크 밀러 화백께서도 여자를 못 그리는 작가였습니까;;;
    무식한 게 아니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을 지니신 것뿐입니다. -,.-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은 아직 프랭크밀러의 만화적 오바후까시 장르(?)가 영화계에 확립되지 않은지라, 기존 영화 독법을 가지고 읽을 수밖에 없는 꼰대들 때문에 빚어지는 해프닝라고 생각해요. 주로 만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기다렸다는듯이 쉽게 잘 받아들이는 듯. 이 사람 작품이 몇 개 더 영화화되다 보면 지금 거품 물고 계신 분들께서도 으레 그러려니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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