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 h2g2 – Tea

이것도 얼마 전 읽었던 책인 The Salmon of Doubt에 실린 글인데, 인터넷에도 있으니 직접 읽어보실 분은 위 링크를 눌러보시고.
저는 저 글을 읽고나서 막스 앤 스펜서는 아니고 걍 스타벅스에서 하나 사다가 마시고 있는데 정말 맛있어용. ♡ 이 기쁨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이 한 몸 바쳐 국문으로도 졸역해보겠으니 알파벳만 봐도 헛구역질이 나시는 분들께서는 링크 따위 제끼고 다음 줄부터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미국인 한두 명이 나한테 영국사람들은 왜 그렇게 차를 좋아하는 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차라는 게 아주 훌륭한 음료 같지는 않다면서 말이다. 이해하시려면, 제대로 만드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

차를 만드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원칙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이거다-차의 맛을 제대로 내려면, 물이 찻잎에 닿을 때 끓(끓이 아니라) 물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냥 뜨겁기만 해서는 차맛이 떨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인들이 (찻주전자에 끓는 물이 닿을 때 너무 빨리 식지 않도록) 찻주전자 먼저 데우는 등의 기묘한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찻잔과 티백, 그리고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를 탁자로 가져오는 미국식 관습이 단지 엷고 파리하고 묽어서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아무도 마시고 싶어하지 않을 차를 만드는 완벽한 방법인 이유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훌륭한 차 한 잔을 마셔본 적조차 없기 때문에 영국인들이 차에 왜 그리 법석을 떠는지 그렇게 어리둥절해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그들이 이해를 못하는 이유이다. 사실, 진실을 말하자면 영국 사람들도 더 이상 차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기에, 많은 사람들이 불쌍하게도 그 대신 값싼 인스턴트 커피를 마셔서, 미국인들로 하여금 영국사람들이 단지 일반적으로 뜨거운 음료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거라는 인상을 품게 만든다.

그래서 영국에 오는 미국인이 있다면 내가 드릴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바로 이것이다. 막스 앤 스펜서에 가서 얼 그레이 차를 하나 사라. 묵는 곳으로 돌아가서 물 한 주전자를 끓여라. 물이 끓는 동안, 봉해진 포장을 뜯고 냄새를 들이마셔라. 주의하시라- 살짝 어찔할 수도 있을텐데, 사실 이것은 완벽하게 합법적이다. 물주전자가 끓었으면, 찻주전자에 약간 따라서 휘휘 돌리고 다시 따라내버려라. 티백 두 개(혹은, 찻주전자의 용량에 따라서 세 개)를 찻주전자 안에 넣어라. (만약 내가 진짜로 당신이 정도를 걷게 만들려고 했다면 티백이 아니라 찻잎을 쓰라고 했겠지만 초보 단계에서는 이 정도로 해두기로 하자.) 물주전자를 다시 끓게 만들고 나서, 끓고 있는 물을 최대한 빠르게 찻주전자 속으로 따라라. 그 상태로 이삼 분 정도 뒀다가, 잔에 따라라. 어떤 사람들은 얼 그레이는 우유랑 마시면 안되고, 레몬 한 쪽하고만 마셔야 된다고 할 것이다. 까고 있네. 난 우유랑 마시는 거 좋아한다. 우유랑 마시는 것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차를 잔에 따르기 전에 잔 바닥에 우유를 살짝 따라두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1 뜨거운 차가 들어있는 잔에 우유를 따르게 되면 우유가 데일 것이다. 레몬 한 쪽하고 마시는 걸 더 좋아할 것 같거들랑, 뭐, 레몬 한 쪽을 추가하시라.

마셔라. 잠시 후면 당신이 도착한 곳이 어쩌면 그렇게 이상하고 정신 나간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1 이것은 사회적으로 틀린 것이다. 차를 따르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법은 차부터 따르고 우유를 넣는 것이다. 사회적 올바름이란 역사적으로 이성이나 논리, 또는 물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사실, 일반적으로 영국에서는 뭘 좀 안다거나 뭔가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틀린 것으로 간주된다. 방문할 땐 이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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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8개의 생각

  1. 홍차는 끓는 물, 녹차는 끓인 물(80도정도?), 끓는 물에 녹차를 우리면 떫어서 못 먹습니다. :)

    사실 저는 얼그레이보다는 브랙퍼스트 티를 더 좋아합니다만(블렌디드에서는 말이죠), 마음껏 홍차를 즐기려면 내년 6월까지는 기다려야겠군요. orz

  2. 하/ 그렇다는군요. 맛없게 될까봐 아까워서 비교실험을 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끓인 물로 만들었을 때와 끓는 물로 만들었을 때의 맛의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c/ 여유가 없을 때엔 맥심 모카골드도 좋은 선택일 겁니다. 설탕 조절도 가능! 칼로리가 절반인 웰빙 맥심도 출시! 광고는 이나영!
    메뉴는 이것저것 잡다한 게 자꾸만 늘어지길래 3단으로 늘렸습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왼쪽은 내부 링크, 오른쪽은 외부링크입니다.

    휘/ 오래간만입니다. @_@
    저는 브랙퍼스트나 뭐가 블렌디드인지 뭔지 잘 모릅니다. 그냥 한번 마셔봤을 뿐;;

    녹차=80도 정도 얘기는 전에도 들은 적이 있는데 막상 집에서 마실 땐 온도계도 없고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화가 나더군요. -_-+ 냉장고 속의 찬물(대략 4도)과 막 끓인 물을 대략 1:5의 비율로 섞으면 대략 80도쯤에서 열평형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 계산하며 계량컵을 사용하려다가 그냥 포기하고 대충 살짝 식혔다가 마시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귀찮고 어렵고 짜증나서 대충대충 마시게되고 또 잘 안 마시게 됩니다. -,.-

    희한하게도 애인님께서는 팔팔 끓는 물에 우려낸 녹차의 떫은 맛이 맛있다고 합니다.

  3. 문방구에 파는 온도계 안비쌉니다 :D
    아니, 농담이 아니고 저는 문방구에서 실험용 온도계 사다가 쓰는데 좋아요. 여유가 있으면 테팔 온도조절 주전자도 쵝오. 커피는 90도입니다.

  4. R/ 온도계! 온도계 파는 곳을 지나게 되면 가격을 확인해보고 적극 고려해보겠습니다. 팔팔 끓으면 꺼질 줄만 아는 멍텅구리 전기주전자를 산지 얼마되지 않으므로 테팔은 고려대상에서 제외.. ㅠ_ㅠ

    커피 90도는 금시초문이군요;; 프레스 몇번 써봤더니 귀찮길래 싸구려 커피메이커나마 질러버려서 몰라도 되긴 합니다. 히히.

  5. 핑백: decadence in the rye

  6. 여섯번째, 찻주전자를 물을 끓이는 주전자 주둥이 쪽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 반대는 안 된다. 물은 찻주전자에 붓는 순간에도 끓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물주전자를 불 위에 계속 올려놓은 채 끓는 물을 찻주전자에 부어야 한다. 갓 끓기 시작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별반 차이점은 없다.
    (…)
    열번째, 차를 먼저 컵에 따른다. 이것은 논란이 가장 심한 것 중의 하나인데, 실제로 영국의 모든 가정에는 이 문제에 대한 두 가지 학파가 있는 것 같다. 컵에 우유를 먼저 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파는 어떤 강한 논리를 제시할 수 있지만, 내 논리에는 적절한 답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이것이 답이다. 차를 먼저 넣은 다음 우유를 부으면서 젓게 되면 우유의 양을 정확히 잴 수 있지만 반대로 한다면 너무 많은 우유를 넣게 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조지 오웰, “코끼리를 쏘다” 中 ‘한 잔의 맛있는 차’ 24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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