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의 묘 감상 완료.

반딧불의 묘 감상 완료.

기본적으로 훌륭한 신파극. 전쟁통 어린 남매의 처절한 비극.
반전의 메세지..라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부차적인 소재로 느껴질 정도.

군국주의 같은 정치색, 이데올로기 등등과 관련된 것이 있기나 하다면-
아이 눈에 비치는 파편적 현실을 제외하고는 매우 배제되었음. 그나마도 뭔가 주장하고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배경묘사 정도. 그러니까 그때 일본 상황이 저랬구나 하는 정도. 미화는 무슨 미화.

이걸 보고 일본이 피해자인 척한다면서 화내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음.
아니 누가 일본이 피해자래? 전쟁통에 애들이 죽은 거지, 일본이 죽었나?

가해-피해 구도를 국가 단위로밖에는 볼 줄 모르는 이런 편협한 시각은 대체 어디서 만들어지는 걸까. 날 때부터? 아니면 중고교 국사 교과서? nature vs. nurture?
아니 대체 머리 속이 어떻게 생겨먹어야, 일본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모든 일본 국민 하나하나가, 심지어 쪼만한 아이들까지 가해자로 보이게 되는 걸까. 헉, 설마 일본과 한국 인구 전반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대한민국 오천만은 피해자, 일본 일억삼천만은 가해자? 수십 년 괴롭혀놓고 그깟 원폭 두 방 좀 맞았다고 징징대는 뻔뻔스러운 가해자? 설마 그렇기까지야 할라고.. -_-;;

그리고,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안 했기 때문에, 이런 영화도 만들면 안된다고? 하긴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따먹었으니까 나도 교회를 다녀야 되긴 하지. -_-; 이게 뭔 국가적 원죄의식? 아니 감독이 무슨 일본 외교관인가. 그런 거 다 신경써서 작품 만들게. 하긴 그래서 그런지 원래 대사관 같은 사람들은 원래 좀 쥐죽은듯이 지내요. 뭔 말 한마디 한마디 하는 게 살얼음이거든. 이번에 교황도 말 한번 잘못 꺼냈다가 엄청 씹히는 거 봐. 따지고 보면 틀린 소리 한 것도 아닌데! 근데, 감독이 뭐 교황도 아니고. 그런 거 다 따져가면서 작품 만드느니 걍 때려치고 말겠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 이 작품 싫어하는 분들이 원하시는 걸 대충 종합하면 이렇게 됨.
극 중간에 “한편 그 무렵 한국에서는…” 하면서 막 한국인들 고생하는 장면도 좀 비춰주고, 자막으로 “한국, 미안해요~” 뭐 이런 거라도 나와야 직성이 풀릴라나.
아니지, 잠깐 나오면 또 양이 적다고 뭐라 그러려나. 그럼 주로 조선 식민지 탄압실상을 주내용으로 하다가 걍 일본에선 어쩌다 어린 남매도 좀 죽었다더라.. 뭐 이러면 될라나.
아 맞다. “한국 미안해요~”는 당근 한글로 맞춤법 안 틀리게 써야겠고, 메세지가 너무 가볍게 잠깐 나오거나 하면 진정성이 없다고 뭐라 그럴 테니까 막 등장인물들이 다 나와서 땅바닥에 엎드려서 막 비는 거야.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께요.” 그러면 용서해줄라나. 아니지, 정부가 공식적으로 안한 걸 민간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얼버무리려 하는 비열한 수작이라고 그러지는 않을까?!

이건 분명 관객들 보고 펑펑 울어달라는 신파극인데, 안 슬프고 화딱지가 난다고들 한다.
일본 꼬맹이들이 “흑흑 우리가 조선을 식민지로 삼아 괴롭히고, 침략전쟁까지 일으키다니, 죽을 죄를 지었지” 그러면서 같이 할복이라도 하면 좀 슬퍼할라나.
아니지, 꼬맹이일지라도 일본 애들이고, 일본이 그런 거니까 인과응보, 자업자득이라고 그러면서 뿌듯해 할지도..

이딴 식으로 관객을 바보로 취급하는 무지무지 친절한 영화들을 제작하는 곳을 하나 알고 있는데, 논산 훈련소에서 비 오면 지겹게 볼 수 있음. 그러고 보니 그런 영화 잘 만드는 감독 이름도 하나 알고 있음. 국방부는 멜 깁슨을 고용하라! 고용하라! 국방부 제작, 멜 깁슨 감독, 반딧불의 묘 리메이크, ㄱㄱㄱ!

뭐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메세지 읽는 건 보는 사람 맴..이라는 식의 덧글도 본 것 같은데- 하긴 성경을 읽으면서 노조탄압의 메세지를 읽는 것도 보는 사람 맴이긴 하겠다.
작가가 찌질해서, 아니면 뭐 시대가 흘러서, 아니면 문화권이 바뀌면, 기타 등등의 이유로 진짜로 오독이 일반적인 독해가 되어버리는 그런 작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으나, 그렇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좀 그런 건 접어주고 봐주는 게 인지상정일텐데. 그러기 싫다 그래봤자 뭐 괜찮은 작품 하나 놓쳐버리면 자기들 손해겠지.

한국사회 전반에서, 반딧불의 묘라는 작품이, 얼마 전 이오공감에서 보였던 것과 비슷하게 상당히 높은 비율로 오독이 되고 있다면, 이건 뭐 작품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학적 현상이랄까, 대국민 문화 소양 교육 실패의 생생한 예가 되겠다. 교육계 일선에 계신 분들의 자성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음.

ps.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도 아주아주 빠이빠이하고 떠날 수는 당근 없지. 그러면 스너프와 호러물의 차이도 없어지게? 호러영화 감독들 다 살인죄로 잡아들여부러. 증거가 그렇게 확실한데 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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