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이제 백쪽 좀 넘게 읽고 있는 책인데…
책이 뭐랄까 참 예사롭지가 않다.

1. 무슨 “한국독자들을 위한 저자 친필 사인이 든 특별판!”이라는 표시가 표지에 박혀있길래, 저자가 한국에 와서 썼을까, 책을 몇 박스 보내서 회송받았을까 궁금했는데, 속지를 펼쳐보니 이게 웬걸, 친필이 맞긴 맞는데, 저자의 친필을 스캔해서 인쇄한 거잖아. 친필은 친필인데.. 음…

2. 설마 정말로 인쇄한 건가 눈 크게 뜨고 가까이에서 확인해 보고 나서 다음 쪽을 펼쳤더니 전 문화부 장관이라는 사람의 추천사가 실려있는데, 이게 또 가관이다. 내가 썼어야 할 책이 나왔구나! 하는 탄식으로 시작해서 말 그대로 쌍팔년도 자화자찬까지 이어지는 전형적인 노인네 무용담… 이런 추천사는 또 살다살다 처음 본다.

3. 체감상 거의 한 문단마다 1~2개씩 유명인사의 어록을 인용하고 있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게 무슨 인용구 모음집 같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

4. 각 장 앞마다 그런 유명인사의 말 서너 개와 함께 사진이 실려있는데, 그 중 한 사진은 저해상도 사진을 무리하게 확대한 듯 입자가 네모네모로 거칠다. 이거 무슨 인터넷 게시판도 아니고.. 원본도 이럴까. 아니면 역시 한국 편집자의 인터넷 사진 검색 실력이 딸렸던 것이려나.

그러니까, 책이 어째 표지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참을 수 없는 야매의 향기가 뿜어나온다는 얘기..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나.

Advertisements

생각의 탄생”에 대한 24개의 생각

  1. 비싸긴 또 왜 이리 비싸..
    환불 받을 수만 있으면 당장 받고 싶다.

    제가 두 명의 소비자의 구매 의향을 꺾을 수만 있으면, 그냥 환불 받은 셈 치고 마음의 참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사려다가 이거 보고 포기하신 분 계시면 덧글로 알려주세요.

  2. 내용도 뭐 “농구를 잘 하려면 마이클 조단처럼 에어워크를 하면 됨. 한 발이 떨어지기 전에 다른 발을 올려놓으셈. ㄱㅅ” 같은 얘기들만 줄줄줄…

  3. 추천사, 제 짐작이 맞다면 현 중앙일보 고문이시며 재작년쯤 21세기는 디지로그(디지털 + 아날로그라나…)가 어쩌구 하신 그분이겠군요. 저는 디지로그인지 뭔지 중앙일보 연재하실 때 부터 좀 어-_-이가 없긴 했습니다. 식상한 이야기 가지고 엄청난 것 처럼 포장해 놓은 걸 보고 블루오션-퍼플카우 등으로 변주되는 경영서나 널리고 널린 자기계발서가 생각났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저분 아동문학가 명패달고 계신 분 아니었나요. 초등학교때 읽던 책부터 워낙 그 분이 쓴 게 많아서 그렇게 알고 있는데…그분이 썼던 동화는 꽤 재미있는게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책을 살 생각은 없고 마침 후임이 가지고 있는 게 있어서 시간나면 읽어볼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까 그 생각이 싹 사라지네요. 감사합니다. (_ _) 꾸벅

  4. 휘/ 네. 이름으로 검색해 보니까, 나름 대단한 분이신 것 같더군요…
    디지로그는 언젠가 말만 듣고 뒤질라고랑 발음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잠시 재미있어 했을 뿐, 연재를 읽어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네요. 다만, 추천하는 글은 그런 식으로 쓰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아니, 그런 걸 썼더라도 출판사에서 빠꾸를 먹였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이 책 제목으로 검색해 보니까,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호평들만 많이 보이던데, 왠지 대개 말씀하신 “경영서나 자기계발서”의 독자층인 것 같다-는 강한 의구심이 들더군요.

    그나저나 읽으려다 마는 건 안 칩니다. 오로지 사려다가 마는 것만 셉니다.

    가/ 딸깍고개를 오르는 기분으로 한 쪽 한 쪽 힘겹게 책장을 넘기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날에 또 받으세요~ ^^

  5. 창조경영이라는 화두를 던지신 이건희 회장께서도 읽으신 바 있는, 삼성그룹 임직원 필독서라는 얘기도 있군요. -_-; 퍽이나 창조들 하겄다.
    호의적인 평들은 아마도 삼성 당원..이 아니라 직원들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음모론이 떠오르는 중.

  6. 삼성경제연구소 선정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선정’
    이건희 회장이 탐독 중인 책 (파이낸셜 뉴스 보도)
    KBS ‘TV 책을 말하다’ 방영

    당했다..

  7. kbs의 `책을 말하다’는 몇번 우연히 봤는데 꽤 괜찮은 구성에 소개하는 책도 그렇게 나쁘지 않던 기억이 있습니다. 뭐 본격적인 논픽션 교양서까지는 기대할 수 없다고 쳐도 문학쪽에서는 꽤 재미있게 읽은 책을 가지고 소개하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말이죠.

    그런데 그 위의 두개는 좀 크리…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8. 수/ 뭐 이 정도를 가지고; 더 많이 단 적도 많음.

    휘/ 중앙일보에서도 열심히 소개해준 듯하더군요. 삼성 직원들이 단체로 사서 그런 건지, 하여튼 여기저기서 소개될 정도로 대세를 한번 탔나봐요..

    이건희가 쓰는 비데라면 몰라도, 이건희가 읽는 책이라면 제꼈으면 제꼈지 관심 없는데 말입니다. ㅠ_ㅠ

  9. 저도 그 ‘이 모’ 작가가 쓴 디지로그는 아웃 오브 안중입니다.

    그런데 택시를 탔더니, 무슨 라디오 듣보잡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말도 안되는 언어유희로 어리버리한 사람 홀리는 작자가 있었는데 그 ‘이 모’ 작가시더군요.

    그 라디오 듣고 나서는 ‘역시 디지로그 안 보길 잘했군’ 이란 생각이 들었더랍니다.

    그런 사람이 쓴 책이 ‘회장님 추천서’라는 명목으로 열라 팔려나갔을 생각하니 캐 안습. ㅠ.ㅜ

  10. 친필 인쇄 ㅋㅋㅋ… 대량생산의 시대에 작가의 사인 따위에 가치를 부여하다니, 이 우매한 것! 하고 머리를 내려치는듯한 충격적인 마케팅이군요.

  11. m/ 어째 평이 안 좋군요. 뒤질라고… 말은 그럴싸하게 만든 것 같은데… 그것도 이건희 회장님 추천 도서인가 보네요? 둘이 친한 건지도, 아니면 친척일까나요.
    대체 회장님 추천서를 찾아 읽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회장 눈치 보고 살아야 하는 비서들이나 바로 아래 경영진들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흠..

    아무리 그래도 ‘오늘 서점에서 발견한 이명박 화보집은 대체 누가 사볼까?’하는 질문보다는 덜 궁금합니다. 하하하

    c/ 진중권이었다면 무슨 기술 복제 시대의 아우라가 어쩌고 하면서 씹었을 듯…하지만 겸손하고 소심한 저는 그저 본드 갈비라는 걸 알면서도 아까워서 본드까지 뜯어 먹는 자의 심정으로, 무슨 만화책이나 화보집마냥 비닐 포장까지 해서 오프라인에서도 확인해볼 수 없게끔 만반의 조치를 취해놓은 출판업계의 지혜에 감탄하며, 출판사와 추천한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고이 올릴 뿐입니다.

  12. 문득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대중 과학의 또 대중 서적’에 대해 전에 썼던 옹호 덧글이 떠올랐다.

    “생각의 탄생”도 적어도 그 형식이 아닌 내용면에 있어서는 당시의 나와 비슷하게 옹호해줄 수도 있을 듯. 물론 대체 누구 읽으라고 쓴 무슨 류의 책인지 여전히 궁금하긴 하다.

  13. 무엇보다 제주위의 분위기를 보면 의외로 386세대들의 부모님들이 많이 구입합니다. 특히나 말미에 나오는 전인교육??
    삼성의 영향도 컸겠구요. 아마 예비수험생을 위한 부모님의 지침서 이런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14. 아, 이런!
    마음의 평화를 얻으시길.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구매의욕을 팍! 꺾어 주셨습니다.
    역시 미디어의 추천도서는 어지간하면 구매하지 말아야한다는 ‘제멋대로’ 경험을 강화시켜 주셨어요.

    위시리스트에서 과감하게 없애버립니다.

    아, 인사가 늦었지만 반갑습니다.
    이래저래 우여곡절 끝에 이곳까지 왔어요. 인더라이님의 내공에 마구 감탄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고 있습니다. :D

  15. h/ 엊그제는 검색해보다가 “천재가 되고 싶은 사람이나, 아이를 천재로 키우고 싶은 사람은 꼭 읽어보라”는 식의 추천평(!)을 본 적도 있습니다. 아 이거였나! 싶어하면서, 2초간 묵념했습니다.

    톰/ 한 명만 더. 딱 한 명만 더…

    미디어 추천이 나름 유용한 책 선택 가이드이긴 한데요, 가끔씩 지뢰가 있어서 문제에요. ㅠ_ㅠ

    저도 반가워요. ^^ 근데 사실 저 내공 같은 건 별로 없습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