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이제 겨우 세 권밖에 안 읽어봤지만- 장하준이 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전달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요점이 있고, 또 사태를 그런 식으로 파악하는 이유를 열심히 대줍니다.

책 표지에 한 겹 덧씌워진 노란 띠지 안 쪽에 써있는, 아들:개발도상국 비유는 이 책의 백미입니다.

내게는 여섯 살 난 아들이 있다. 이름은 진규다. 아들은 나에게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지만, 스스로 생활비를 벌 충분한 능력이 있다. 나는 아들의 의식주 비용과 교육 및 의료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내 아들 또래의 아이들 수백만 명은 벌써부터 일을 하고 있다. 18세기에 살았던 다니엘 디포는 아이들은 네 살 때부터 생활비를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좀 더 읽어 보시려면 클릭하세요.)

저자가 저 같은 저질 인간이었다면, ‘언젠가는 자기도 잘 나가는 포주가 되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몇 푼 안 되는 일당을 꼬박꼬박 쟁여놓는 매춘부’에 비유했을 겁니다. ㅋㅋㅋ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지난 한두 세기 동안 세계는, 국가 내의 불평등을 완화시킴과 동시에, 통신과 운송 기술의 발달을 통해 이를 고스란히 국가 간의 불평등으로 이전시켜온 듯합니다. 미래의 어느날 지금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미국의 남북 전쟁 당시 남부 사람들에게 내리는 것과 비슷한 평가를 받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유 같은 거 안 댑니다. ㄳ.)

잠시만 짬을 내어 한번쯤 이 책을 읽어주세요. 남 얘기가 아니니까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대한 7개의 생각

  1. 저도 굉장히 만족하며 읽은 책입니다.
    저자의 낙관론과는 다르지만, 결국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세계화에 대한 기존 주장을 철회한 게 재미있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네요.

  2. 핑백: trivial matters

  3. “장하준이 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있다는 것”이라 쓰신 부분에서… 제가 워낙 경제학에 문외한인데, 이 책은 읽다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란 말이죠. 그런데 그, 이해되더란 사실 자체가 두렵더군요. 그러니까, 제가 그의 책을 실제로는 반 정도만 이해했으면서 전체를 다 이해했다고 착각하면 어떡하나 싶은…

  4. N/ 애시당초 이 책 한 권 읽으면 경제학을 마스터하게 되는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뭐;; 얘기해주는 만큼만 알아들으면 되는 거겠죠.

    근데 사실 그렇긴 해요. 책들은 확신할 수 있는 부분, 비교적 안심하고 믿어도 되는 부분, 긴가민가한 부분, 재확인이 필요한 부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될 부분 등등등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죠;;;

    이 책을 갈라보자면-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비교적 안심하고 믿어도 되는 책이라고 보기는 하지만,) 심지어, 그의 책이 통채로 다 거짓말이었다고 치고, 정말로 신자유주의야말로 개도국에게 주어진 최상의 길이라고 치더라도, 딱 한 가지, 그렇다면 왜 당사자들이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강요하는 것인가-하는 문제제기만은 살아남으리라고 봅니다. 결론은 자신/남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바보 취급하고 있거나, 둘 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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