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셔운 이야기

아래 이야기들은 그냥 제가 심심해서 즉석에서 지어낸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입니다.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이 여러분께서는 이런 거 읽지 말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사세용.

1. 초등학교 입학 전인지 후인지 하여튼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동네 재래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국물용 멸치를 사오셨습니다. 언제나처럼 어머니와 함께 TV를 보면서 신문지 위에 멸치를 쏟아놓고 똥(정확히는 똥이 들어찬 창자 마른 것)을 뜯어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한창 인기 있었던 코미디 프로를 정신없이 보면서 멸치 똥을 빼다가 문득 손에 들고 있는 멸치를 들여다보았더니 뭔가 눌린 자국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봤더니 알이 굵은 멸치들 마다 옆구리에 “살…주세요”, “려….세요”, “…..주세요” 같은 글씨가 손톱으로 눌러쓴 것처럼 써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TV 보시며 웃는 어머니께 말씀도 드리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나중에 좀 커서 인신매매 같은 게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야 그때 그 일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요즘도 멸치로 우려낸 국물을 먹을 일이 있을 때마다 간절한 심정으로 그저 누군가의 장난이었기를 바라곤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글씨를 썼을지도 모르는 이름 모를 사람에게 너무도 미안하니까요.

2. 저희 이웃에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직 초등학교 3~4학년밖에 안 되어 보이는 그 아이는 기특하게도 혼자서 빨래를 하는지 지나다 보면 마당의 빨래줄에 빨래를 널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저 집은 빨래를 자주 하나 보구나 싶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비 오는 날 그 집 앞을 지나고 있는데, 그 아이가 빨래를 널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아이는 마른 날 궂은 날 가리지 않고 매일매일 빨래를 널고 있었던 겁니다. 이상하게 여긴 제가 “얘, 비도 오는데 웬 빨래니? 날이 개거든 하렴.”하고 말을 걸었더니, 아이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저를 쳐다보면서 “안돼요, 안 그러면 엄마가 저도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릴지 몰라요.”하고 대답했습니다. 그 집은 머지 않아 이사를 갔는데, 요즘도 비오는 날이면 그 아이의 말이 무슨 뜻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3. 그날 새벽에도 골목길에 발정난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 날 따라 몇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는 울음소리에 잠이 안 와 짜증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다음 날 갓난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소식 자체보다도 그 소식을 듣고 모여든 아무 말 없는 마을 사람들의 굳은 표정이 왠지 더 무서웠습니다.

4. 어릴 때 제 사촌 동생은 사고로 죽었습니다. 사촌 동생은 저랑 같이 라면을 끓여 먹다가 라면이 목에 걸렸는데,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라면 면발이 콧구멍 양쪽으로 비져나와 있는 모습에 저는 배꼽을 잡고 땅바닥을 구르며 웃었습니다. 한참 후 동생에게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기에 간신히 웃음을 추스리고 나서,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을 땐 이미 늦었더랬습니다. 사실 사태를 죽음에 이르도록 내버려뒀던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로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례식 때 어른들 몰래 키득거리고 웃었던 것 만큼은 저 스스로도 용서하기가 어렵습니다.

5. 바바리맨을 보면 코웃음을 치고 비웃어주라는 얘기가 마치 정공법인 것처럼 인터넷을 떠도는 것을 볼 때마다 이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우리가 다니던 여고 앞에는 종종 가면을 쓴 바바리맨이 나타나곤 했는데, 그 때마다 구경을 하겠다고 쏜살같이 달려갔지만 번번히 바바리맨을 보지 못한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그 친구는 이번에도 놀려주지 못하고 놓쳤다며 아쉬워 했습니다. 바바리맨을 마주치면 놀려줄 대사를 미리 준비해서 저에게 연습을 하기도 했지요. 제가 듣기에도 퍽 민망한 얘기였습니다. 크기가 어떻고 모양이 어떻고 하는… 3년을 그렇게 헛되이 보낸 제 친구는 수험을 앞둔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 쉬는 시간이 끝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았고, 지금까지 영영 돌아오지 않아 실종 상태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모교를 방문해서 동아리 후배들에게 요즘도 가면 쓴 바바리맨이 나타나냐고 물었더니 요즘엔 아무도 본 적이 없다고 하기 전까지는, 저도 미처 그 둘을 연관지을 생각을 못했습니다…

6. TV 오락프로그램에 보면 박자를 맞춰서 상대방과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지고, 다른 방향으로 돌리면 이기는 게임 있지 않습니까? 저는 혼자서 거울을 볼 때마다 무슨 의식처럼 그 게임을 한번씩 하곤 합니다. 남들이 보면 좀 바보 같은 버릇이겠지만, 저는 어릴 적에 거울 속의 제가 저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려다가 황급히 같은 쪽으로 돌리는 모습을 틀림없이 보았습니다. 언젠가 꼭 다시 한번 이기고 말 겁니다.

제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가 가장 싱거우셨습니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야기가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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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셔운 이야기”에 대한 8개의 생각

  1. 마지막 것은 들었음직한 거네요. 그래서 가장 덜 무서웠습니다. :p
    처음이 가장 무서웠지요. 설마 무섭기야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2. 기/ 이베이에서 팔 정도가 되면 제가 먼저 쇼핑몰을 열겠습니다.

    덧/ 방심하셨군용. 미리 경고드립니다만, 다음 번엔 좀 더 고어에 도전해볼까 한다는…

  3. 마지막이 가장 약했어요. 예전에 어디선가 심심해서 거울에 가위바위보를 하고 놀다가 이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듯도 하네요.
    1번은 진짜 무서운데요. 이건 공포라기보다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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