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 골드버그 기요틴 -6-

요즘엔 그런 음모론도 떠돌고 있다.

마트에 간 주부가 상품을 골라 카트에 담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은 품질이나 가격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 이를 테면, 유기농 표시(금연 표시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꽁초 대신 좀비 같은 것이 그려져 있다.)가 붙은 푸딩을 살 것인가, 비유기농 표시(싱글벙글 웃고 있는 동전 그림이 그려져 있다.)가 붙은 푸딩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식품에 붙는 각종 인증 표시들은 처음에는 해당 식품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 사항들에 관해서만 표기하곤 했다. 예를 들어 비타민씨가 들어있다거나, 칼로리가 적다던가 하는.

그러다가 약간 쓸데없다 싶은 것들까지 붙이기 시작했다. 이 베이컨이 된 동물이 살아있을 적에 홍삼 달인 물을 타먹였다거나 하는.

그 즈음에, 해당 상품과 딱히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들에 관한 표시들도 덕지덕지 붙기 시작했다. 제조과정에서 제3세계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지는 않았다던가, 중금속을 배출하지 않았다던가 하는 표시, 그리고 전체 수익금의 영쩜 몇퍼센트는 특정 질환 환자나 특정 국가, 또는 포장에 사진과 간략한 신상이 써있는 어느 소년소녀가장처럼 하여튼 돈이 필요할 듯한 누군가를 위해서 쓰겠다는둥 하는, 어딘가 쫌스러운 표시 같은 것도 등장했다.

이런 기묘한 판매 방식이 생활의 모든 영역으로 파고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늘 한 가정 주부는 현대 자본민주주의의 1원1표 원칙에 따라 소중한 1표의 권리를 총 43940원 어치 행사했다. 그녀가 장바구니에 수북이 담은 물건들은 다음과 같다.

현재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서 만든 소세지: 대통령의 활짝 웃는 얼굴 로고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현재 대통령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만하면 일을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통령의 매출/득표 순위는 십칠년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기는 편에 붙는 건 언제나 안도감에서 비롯되는 행복감을 준다. 주말에 교회에 영수증을 가져가면 일정비율 헌금에서 공제도 해줄 것이다.

이 동네에 공원을 만들기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는 표시가 붙어있지만, 사실은 공원 부지를 핑계로 동네 집값 상승을 막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인 임대 아파트 단지를 몰아내기 위한 기금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지역 제조 웰빙 상표가 붙어있는 두부. 깨알같이 현재 시의원의 재선에도 도움을 준다고 써있다.

그리고 사형을 촉구하는 푸딩: 국민 모두가 원하기만 한다면, 이 푸딩을 아무도 사지 않음으로써, 이론상, 언제든지 사형을 폐지할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직접민주주의라는 것이리라.

그 외 아무런 기부 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차익을 상품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돌려드린다는 표시가 붙어있는 음료수 따위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처럼 상품의 구매를 정치적 투표와 연계시킨 정책의 최대 장점은 바로 실시간 집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늘 이 가정주부가 신용카드로 결제를 한 순간, 구매한 상품의 정보는 정부로 전송되어 1) 소세지 값은 자동으로 소숫점 아래 몇 자리 초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시켜주었고, 2) 두부 값은 그 주부가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려우나 어쨌든 상승시켜주었을 것으로 기대되며, 3) 푸딩 값은, 이 푸딩을 먹을 아이가 타고 있는 놀이터 시소에 달린 센서에 전원이 들어오게 하였다.

모든 사형은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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