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읽은 책 중 5권 꼽기

1. 캐치22

올해 읽은 소설들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심심할 때 읽어보세요.

2. “종의 기원”을 꼽을까 했는데, 이건 어차피 다들 읽으실 테니까, 인기곡 대신 숨은 명곡을 추천하는 빠돌이의 심정으로 인간의 유래

왠 지 고리타분할 것 같아서 미루기만 하다가 2008년에야 다윈의 책 두 권을 읽었습니다. 솔직히 그저 원전으로서의 아우라 때문에 실제 이상으로 과대평가되어 있으리라고 내심 넘겨짚고 있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뻥뻥 내지르고 우기는 책은 아닐까 쪼끔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읽어보니까 킹왕짱입니다. 과장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평생 읽어봤던 그 어떤 것보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기록이 깨질 수 있을 지조차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인류의 모든 책이 들어있는 도서관에 불이 나서 딱 한 권만 구해낼 수 있다면 저는 종의 기원을 들고 나오겠습니다. 마침 올해가 다윈 탄생 200주년(A.D. 200),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라고 합니다. 올해 안에 꼭 읽어보세요.

3. 회의적 환경주의자

기왕이면 환경 제대로 지키자는 책으로 읽었는데, 분위기를 대충 보니까 환경 안 지켜도 된다는 책으로 까이고 있는 듯하다;;; 헐.

4. 행복의 공식

전에 친구 생일에 러셀의 행복론을 선물한 적 있는데, 올해 다른 친구에게는 이 책을 선물했다.

5. 며칠 전까지였으면 타고난 반항아를 꼽을 뻔했는데, 연말연시에 걸쳐 읽은 “개성의 탄생”으로 변경.

이건 뭐 욕쟁이 할머니가 따로 없음. 설로웨이를 거의 황우석급으로 발라버리네.
그 개성적인 문체만으로도 올해의 책 등극. 다 만 실질적으로 세상에 추가하고 있는 정보면에서는 약간 미흡한 듯. 비유를 하자면 “xx 먹으면 10년을 더 산다!”는 돌팔이 약장수들 까는 것까진 참 유익한데, 끝에다 “인간의 수명에는 순환계, 호흡계, 신경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뭐 이런 걸 덧붙인 느낌. 한국에 허준이 있다면 미국에는 프로이트가 있는 듯.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 “사형 제도에 대한 태도의 유전 가능성은 0.50이며, 조직적인 종교는 0.46, 독서는 0.37이다.”

ps. 벼.. 별로 다독가는 아니라능 !

Advertisements

음악 바통 떼우기

제가 음악을 별로 많이 자주 안 듣는 편인데, 맨날 어릴 때부터 듣던 거만 또 듣고 또 듣고 하느라, 그나마도 새로 나오는 음악들을 막 따라잡으면서 듣지 않기도 하고, 뭐 노래방은 언제 갔는지 기억도 안 나기에, 바톤을 그대로 받기 어려우니, 나름대로 대충 떼워보겠습니다.

다음은 제 아이튠스에서 재생횟수로 정렬시 상위권에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무순)

Peter, Paul & Mary
The Beatles
장기하와 얼굴들
Lou Reed/Perfect Day
Rage Against The Machine/Wake Up
김광석
Simon& Garfunkel
Liszt/H. Rhapsody
Funny Powder/뻥삼이
하루히/라이브 2곡 + 사랑의 미쿠루전설
Electric Light Orchestra/Mr. Blue Sky
Iggy Pop/Lust For Life
Beastie Boys
Eric Clapton
Bach/Goldberg
Chuck Mangione
한대수
The Cranberries
Queen
The Beach Boys
시이나 링고
패닉
이상은
Pink Floyd

앨범이 통채로 있는 경우도 있고, 한두 곡만 낑겨있는 경우(표시했음)도 있고,
알람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수면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뭐 여러모로 한 데 묶기엔 좀 이상한 목록이긴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이 정도면 저의 요즘… 아니 평생 음악 생활의 대부분이 설명될 듯 싶네요.

루브 골드버그 기요틴 -7-

유물론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트에서 주부에게 팔려나가기 전에 제품의 제조 과정에서는 물론 표의 대량 도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형을 촉구하는 푸딩을 사든 사형에 반대하는 푸딩을 사든, 그 푸딩들이 담겨있는 플라스틱 용기는 똑같다. 푸딩 제조업자는 플라스틱 제조용기 업자에게 용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는데, 물론 이 때에도 푸딩 제조업자는 당당한 소비자로서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이 때 이를 테면 가장 싼 값에 푸딩 용기를 제공하는 제조업자가 우연히도 사형을 촉구하는 용기를 판매하고 있다면, 애석하게도 사형에 반대하는 푸딩을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맹이는 반대하지만 껍데기는 촉구하는 우스운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더욱 얄궂은 일은, 이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자 역시 소비자로서 석유에서 추출한 원재료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 때 사태는 또 한번 꼬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원자재 판매자는 석유를 사오는데……

 
상품의 종류에 따라 이러한 단계가 매우 여러 차례 겹치기도 하며, 이를 파생 투표라 부른다. 과거 이러한 파생투표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은 한 단계가 늘어날 때마다 실질적인 영향력은 지수적으로 감소하여 어쨌거나 최종 거래 가격 근처에서 수렴하는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파생 투표에는 커다란 헛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중간 제품 유통 시점과 최종 상품 구매 시점과의 시간차다. 간단하게 말해서- 푸딩은 금세 썩지만, 용기는 오래 동안 썩지 않는다. 푸딩을 담아 팔기 오래 전부터 플라스틱 용기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쌓아둘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떤 푸딩 제조회사는 실제로 약 150년치 플라스틱 용기를 지하 창고에 쌓아두고, 새 지하 창고를 파고 있다고 한다. 그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회사에 원재료 제공하는 어떤 큰 화학회사는 석유회사로부터 유전 수십 개 분량의 석유를 미리 사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석유 회사는 항성간 여행이 언젠가 발명될 것에 대비하여 가까운 항성계의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결과물은, 앞으로 수 세기 동안 미리 예약 당선되어 있는 민주 정부다. 원래 민의란 이런 식으로 반영되는 것.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결제/투표 시스템에는 자동 프로그램이 심어져 있는데, 이것이 작동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인 정치적 표어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제품을 사는 경우, 그 사람이 그 동안 살아오면서 보여온 구매 패턴을 분석하여, 이번에 내는 돈은 과연 어느 쪽에 투표해야할 지 즉석에서 자동으로 대신 결정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외국에서 사오는 제품을 대상으로 공항 검색대에서 실시되었던 제도인데, 그 정확한 예상 능력이 호평을 받고 현재 그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다.
 
현대 사회에 각각의 시민들이 마땅히 참여해야 하는 정치적 판단을 요구하는 사항들은 셀 수 없이 많고 또 계속 많아지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 모든 판단을 일일이 해가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다음 주에 달에 사는 누군가를 죽일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사소한 문제들이 수천 수만 가지를 넘기 시작하면- 매번 책임감 있는 판단을 기대하기란 어려워진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자동 프로그램에 의한 대리 투표다. 그래서 아무런 딱지도 붙어있지 않은 푸딩이 푸딩 중에 가장 많이 팔리고 있으며, 동네 소매점에서는 이런 푸딩만 취급하기도 한다. 이런 푸딩을 사는 수 많은 사람들의 구매 패턴 분석 결과는 물론 대부분이 사형에 대한 적극적인 찬성, 또는 소극적인 찬성쪽을 가리키고 있다. 이 편한 세상.
 
직접적인 구매 행위에만 표값이 매겨지는 것은 아니다. 각종 매체에 싣는 광고에도 당연히 가격이 매겨진다. 광고주가 지불하는 돈이 어느 쪽에 투표될 지에 대한 판단의 권리는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달렸다. 예를 들어 브라우저를 통해 어떤 사이트에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지, 그리고 어떤 검색어를 입력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영화를 보는지- 이런 모든 자료는 중앙 서버로 전송되어 분석되고, 허용할 수 있는 오차 내에서 대리 판단하여 투표까지 대신해준다.
 
투표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는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를 얼마나 세세히 기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전부 다 기록한다.
 
얼마나 많이 기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데, 이것이 약간 복잡한 문제를 낳는다. 과거의 웹사이트 방문 내역 따위를 과연 어디까지 소급해서 적용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기록이 남아있는 데까지 모든 자료를 수집하다 보면 오래 전의 초기 기록까지 어디선가 튀어나오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들어지는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있으며, 친족이나 친구들의 기록까지 분석에 반영하고 있는 현재의 정책에 비추어 볼 때, 당시의 기록도 반영해야만 일관성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지하 깊은 곳에서 발견된 자기 테이프에서는, 까마득히 먼 과거 어떤 개인이 블로그-일종의 원시적인 실시간 뇌파 기록 장치-에 끄적거린 사형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픽션이 발견되었다. 그 픽션을 쓴 사람이나, 그 픽션을 읽은 방문자들의 반응 같은 것도 현재의 자동 투표 프로그램을 위한 자료로 반영해야 할까? 반영하는지 하지 않는지 소비자들이 알게 되면 그 자체가 결과를 뒤바꿀 수도 있는데,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또 다시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끝없는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반영하고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당시에 이미 오늘날과 같은 자동 구매/투표 체계가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기도 하는데, 구체적인 세부 메커니즘은 다를 지 몰라도 기본적인 발상과 결과는 똑같았다는 것이다. 당시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명백한 증거랍시고 내세우면서. 그 중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은 이것이 민주 정부 뿐만 아니라 한두 세대 이상 지속된 모든 성공적인 정부들의- 왕정이나 공화정은 물론 원시 부족 사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모든 인간 사회의 구성 원리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무렴.
요즘엔 그런 음모론도 떠돌고 있다.

인문학적 만능론

결혼 직후 나는 마인 강변 프랑크푸르트 외곽에 있는 독일령 비스바덴으로 전보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압수당해 산더미같이 쌓인 독일군 전문서류–미국 산업계가 사용함직한 발명품이나 제조법을 탐지한 서류들을 가려내는 민간인 기술진을 책임지게 되었다. 내가 수학도 화학도 물리학도 모른다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내가 루스벨트 농림성에 취직했을 때 일찍이 농장 근처에 가본 일도 없었고 하다 못해 창틀 위에 아프리칸 바이올렛의 꽃분 하나 키워 본 일이 없었다는 사실이 문제되지 않았던 것과 같다. 인문학자가 감독하지 못할 일이란–적어도 당시엔 그렇게 널리 믿어지고 있었다–아무것도 없었다.

커트 보네거트. 제일버드. 웅진. 65-67쪽.

인문학은 원래 만능이라능. 인문학의 과학 제어 능력은 그저 당연히 따라붙는 덤에 불과하다능.

러시모어산

(…) 카터의 인권정책은 그의 행정부가 광주의 유혈사태에 고작 한가한 항의밖에 하지 않았을 때 카터의 면전에서 박살이 나버린 것이다. 한 창의적인 학생의 포스터에는 러시모어산(Rushmore Mount, 워싱턴, 제퍼슨, 링컨, 시어도어 로우즈벨트의 흉상이 조각되어 있는 싸우스다코다 주의 산–옮긴이) 꼭대기에 전두환의 얼굴이 새겨져 있고 그 아래는 지미 카터가 M-16소총을 들고 성벽을 지키고 로널드 레이건은 낸시한테 오럴쎅스를 하고 있고 ‘3김’은 그 옆에서 이를 멍청하게 지켜보는 모습이 실려 있었다.

각주. 『사회와 사상』(1989년 3월)에 수록되어 있음.
-브루스 커밍스. 한국현대사. 550-551쪽.

이 그림 실물을 무척 보고 싶은데, 인터넷 상에서 찾을 수가 없다. 흑흑.
책은 무척 재밌음. 이제서야 수능 보고 밀린 빚을 갚은 느낌…

레골라스와 팅커벨의 차이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어디 판타지 문학이라는 것을 함 읽어보자- 마음을 먹고, 먹자골목에서 원조 식당 찾는 기분으로 ‘반지의 제왕’을 집어들었더랬다. 그때의 괴로웠던 독서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우선 삽화도 없고 해설도 제대로 없는 데다가, 저자가 명확하게 묘사해주지 않는 부분을 스스로 채워넣을 수 있는 단서가 없었다. 이를 테면, “메리아독”이라는 이름만 딸랑 가지고는 이게 도대체 여자 캐릭터인지 남자 캐릭터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중1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존과 메리의 대화에서 메리는 분명 여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메리아독은 메리랑 비슷한 건가? 하는 뻘추측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건 비단 반지의 제왕 뿐만 아니라,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문화권의 이름들이 등장하는 소설 등을 읽을 때마다 다시 겪곤 하는 문제다. 성별을 암시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묘사하는 장면이나 그, 그녀 같은 대명사가 나오기 전까지 그 등장인물은 머리 속에서 성별조차 구분할 수 없는 수수께끼의 인물로 얼굴도 목소리 톤도 없이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 어렴풋한 기억으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조연 호빗들의 경우 이런 간접적인 단서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던 캐릭터였던 것 같다. 이래가지고서야 소설의 내용이 잘 이해가 될 리 없다.

거기다가 환타지의 세계를 처음으로 접하다 보니, 등장하는 종족들도 잘 와닿지가 않았다. “오크”는 워크래프트2를 통해 접해보았던 녹색 괴물을 떠올렸는데 대충 맞았던 것 같고, “난쟁이”는 처음에 백설공주에 나오는 일곱 난쟁이 같은 걸 떠올렸는데, 작중에 나름 그들 종족에 대한 묘사를 슬쩍슬쩍 해줘서 조금씩 교정했던 것 같다.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요정”들이었는데, (지금이야 그게 아마 엘프와 님프의 차이라는 것인가 싶지만-) 그 때까지 내가 알던 요정이라고는 팅커벨 같은, 날아다니는 조그마한 요정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위풍당당한 숲속 마차 행진 같은 장면에서도 톨킨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의 크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나중에 함께 전투를 치를 때에 이르러서야 아무래도 팅커벨이 쌈을 이렇게 잘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뭔가 물리적으로 이치에 닿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하면- 독자와 저자가 다른 시대, 다른 나라, 다른 계층에 속할 경우 삽화나 해설이 꼭 필요하다는 거다. 그리고- 헐리우드 만세.

[펌] 침술 미신에 똥침 놓기

침술 미신에 똥침 놓기

의학박사 해리엇 홀(Harriet Hall, M.D.) 씀.

정의상, “대체” 의학이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아 주류 의학에 수용되지 않은 치료법을 일컫는다. 내가 계속 듣게 되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그럼 침술은요? 그건 효과가 있다고 증명되었고, 많은 훌륭한 연구들로 뒷받침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의사들이 쓰고 있고, 보험 회사들도 돈을 대주잖아요.” 침술 미신에 똥침을 놓을 때가 됐다. 침술용 침으로 놓는 것이 괜찮겠다. 당신이 침술에 대해 들어본 거의 모든 것은 틀렸다.

우선, 이 고대 중국의 치료법은 그리 고대의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심지어 중국의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초창기 문서들을 연구함으로써, 중국 학자 Paul Unschuld는 침술의 개념이 그리스인인 코스의 히포크라테스에게서 유래되어 훗날 중국으로 전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확실히 3천년이 되지는 않았다. 기력 이전 3세기의 초기 중국 의학 문건들은, 침술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바늘 꼽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문건은 기력 이전 90년의 것인데, 그것도 대바늘이나 바소로 방혈을 하거나 종기를 째는 것에 관한 것이다. 그러한 문건들 중에 오늘날의 침술과 비슷한 어떤 것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당시 바늘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들은 커다랗다. 침술용으로 쓰는 가느다란 강철 바늘을 제조하기 위한 기술력은 약 400년 전까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중국 의학에 관한 것이 서양에 최초로 전해진 것은 13세기였는데, 침술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침술에 대해서 쓴 최초의 서양인, Wilhelm ten Rhijn은 1680년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같은 침술을 묘사하지 않았다. 그는 혈이나 “기qi”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두개골이나 “자궁” 속 깊숙히 30 호흡 동안 꼽아두는 커다란 금침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침술은 그 후 유럽에서 쓰이다 말다 했다. 미국에서 처음 쓰인 것은 1826년 익사자를 소생시키기 위한 그럴싸한 방법 중의 하나로써였다. 그들은 효험을 보지 못했으며, “역겨워하며 포기했다”고 한다. 푹 젖은 시체에 바늘을 꼽아대는 모습을 생각하니 꽤나 역겨웠을 것 같긴 하다.

20세기 초까지, 침술에 대한 어떠한 서양의 문건도 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바늘은 단순히 고통스러운 지점 근처에 찔러졌다. 기란 원래 음식에서 나오는 증기였고, 경락이란 수로나 배를 뜻했다. Georges Soulie de Morant라는 프랑스인이 1939년에야 처음으로 “경락meridian”이란 말을 썼고, 기를 에너지라는 뜻으로 썼다. 이(耳)침은 1957년 한 프랑스인에 의해 발명되었다.

중국 정부는 1822년(역주:1922의 오기?)과 2차세계대전 사이 중국 국가주의 정부 시절 침술을 몇번이나 금지하려고 했었다. 모택동이 1960년대 서민들에게 의료를 제공할 값싼 방법으로서 “맨발의 의사” 캠페인 때 침술을 되살려냈는데, 그 자신은 침술에 효과가 있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침술 치료를 받지 않았다. “전통 중국 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줄여서 TCM이라는 말을 만든 것은 모택동 정부였다.

1972년 James Reston은 닉슨과 중국에 동행했다가 돌아와서 그가 받은 맹장수술에 대해 이야기했다. 침술로 마취된 상태에서 그의 맹장이 제거되었다는 믿음이 널리 퍼졌다. 실제로는, 침은 수술 다음 날 고통 완화를 위해 그저 덤으로 쓰였을 뿐이었으며, 그 고통 완화도 아마 정상적 장 운동이 예정대로 돌아온 것에 따른 우연의 일치였을 것이다. 침술로 마취되어 심장 수술을 받고 있는 환자라며 널리 퍼진 사진도 가짜로 드러났다. 오늘날 수술에 침술이 쓰인다면, 정통 마취법과 함께 또는, 수술전 투약과 함께 쓰이고 있으며, 침술을 믿고 있어서 플라시보 반응을 보일 것 같은 환자에게만 적용된다.

침술이 서양에서 인기리에 불어나는 동안, 동양에서는 쇠락해갔다. 1995년, 방문 미국 내과의들은 15-20%의 중국인들만이 TCM을 선택하며, 그마저도 보통은 서양식 교육을 받은 의사의 진단 후에 서양식 의술과 함께 쓰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확실히 어떤 환자들은 돈이 없어서 TCM을 선택하곤 한다.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는 단일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는 360개의 경혈이 있었다고 한다. (대충 한 해의 날짜 수에 기반한 것이다. 해부학적 기반이 아니라.) 오늘날에는 2000개 이상의 경혈이 “발견”되어, 어떤 장난꾸러기는 이제 경혈이 아닌 피부가 남지도 않았다고 논평한 바 있다. 경락은 9, 10, 또는 11개(골라잡으시라.)가 있었다. 어떠한 연구도 경혈이나 경락이나 기의 존재에 대해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떤 숫자를 고르든, 다른 것보다 못할 것이 없다.

침이 효과가 있느냐고? 어떤 침을 얘기하는 것인가? 그리고 당신은 “효과”라는 말을 무슨 뜻으로 쓰고 있는가? 다양한 중국식 침술뿐만 아니라, 일본식, 태국식, 한국식, 그리고 인도식 침술도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발명되었다. 몸 전체에 놓거나 종아리, 손, 귀, 발 또는 볼과 턱에만 제한적으로 놓기도 하고, 깊이 놓거나 얕게 놓기도 하고, 전기가 통하는 바늘로 놓기도 하고, 피부에 전기 패드만 붙이되 살을 뚫지는 않으며 침을 놓기도 한다.

침술은 플라시보와 마찬가지로 효과가 있다. 침술은 통증, 메스꺼움, 그리고 다른 주관적 증상들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증명됐으나, 어떠한 질병이든 병의 경과를 달리 했다고 증명된 적은 결코 없다. 오늘날 침술은 주로 통증에 쓰이고 있는데, 초기의 중국 침술사들은 침술이 확실한 질병을 위한 것이 아니며, 침술이란 워낙 미묘해서 병의 아주 초기 단계에만 쓰여야 하고, 환자가 침술이 효과가 있으리라고 믿을 때에만 효과가 볼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고대의 지혜라는 것이 조금 있기는 한가 보다!

연구들은 침술이 뇌 속에서 자연산 아편 같은 통증 완화제, 즉 엔돌핀을 나오게 한다는 것을 보여왔다. 수의사들은 말을 트레일러에 싣거나 개에게 막대기를 던지는 것도 엔돌핀을 나오게 한다는 사실을 지적해왔다. 아마 자기 엄지 손가락을 망치로 때리는 것도 엔돌핀이 나오게 할 것이고, 그러면 두통 걱정도 사라지긴 할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침술에 대한 명백한 반응을 설명할 수도 있는 여러가지를 줄줄 댈 수 있다. 원래의 증상으로부터 바늘이 꼽히는 감각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 기대감, 암시, 상호 교감과 순응 요구, 인과 오류, 고전적 조건화, 상호적 조건화, 조작적 조건화, 조작자 조건화, 강화, 그룹 동의, 경제적 감정적 투자, 사회적 정치적 불만, 믿음에 대한 사회적 보상, 질병의 다양한 경과, 평균으로의 회귀-인간의 심리가 우리로 하여금 효과 없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수단들이 있다. 그리고 모든 플라시보가 똑같지 않다는 사실도 있다.- 드러눕고, 긴장을 풀고, 돌봐주는 권위자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을 수반하는 복잡한 체계는, 단순히 설탕 약을 먹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플라시보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통증이나 메스꺼움 같은 주관적 증상들에 침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그 연구결과들에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점들이 몇 가지 있다. 그 결과들은 일관적이지 않아서, 어떤 연구는 효과를 찾아내는데, 어떤 연구는 찾지 못한다. 고품질의 연구들일수록 효과를 찾아내지 못하곤 한다. 대부분의 연구들이 침술 신봉자들에 의해 행해졌다.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는 쪽으로 편향되어있지 않다면 피험자들 상당수가 침술 실험에 자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과 다른 동양 국가들에서 나오는 침술 연구들은 전부 긍정적인 결론을 내는데, 그러고 보면 중국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것이 긍정적인 결론을 내기는 한다. 연구자들이 망신을 당하거나 실직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논문을 내는 것은 문화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침술 연구에 관한 가장 큰 문제점은 적절한 플라시보 통제를 찾는 것이다. 연구자는 사람들한테 침을 꼽고, 사람들은 그걸 알아차린다. 즉, 이중맹검이 불가능하다. 침을 안 쓰고도 썼다고 환자들을 속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침을 꼽는 사람도 모르게 할 도리가 없다. 두 종류의 통제가 사용되어 왔다. 혈과 혈이 아닌 곳의 비교, 그리고 껍데기가 있는 교묘한 바늘을 써서 살을 안 뚫고도 뚫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George Ulett의 연구에서, 그는 손목의 피부에 전류(일종의 TENS경피전기신경자극 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를 흐르게 하면, 침을 꼽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으며, 손목 한 군데만으로 몸 어느 부위의 증상에든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들어보시라. 어디에 침을 놓든 상관이 없다. 침을 아예 안 써도 상관이 없다. 최고로 통제된 연구에서는 오직 한 가지-즉, 환자가 침을 맞고 있다고 믿고 있는지 여부만이 상관 있었다. 만약 진짜로 침을 맞고 있다고 믿으면, 통증 완화가 더 잘 되었다. 실제로 침을 맞았든 안 맞았든 말이다! 만약 침을 맞았는데, 안 맞았다고 믿는다면, 효과도 없었다. 만약 침을 안 맞았는데, 맞았다고 믿는다면, 효과가 있었다.

침술사들은 실패한 연구들을 구원하려고 교묘한 합리화를 해왔다. 엉터리 침술을 통제로 사용한 최근 연구에서, 엉터리 침술과 진짜 침술이 똑같이 좋은 효과를 냈다. 즉, 둘 다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보다 나았다. 명백한 결론은 침술이 플라시보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진짜 침술이 효과가 있었고, 플라시보 침술도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침술 연구자는 최근 자신의 연구에 플라시보 통제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떠한 피부 자극도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내게는 이것이 침술의 근본원리를 파괴해버리다시피 하는 것 같은데, 그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듯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바늘을 꼽아대고 가상의 기나 경락을 내세우는 대신에, 우리는 그저 우리 환자들을 어루만지거나 마사지해주면 될 것이다.

일관적이지 못한 연구 결과, 믿기 힘든 기와 경락, 그리고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의문점들을 고려해볼 때, 침술이란 그저 약간의 반대자극이 가미된, 공들인 플라시보 처방이라고 결론짓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한다면 인간 바늘방석 놀이를 할 수도 있겠고, 훌륭한 플라시보 반응을 얻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상을 얻으리라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주: 이 글의 일부는 작고한 Robert Imrie 박사가 만든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 에서 따왔음. 낙타침, 염소침, 그리고 닭침의 훌륭한 그림들을 볼 수 있는, 매우 가볼만한 곳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