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국가

배송 받아 놓고 아직 읽지는 않은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라는 책에, “아이에게 특정 종교를 주입하는 것은 아동학대”라는 말이 나온다고 들었다. 아이는 ‘특정 종교-free’하게 길러져야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무슨 종교를 굳이 가지겠다 그러면 뭐 그럼 그러려무나 하고 내버려두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는 줄로 안다.

신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어도 일부 집단에게는 꽤나 도발적으로 들릴 지 몰라도, 국가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바보스러울 정도로 당연한 소리다. 그런 국가는 종교보다 역사가 훨씬 짧은 인공물이며 근대국가에서는 종교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신이 망상인 것은 없는 것을 있다고 우기기 때문이지만, 국가가 망상이 아닌 것은 있는 만큼만 있다고들 보(고 있다고들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근데 아이에게 특정 국적을 강요하는 것이 아동학대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이중삼중국적으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이상적인 게 아닐까? 어째 이를 부정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쩌면 국가라는 망상의 시작점이 아닐까?

이중국적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막겠답시고 한국 국적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국가라는 망상이 커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설의 푸른 수염

“Dorothy was flabbergasted,” I said to Circe. “She said to me: ‘Why don’t you do that all the time?’ And I said to her, and this was the first time I ever said ‘fuck’ to her, no matter how angry we might have been with each other: ‘It’s just too fucking easy.’”

보네거트 소설 중에 bluebeard라고 있다.

그 주인공이 왕년에 캔바스에 색테이프 붙여놓는 추상 작품을 만들어 유명한 현대 미술가 노인네인데, 사실은 어릴 적에 일러스트레이터 장인 밑에서 사실적이고 세밀한 묘사를 마스터한 바 있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 사람이 어쩌다가 슥삭슥삭 구체적인 사물을 묘사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그걸 보고 아니 왜 이렇게 안 그리냐고 묻자 저렇게 대답했다. it’s just too fucking easy라는 대답이 심금을 울린다. 비속어의 적절한 사용실례..

피카소 같은 사람들 그림을 이해할 수 없을 때 한다는 소리가 “사실 피카소도 그냥 그림 되게 잘 그려..” 같은 건데, 쟤가 정말로 못 그려서 저렇게 그리는 건 아니구나 하는 이해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실 어렵게 그린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못된다. -_-;;

자기만족적 예술 따위.. 흥.

백분토론 감상

백분토론 감상

토론 프로그램도 양측 밸런싱에 신경을 쓰라.
스타크래프트도 캐사기 종족이 없게끔 열심히 맞춰줬으니까 할만한 거 아니겠나.
그럼 어떻게 하면 양측에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1. 진중권에게 핸디캡 주기.
    1. 진중권은 한번에 다섯 단어씩만 말하기.
    2. 마이크 볼륨 낮추기.
    3. 주의를 흐리게 하는 배경음악 깔기.
    4. 같은 편에 지만원 붙여주기. (추천)
    5. 커맨드센터 건설비용 50미네랄 추가.
  2. 진중권 반대쪽에 어드밴티지 주기.
    1. 쪽수로 밀어붙이기.
    2. 시간 많이 주…면 오히려 손해려나?
    3. 손석희가 편들어주기.
    4. 히드라나 뮤탈이 2차변형하는 신유닛 개발.

등등이 있겠다.

농담이고, 진중권은 논쟁에 임하는 기본자세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
거침없는 말빨과 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능력. 진중권에게서 개념과 논리를 빼면 전여옥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 (※주의: 욕이 아니라 칭찬임.)

이건 그냥 갑자기 떠올랐는데… 한 십 년쯤 전인가, 정확하게 기억은 잘 안 나는데, 테레비에서 채식에 관한 찬반토론을 하는데, 그때 한 채식주의자가 논쟁에서 수세에 몰리자 자기는 당근을 썰 때에도 ‘당근아 많이 아프니?’ 그런다면서 소중한 생명 찬양의 썰을 푼 적이 있다. 그 순진한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

스타워즈와 디워

스타워즈 4, 5, 6을 보면서- 재미는 디지게 없었지만, 그래도 “SF”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니 졸음을 꾹 참고…라기보다는 잠들어서 못 본 부분부터 다시 보고 또 다시 봐가면서 마침내 끝까지 봐줬습니다.

고행을 마치고 산뜻한 기분으로 스타워즈 1, 2, 3을 보면서-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이게 뭐야. 화면발만 좀 좋아지고 영화를 똑같이 만들어놨네? 버럭버럭. 아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21세기에 영화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 건가염.

다이하드 시리즈도 성장했고, 에이리언 시리즈는 아예 새로 만들 때마다 변태를 했고, 심지어 그 뻔한 007마저도 환골탈태했는데! 스타워즈 4, 5, 6이 북두의 권이라면, 1, 2, 3은 베르세르크 정도는 세련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사람이 발전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발전이. 그래픽만 좋아지면 다야? 사운드만 빵빵해지면 다야? 앙?
하는 배신감에 부글부글 끓었으나, 곧 평정심을 되찾고, 아냐 죠지 루카스 횽아가 그렇게 못된 사람은 아닐거야, 옛날 스타워즈에 열광하던 팬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을 준 걸테지. 나야 그런 향수 없이 눈만 높아졌으니까 화딱지가 나는 거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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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콜베르

세리자와님 블로그에서 전부터 종종 접하던 사람이긴한데 뭐 그냥 웃기는 사람인가보구나 하고 별 관심 없었는데,
얼마 전 소위 “가수 비 모욕 사건”과 관련된 동영상을 보면서 아 이 사람 열라 웃기구나! 했다가,
또 며칠 전 yy님께서도 재미있다고 하시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ㅡ,.ㅡ 보게 된 콜버트 리포트 콜베르 리포르!

작년 3월것부터 미친듯이 보기 시작해서 어느덧 벌써 올해 2월;;; 아마 따라잡고 나면 첫방송부터 못 본데까지 보게 될 듯.

제가 원래 혼자 떠올린 농담에 혼자 낄낄거리는 타입의 인간이다 보니, 굳이 코미디는 잘 안 찾아보는데, 이건 대박입니다.

사상 최강대국 시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괴감을 동시에 건드리는 개그가 끝도 없이 펼쳐집니다.
물론 미국 사회의 시사 문제, 미국의 유명인 등등이 소재로 등장하면 그냥 재미있는 얘기하나 보구나… 하며 살짝 소외감을 느껴야 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무지무지 재미있어요.

쇼를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개그 소재는 아마도 콜베르 자신이 아닌 스탭들의 역량, 그러니까 대사를 쓰는 작가라던가, (아마도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기존 언론을 키치적으로 흉내낸 그래픽 효과 등등 일 겁니다. 그렇지만 이 쇼 자체를 가능케 하는 대들보는 역시 스티븐 콜베르 자신의 개인기. 재치있게 맞받아치는 입심, 수다맨을 연상케 하는 말 빨리하기, 아주 가끔씩 보여주는 덤블링 같은 몸개그, 가족사나 개인의 성적 취향 같은 것까지 개그의 소재로 삼기를 서슴치 않는 대담함, 그리고 겸손하지 않음의 미덕, 그 어떤 거물 정치인이나 학자에게도 꿀리지 않는 말빨.. 등등등의 화신입니다. 그리고 가장 높이 사는 것은,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웃겨주면서도 결코 막장은 타지 않는 절묘한 수위 조절! 말이 코미디지, 서커스가 따로 없습니다.

음, 그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소재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한 가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여러 회에 걸쳐서 잠깐씩 다루어졌던 소재입니다.

  • 헝가리의 한 교각 이름을 웹에서 공모한다는 사실을 알고 시청자들에게 “스티븐 콜베르 다리”에 투표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헝가리어를 몰라도 투표할 수 있는 상세한 방법과 함께.
  • 그 방송이 나간 후 얼마 안 되어 스티븐 콜베르는 척 노리스를 제칩니다. 분발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 요청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헝가리의 어떤 위인이 1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 주최측(아마도 헝가리 중앙정부나 자치구?)에서 아무나 투표를 할 수 없게 막아버려서 아쉽게 됐지만, 이미 스티븐 콜베르는 1700만표던가, 하여튼 헝가리 인구를 수백만이나 앞지른 득표로 1위를 먹었습니다;;; 미션 성공.
  • 그냥 그렇게 잊혀지는 건가 싶었는데! 주미 헝가리 대사가 쇼에 출연합니다;;;;
  • 그리고 그 다리 이름을 스티븐 콜베르 다리로 하겠다는 공문서를 전달합니다;;
  • 단 조건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쉽게도 스티븐 콜베르가 죽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ㅡ,.ㅡ

감상: 한국 같았으면, “한국을 모욕한 스티븐 콜베르”라는 기사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 사건이었음. 낄낄 거리면서 구경만 하다가 주미 헝가리 대사가 쇼에 등장했을 때 결국 뒤집어지고 말았음.

반딧불의 묘 감상 완료.

반딧불의 묘 감상 완료.

기본적으로 훌륭한 신파극. 전쟁통 어린 남매의 처절한 비극.
반전의 메세지..라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부차적인 소재로 느껴질 정도.

군국주의 같은 정치색, 이데올로기 등등과 관련된 것이 있기나 하다면-
아이 눈에 비치는 파편적 현실을 제외하고는 매우 배제되었음. 그나마도 뭔가 주장하고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배경묘사 정도. 그러니까 그때 일본 상황이 저랬구나 하는 정도. 미화는 무슨 미화.

이걸 보고 일본이 피해자인 척한다면서 화내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음.
아니 누가 일본이 피해자래? 전쟁통에 애들이 죽은 거지, 일본이 죽었나?

가해-피해 구도를 국가 단위로밖에는 볼 줄 모르는 이런 편협한 시각은 대체 어디서 만들어지는 걸까. 날 때부터? 아니면 중고교 국사 교과서? nature vs. nurture?
아니 대체 머리 속이 어떻게 생겨먹어야, 일본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모든 일본 국민 하나하나가, 심지어 쪼만한 아이들까지 가해자로 보이게 되는 걸까. 헉, 설마 일본과 한국 인구 전반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대한민국 오천만은 피해자, 일본 일억삼천만은 가해자? 수십 년 괴롭혀놓고 그깟 원폭 두 방 좀 맞았다고 징징대는 뻔뻔스러운 가해자? 설마 그렇기까지야 할라고.. -_-;;

그리고,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안 했기 때문에, 이런 영화도 만들면 안된다고? 하긴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따먹었으니까 나도 교회를 다녀야 되긴 하지. -_-; 이게 뭔 국가적 원죄의식? 아니 감독이 무슨 일본 외교관인가. 그런 거 다 신경써서 작품 만들게. 하긴 그래서 그런지 원래 대사관 같은 사람들은 원래 좀 쥐죽은듯이 지내요. 뭔 말 한마디 한마디 하는 게 살얼음이거든. 이번에 교황도 말 한번 잘못 꺼냈다가 엄청 씹히는 거 봐. 따지고 보면 틀린 소리 한 것도 아닌데! 근데, 감독이 뭐 교황도 아니고. 그런 거 다 따져가면서 작품 만드느니 걍 때려치고 말겠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 이 작품 싫어하는 분들이 원하시는 걸 대충 종합하면 이렇게 됨.
극 중간에 “한편 그 무렵 한국에서는…” 하면서 막 한국인들 고생하는 장면도 좀 비춰주고, 자막으로 “한국, 미안해요~” 뭐 이런 거라도 나와야 직성이 풀릴라나.
아니지, 잠깐 나오면 또 양이 적다고 뭐라 그러려나. 그럼 주로 조선 식민지 탄압실상을 주내용으로 하다가 걍 일본에선 어쩌다 어린 남매도 좀 죽었다더라.. 뭐 이러면 될라나.
아 맞다. “한국 미안해요~”는 당근 한글로 맞춤법 안 틀리게 써야겠고, 메세지가 너무 가볍게 잠깐 나오거나 하면 진정성이 없다고 뭐라 그럴 테니까 막 등장인물들이 다 나와서 땅바닥에 엎드려서 막 비는 거야.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께요.” 그러면 용서해줄라나. 아니지, 정부가 공식적으로 안한 걸 민간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얼버무리려 하는 비열한 수작이라고 그러지는 않을까?!

이건 분명 관객들 보고 펑펑 울어달라는 신파극인데, 안 슬프고 화딱지가 난다고들 한다.
일본 꼬맹이들이 “흑흑 우리가 조선을 식민지로 삼아 괴롭히고, 침략전쟁까지 일으키다니, 죽을 죄를 지었지” 그러면서 같이 할복이라도 하면 좀 슬퍼할라나.
아니지, 꼬맹이일지라도 일본 애들이고, 일본이 그런 거니까 인과응보, 자업자득이라고 그러면서 뿌듯해 할지도..

이딴 식으로 관객을 바보로 취급하는 무지무지 친절한 영화들을 제작하는 곳을 하나 알고 있는데, 논산 훈련소에서 비 오면 지겹게 볼 수 있음. 그러고 보니 그런 영화 잘 만드는 감독 이름도 하나 알고 있음. 국방부는 멜 깁슨을 고용하라! 고용하라! 국방부 제작, 멜 깁슨 감독, 반딧불의 묘 리메이크, ㄱㄱㄱ!

뭐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메세지 읽는 건 보는 사람 맴..이라는 식의 덧글도 본 것 같은데- 하긴 성경을 읽으면서 노조탄압의 메세지를 읽는 것도 보는 사람 맴이긴 하겠다.
작가가 찌질해서, 아니면 뭐 시대가 흘러서, 아니면 문화권이 바뀌면, 기타 등등의 이유로 진짜로 오독이 일반적인 독해가 되어버리는 그런 작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으나, 그렇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좀 그런 건 접어주고 봐주는 게 인지상정일텐데. 그러기 싫다 그래봤자 뭐 괜찮은 작품 하나 놓쳐버리면 자기들 손해겠지.

한국사회 전반에서, 반딧불의 묘라는 작품이, 얼마 전 이오공감에서 보였던 것과 비슷하게 상당히 높은 비율로 오독이 되고 있다면, 이건 뭐 작품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학적 현상이랄까, 대국민 문화 소양 교육 실패의 생생한 예가 되겠다. 교육계 일선에 계신 분들의 자성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음.

ps.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도 아주아주 빠이빠이하고 떠날 수는 당근 없지. 그러면 스너프와 호러물의 차이도 없어지게? 호러영화 감독들 다 살인죄로 잡아들여부러. 증거가 그렇게 확실한데 무얼.

토치우드

Doctor who의 스핀오프 시리즈, Torchwood(Doctor who의 애너그램이다.)를 이제야 다봤다.
누가 알아주겠냐마는 여기서 살짝 공개하자면 시즌 전반부 자막을 번역해서 디씨에 올렸던 색초재ㅐㅇ이 바로 나다. v-_-V
기운 넘치고 시간 남고 삘 받으면 익명으로 자막 번역을 하곤 했는데, 이제 그런 에네르기는 닌텐도ds가 다 빨아먹고 있다. 요망한 것!
네이트 어디에서 자막을 착착 잘 만드는 것 같길래 안심하고 그만뒀었는데, 후반부 한글 자막은 안 나온 듯? 못 찾겠네, 쩝쩝.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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