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카드

소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광우병 위협에만 올인했다가, 나중에 엄청 싸고 광우병 걱정마저 전혀 없는 미제 쌀 들여올 땐 대체 뭐라고 그러면서 반대할런지가 궁금…

광우병 카드 내미는 사람들은 주로 미제 소고기 수입 무조건 절대 반대-만을 주장하고 있는 듯하던데… 그보다는 그 핑계로 뭐 이래저래 통관 절차라던가 최대한 귀찮게 들러붙어서 미제 소고기 값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두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겸사겸사 늦출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건 현재로선 이 정도인데, 고래들 싸움에 등 비빌 언덕이 없다.. 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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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유시장에 기반한 경제체제는 이미 해체된 지 오래에요. 사실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던 시절에나 주창하던 허울 좋은 슬로건이죠.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계획경제만한 것이 없어요. 문제는 초기의 계획 경제라는 것이 발상은 좋았는데, 처리해야 할 경제 규모에 비해 그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도구라고는 연필과 종이밖에 쓸 수 없던 시절이었던 지라, 그저 주먹구구식 돌려막기에 불과했다는 거에요. 사실 역사 시대를 통틀어 관료제 정부가 존재했던 나라 치고 어느 정도는 계획 경제 체제가 아니었던 적이 별로 없기도 하구요. 근현대에 이르러 국가 경제규모의 확장이 처리능력의 향상을 크게 앞질러 버렸던 것 뿐이죠. 생각해 보세요. 한 세기 전에 이미 증기기관과 내연기관 등으로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이 나라 저 나라와 온통 연계되어 일국의 경제규모는 커질대로 커졌어요. 이런 경제를 계획하는 데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봤자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케인즈쯤 되는 천재들이 각 나라마다 수십 명씩 있었다면 모를까. 웬만한 대가리 아무리 모아봤자 별 거 안 되거든요. 여기를 건드리면 저기가 터져나오고, 저기를 건드리면 여기가 터져나오고. 터지면 메꾸고, 메꾸면 또 터지고. 그 꼴을 겪고 나니, 자유시장이 역시 최고라는 인식이 마치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널리 퍼지게 된 거죠. 그런데 사실은 아니라는 거죠.”

이게 뭔 개소린가. 계속 읽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제 겨우 세 권밖에 안 읽어봤지만- 장하준이 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전달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요점이 있고, 또 사태를 그런 식으로 파악하는 이유를 열심히 대줍니다.

책 표지에 한 겹 덧씌워진 노란 띠지 안 쪽에 써있는, 아들:개발도상국 비유는 이 책의 백미입니다.

내게는 여섯 살 난 아들이 있다. 이름은 진규다. 아들은 나에게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지만, 스스로 생활비를 벌 충분한 능력이 있다. 나는 아들의 의식주 비용과 교육 및 의료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내 아들 또래의 아이들 수백만 명은 벌써부터 일을 하고 있다. 18세기에 살았던 다니엘 디포는 아이들은 네 살 때부터 생활비를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좀 더 읽어 보시려면 클릭하세요.)

저자가 저 같은 저질 인간이었다면, ‘언젠가는 자기도 잘 나가는 포주가 되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몇 푼 안 되는 일당을 꼬박꼬박 쟁여놓는 매춘부’에 비유했을 겁니다. ㅋㅋㅋ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지난 한두 세기 동안 세계는, 국가 내의 불평등을 완화시킴과 동시에, 통신과 운송 기술의 발달을 통해 이를 고스란히 국가 간의 불평등으로 이전시켜온 듯합니다. 미래의 어느날 지금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미국의 남북 전쟁 당시 남부 사람들에게 내리는 것과 비슷한 평가를 받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유 같은 거 안 댑니다. ㄳ.)

잠시만 짬을 내어 한번쯤 이 책을 읽어주세요. 남 얘기가 아니니까요.

경제를 살립시다

이명박 “노동자, 태안 자원봉사자처럼 자세 바꿔야”

오늘도 싱싱한 떡밥이 왔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저 같은 물고기들이 떡밥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저 헤드라인만 보면, 저처럼 이명박 당선자를 싫어하는 사람 귀에는 “쥐뿔도 없는 노동자들은 월급 같은 거 받을 생각 말고 대통령께서 CEO들이랑 전화 통화 하는 동안 알아서 차비 들이고 식비 들여가며 남이 싼 똥 치우는 성스러운 마음가짐으로 자발적으로 열심히 시키는 일이나 하라”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미리 화내면서 퍼덕퍼덕 한번 클릭만 해보면 뭐 그런 문맥이 아니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1일 “태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에 10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왔다 갔다고 한다”면서 “그 모습을 보면서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체 노동자들이 저렇게 자원봉사하는 기분으로 자세를 바꾼다면 그 기업이 10% 성장하는 게 뭐가 어렵겠느냐”고 말했다.

우선 노동자 일반을 두고 한 소리가 아니라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체 노동자들”이라고 분명히 수식어를 붙여놓았습니다. 언어의 마술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말씀은 문장에 생략된 주어가 있나 없나, 있다면 무슨 주어가 생략되었나 하는 일상적인 문제들까지도 두번세번 곱씹으며 들어야만 합니다. 그렇게 들어도 판검사 출신 대변인쯤 되지 않고서는 보통 일상적 언어 생활자들로서는 그 분 말씀의 오묘한 이치를 도저히 깨달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무려 수식어씩이나 되는 걸 빼버리고 헤드라인을 뽑으면 곤란하죠. 안 그렇습니까? 프레시안도 좀 평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체”만을 두고 한 말이라면 분규의 주체인 노와 사에 적어도 공평하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맞겠습니다만, “나는 친기업적이다. 아니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는 분께 공평한 책임 전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죠. CEO는 언제든지 콜미콜미 수다 떠는 우리 대통령 당선자께서는 관대하십 친기업적이십니다. 당선자께서 애초에 생략하신 건지 기사 작성자가 편집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은,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체”에서 사측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아마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봅니다. (사법고시 출신 대변인들께서 지적하시면 언제든지 삭제/수정하겠습니다.) CEO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세를 바꾼다면 그 기업이 10% 더 성장하는 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이제 분규의 책임 소재 부분을 대충 공평하게 짚고 넘어갔으니, 다시 한번 저 말을 되새겨 봅시다.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체 노동자들이 저렇게 자원봉사하는 기분으로 자세를 바꾼다”는 것이 과연 무슨 뜻일까요. 정말로 그냥 저절로 그렇게 들리는 것처럼 ‘월급도 받지 말고 자비 들여서 출퇴근하고 쌔빠지게 일만 하면서도 뿌듯해하라’는 뜻일까요? 저 발언을 두고 욕해대는 분들께서 정말로 그렇게 이해하고 계신 건지, 알고도 그렇게 알아들은 척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오바라고 생각합니다. 대중매체에 미담으로 곧잘 소개되는 태안 자원봉사라는 시사 이슈를 끌어들여 그저 비유적으로 말한 것 뿐입니다. 굳이 따져들자면, 자발적인 개개인이 따로따로 모였는데 그게 거대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이를 테면 잠시 자신에게 손해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개개인에게도 보탬이 되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자는, 뭐 그런 선의의 해석이 가능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렌단의 카미나라도 했을 법한 덕담입니다. (카미나가 생또라이 파쇼의 화신이라는 것은 여기서 잠시 잊도록 합시다.)

기사 밑에 나오는 “자기 자리가 없어지는지,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는 공무원은 안 되겠죠” 같은 발언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자기 자리가 없어지는지 안 없어지는지 그런 게 중요합니까? 그런 자리가 하나 없어지는 것은 그저 개인과 그 가족의 불행일 뿐이지만, 그런 자리가 수만개 수십만개 없어지면 그것은 곧 효율적인 정부 경영이고, 이는 곧 국세 낭비의 절감이며, 그것은 곧 우리 국민 공동의 이익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국민 모두가 세금으로 이익을 보는데, 그 이득보는 국민 중에는 물론 아까 잘린 공무원과 그 가족도 있는 겁니다. 이래도 오로지 그것만 생각할 거냐구요.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체 노동자들”도 이걸 알아야 해요.

태안의 자원봉사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태안에 갔겠습니까. 그 아름다운 마음가짐을 한번 헤아려 봅시다. 그 사람들이 뭐 사람이 일으킨 사고로 인해 파괴된 자연을 조금이라도 덜 파괴되게 하겠답시고 갔겠습니까. 아니죠. 서해안은 소중한 자원입니다. 서해안 갯벌은 땅으로 덮어서 분수대도 만들고 멋진 해변가 산책로를 만들 수도 있는 곳입니다. 서해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이룬 생태계 역시 소중한 자원입니다. 서해안에서 채집한 수산물들도 시장에 내다팔면 그게 다 돈입니다. 외국에 팔면 외화도 벌 수 있습니다. 그 뿐입니까, 자원봉사 하러 가시는 분들이 그 동네에서 짜장면도 사먹고 주유소에서 기름도 넣고 하면, 침체된 지역경제 부양효과도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종합해 볼 때, 서해안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신 분들은 결국 국가 경제를 살리러 간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맥락을 무시하고 대통령 당선자의 말씀을 멋대로 곡해하니까 욕이 나오는 겁니다.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체 노동자들”이 기업을 10% 더 살리기 위해 분규 같은 거 안 하고 열심히 묵묵히 일만 한다면 이 기업이 더 벌어들인 10%를 어디에 쓰겠습니까. 사업에 재투자하고 그 다음 해엔 또 10%를 아니 그 이상을 더 성장시키기 위한 원동력이 되어주지 않겠습니까? 이래도 분규하실래요? 이명박 당선자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비정규직 문제가 참 많지만, 법을 어떻게 만들더라도 기업에 수지가 안 맞으면 (기업은) 비정규직을 쓰는 것”입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분규 같은 거 계속하면 기업이 어디 수지가 맞겠습니까? 기업의 존재 이유는 수지를 맞추는 것입니다. 수지를 맞추려면 분규 같은 거 안 할 비정규직으로 전환해버리지 않겠습니까? 당선자께서는 “경제가 좋아지면 정규직을 뽑아 쓰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방심하고 착각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기업이 10%씩 성장을 한다고 해서 딱히 경제가 좋아졌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경제가 좋아지는 것과 10% 성장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60, 7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보세요. 10% 성장이 아니라 수백수천배는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경제가 좋아졌습니까? 그토록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죽어있으니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대한민국 CEO로 국민들이 선택한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10% 성장했으니까 이제 정규직으로 뽑아달라 뭐 이딴 소리 하시면 곤란하다는 겁니다. 대통령 당선자께서는 “경제가 좋아지면 정규직을 뽑아 쓴다”고 하셨지, ‘10% 성장하면 정규직을 뽑아 쓴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당선자께서 최신 맞춤법은 좀 모르실지 몰라도, 무슨 소리를 해도 결국엔 뒤탈 없는 언어의 마술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체 노동자” 여러분, 월급 10% 인상이 아닌 기업 10% 성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십시오.
공무원 여러분, 자기 자리 따위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비정규직 여러분, 기대하세요. 경제가 좋아지면 정규직도 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