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적 환경주의자

평소에 건전한 상식인이라고 생각하고 존경하옵는 YY님께서 무려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믿음들이 산산히 깨지고 있다”고 하신 책이라서 긴장하고 집어든 책. 읽고 나서 나는 안 깨졌지롱, 안 깨졌지롱, 메롱메롱, 얼레리꼴레리 잘난 척하려고 그랬는데, 내 상식도 깨졌다;;;

천 페이지가 넘는 책이라서 쫄았는데, 슬쩍 들춰보니 777쪽부터는 주와 참고문헌이라서 안심. 휴-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분들께서는, 1부의 두 장(“상황은 개선되고 있다”, “왜 좋지 않은 뉴스뿐일까”)이랑(53~144쪽), 한 장짜리 6부 마지막 장 “곤경인가 진보인가”만이라도 읽어보세용. (721~775쪽) 요즘의 광우병이나 GMO 관련해서도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인 듯.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흠, “겁주지 말란 말이야!”라고 할 수 있겠다.

하긴 그러고 보면 좀 이상하긴 했다. 내가 어릴 때 읽은 어떤 책에서는 석유와 금속 같은 모든 자원들이 곧 고갈될 거라는 사실을 그래프로 그려서 보여줬었다. 대기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고들 그러면서, 수십 년 전의 사례를 들더라고. 설마 내가 낚였을 줄이야. ㅠ_ㅠ 하긴, 자기만은 낚이지 않으리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언제까지나 낚인 줄도 모르고 펄떡펄떡거리는 거겠지.

요즘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쿨게이쿨게이 그러면서 열내시는 분들이 읽는다면, 저자를 보고 이건 뭐 쿨게이 정도가 아니라 프리징-마이-볼스-오프-게이라고 부를 듯. 줄여서 알게이라고 하자. ㅋㅋ

이를 테면, 아이작 아시모프나 에드워드 윌슨의 말도 그냥 곧이곧대로 믿어줄 수가 없다니, 난 이제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 ㅠ_ㅠ 싶은 마음도 솔직히 들었음. 믿을 건 숫자뿐… -,.-

자유무역 압박이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장하준의 비판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종종 있었음. 지들은 일찌감치 보호무역도 다 해먹고, 환경도 다 해먹은 선진국.

330쪽. 자원 고갈 파국론자들과의 내기 이야기는, 왠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연상케했음. 파국론자들 중 적어도 세 명은, 나름 거액의 돈 내기에 응할 정도로 파국론을 정말로 믿고 있다. 차라리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면 다루기 편할텐데 말이지.

민주 정부가 과연 근거 없는 괴담에 좌우되지 않는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글쎄… 비합리적인 대중의 감정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흠.

자나깨나 물조심! 얕은 물도 다시 보자!

심야특선 – 어둡고 이상한 이야기 9선 -게렉터블로그

1번 이야기를 읽고 예전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강하게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일인데요.

10년쯤 전에 저와 동생, 부모님 이렇게 4인 가족이 남반구의 한적한 해변에 놀러갔을 때였습니다. 물장구용 판대기 하나만 믿고, 멋도 모르고 살짝 깊은 곳에 들어간 저는 갑자기 밀려온 살짝 높은 파도에 그만 그 판대기를 놓치게 됩니다. 물안경도 없어서 눈도 못 뜨고, 짠물은 입 속으로 들어오고, 간신히 판대기에 연결된 끈은 놓지 않았던 지라 질끈 감은 눈으로 줄 끝에 달린 판대기를 짚어보지만, 전신을 의지하려는 저를 야속한 판대기는 높지도 않은 파도에도 홀라당홀라당 뒤집히기만 하고, 결국은 그 마지막 끈조차 놓쳐서,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허우적거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스스로 해결해봐야겠다는 사춘기 자존심 같은 것도 버리고, 살려주세요를 외치려다가, 아 맞다 여기는 남반구였지 싶은 마음에, 입에 공기가 닿을 때마다 필사적으로 “헤-ㄹ프!”(그래도 ㄹ을 굴려주는 것이 중요.)를 두어번쯤 외쳤습니다.

짠물 몇 모금 마시고 나니까 아 이거 이러다 죽겠구나- 싶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정신줄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던지라, 떠 있던 시간이 꽤 되고, 바닥에서 발이 살짝 떨어진 순간부터 허우적거리기 시작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이지도 않는 바닥을 향해 발을 뻗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 ㅡ,.ㅡ 발이 닿는 게 아니겠습니까? 가슴께밖에 안 되는 물이었던 겁니다! 손으로 눈가의 물기를 닦아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조~기서 젊은 사람 몇몇이 “몰라, 뭐야 쟤…”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물가로 기어나왔습니다. ㅋㅋㅋ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해변가에 있던 가족들 말로는, 동생이 “오빠 빠졌나봐…”라고 눈치를 챘었고, 수영을 못하시는 아부지께서는 도움을 요청하고 계셨다더군요. 그러니, 아마 제가 거기서 물 먹고 혼절했어도, 다행히도 그냥 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당시로선 말로만 듣던 “주마등”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를 몸소 실감했던 순간이었고-
그래서 저 괴담도 그냥 괴담이 아니라, 얼마든지 당장이라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느껴집니다. 남의 일이 아니니까요..

이제 판대기 없이 수영장 레인을 왕복할 정도로 수영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물 속에서 근시인 눈도 뜰 수 있긴 하지만, 지금도 약간만 깊은 곳에서 물이 조금이라도 코나 입으로 들어가면, 당시의 죽음의 공포가 재현되어, 뭐든지 다 불 테니까 제발 살려만 주세요- 하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근데 뭐 이 씨발놈아, 뒤질래? 물고문이 수영 같은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