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로봇에게 육식을 묘사하기

“하지만 말해다오, 미얌락. 너는 이리저리 걷고 철벅거리고 쩝쩝거리고 부들부들 떨고 몸을 흔드는 에너지를 어떻게 얻는가?”

공주가 물었다.

“공주님, 제가 사는 그곳에는 털이 없는 변종이 아닌 다른 창백얼굴들도 있습니다. 주로 네 발로 다니는 창백얼굴들인데, 저희는 구멍을 내어 그들을 죽이고, 그들이 남긴 부분을 썰고 다지고 찌고 굽습니다. 그런 다음 저희는 그들의 육체를 저희 육체 안에 합칩니다. 저희는 376가지의 서로 다른 살해 방법과 28597가지의 서로 다른 시체 조리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이라고 불리는 구멍을 통해 그들의 몸을 저희 몸에 채워 넣는 것은 저희에게 끝없는 즐거움을 줍니다. 사실 우리에게 시체 조리의 기술은 우주비행보다 더 높이 평가받고, 위胃여행, 혹은 미식gastronomy이라는 용어로 불립니다. 그러나 이것은 천문학astronomy과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너희는 공동묘지 놀이를 하고 논다는 것인가? 너희의 네 발 달린 형제들을 담는 관 노릇을 하며?”

이 질문은 위험한 저의를 품고 있었으나, 현자에게 지시를 받은 페릭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하, 이것은 놀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필요입니다. 생명은 생명을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필요를 위대한 기술로 만들었습니다.”

스타니스와프 렘. 사이버리아드. 335쪽.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일어날 수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서는 안 되었던 어처구니 없는 사건. 가족 분들께는 애도를…

전에도 말했듯이 군대는 인간을 살인기계로 거듭나게 만드는 곳이다. 여기서 기계라 함은 특정 자극에 그저 단순하게 반응만 한다는 의미이다.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복잡한 고민이 요구되지 않으며 미리 입력된대로만 하면 되고, 해야 된다는 얘기.

그 중에서도 초병 근무는, “수하 불응시 발포”라는 최고로 간단한 자극-반응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얼굴을 아는 대대장이 와도 똑같이 반응했더니 포상휴가를 주더라는 전래동화마저 있지 않던가! 아마도 이 때문에 탈 것이 아닌 인간 대체형 로봇으로서는 가장 먼저 개발되어 만들어지고 있는 듯.

그러니까. 북한의 초병에게 인간으로서의 상식적 대응을 기대하기 전에, 이미 시제품이 슬슬 나오고 있는 로봇 초병을 떠올려보자. 미국에서는 인명(이라고 쓰고 인건비라고 읽는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에서는 아마도 국익창출(이라고 쓰고 수출 전 클로즈드베타라고 읽는다.)을 위해 개발 중인 걸로 알고 있다.

그나저나 아직까지 로봇이 군인을 대체하지 못한 것은 100% 돈 때문임. 어떤 나라든 제 정신이라면, 단가만 맞으면 모든 군인을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 확실. 이미 상당부분 이루어져 있기도 하고.

나는 이것이 궁금하다. 멀쩡한 사람에게도 사람다운 반응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안달인 마당에, 과연 이 로봇 초병에게 어느 나라의 국방부가, 단가 상승은 차치하고서라도(ATOM을 쓰자.), 여자나 아이, 대대장을 알아보고 반응을 달리할 정도로 복잡한 인공지능을 달아주고 싶어할 것인가?

저것은 인간이 아니에요!

검사는 피고의 인간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저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저것으로 인해 이백칠십구 명에 달하는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당했으며,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지금 피고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가진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당장 해체할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비록 신체의 모든 부분을 기계로 대체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고를 인간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체 보조기구 사용자 차별방지법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게다가 피고는 지금 군복무 시절 장착했던 군사용 부품들은 물론이고 탈영 후 불법으로 개조했던 부품들도 전부 의료용 표준 부품들로 교체하여, 더 이상은 보통 사람 평균 정도의 힘밖에는 쓰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저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날 수도 없고, 실탄을 발사할 수도 없으며, 방사능을 뿜어낼 수도 없는, 어느 모로 보나 평범한 한 명의 인간일 뿐입니다!”

금속성이 번쩍거리는 두개골의 네 방향에 달린 눈-조리개를 보며 배심원들은 그 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입 대신 스피커가 달려 있는 데다가 표정근은 물론 피부 조차 없는 얼굴인지라 아무런 표정을 지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저 금속 해골이 왠지 웃고 있는 것만 같아 꺼림칙해졌다. 도색조차 싸구려인 실리콘 재질의 전신 보조기구 위에 덩그라니 얹혀있는 이 금속성 머리통을 아무 것도 모른 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왠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그의 범행을 낱낱이 알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그 기묘한 모습이 어째서인지 더욱 큰 공포심을 자아낼 뿐이었다.

“피고에게 달려있던 살상 무기들은 국가가 필요에 의해 달아줬던 것입니다. 이제 와서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같은 장비를 달고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현직 군인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변호인은 흥분하여 외쳤다. 그러나 검사 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저것은 탈영 후 불법으로 장착한 방사능 무기 사용을 위해 자신의 두뇌까지도 컴퓨터 칩으로 교체했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저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검사는 피고로 앉아있는 전직 군인-살인마-피고의 두뇌 회로 사진을 펼쳐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새로운 몸을 달기 직전 작동을 정지한 상태에서 금속 두개골을 열고 찍은 증거사진이었다.

“자신의 기억과 성격을 칩에 이식했을 때, 국제법의 보호를 받는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 것입니다. 법원이 내릴 판결은 걸어다니는 살상 무기의 분해이지 인간의 사형이 아닙니다.”

이어지는 공방 끝에 판결문이 나왔다.

“… 이상 두뇌까지 무기물로 교체한 피고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바, 피고는 더 이상 피고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저 물건에 대하여 재조립이 불가능한 분해를 명하는 바입니다. 특히 두뇌 칩은 따로 꺼내어 물리적인 방법으로 파기할 것을 명령합니다.”

“판결에 이의 있습니다! 무기물 두뇌는 아직 논란 중에 있습니다! 사형은 이미 전세계에서 폐지되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UN이 정한 세계 헌법에 위배됩니다!”
변호인이 극도로 흥분하여 쇳소리를 내며 외쳐댔다. 판결문이 나온 지금에 와서 이의 제기는 소용이 없다는 걸 머리 속에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매달릴 것은 이제 이것-법원 속기 기록-밖에 남지 않았다. 판사는 엄중한 태도로 판결문의 요지를 반복하여 말했다.

“최초에 피고였던 저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바, 이것은 UN이 금한 사형이 아니라 분해일 뿐입니다. 이의는 기각합니다.”

그 순간이었다.

“자동 폭파 장치 가동. 남은 시간 120초. 119초. 118초. 117초. 116초. 115초…”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달린 스피커로부터 기계음이 들려왔다. 뉴스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였다. 방청객들과 배심원들이 혼비백산 비명을 지르면서 출구 쪽으로 달려나갔다. 이 사상 최악의 흉악범, 아니 이 사상 최악의 흉물이 검사과정에서도 탐지되지 않는 자폭 장치를 머리 어딘가에 숨겨둔 모양이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니 개뿔 같은 소리!

“100초. 99초. 98초. 97초. 96초.”

기계음과 함께 네 개의 조리개가 1초에 한번씩 깜빡였다. 법정 건물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42초. 41초. 40초…”

이제 건물 전체가 비었다. 영문 모를 혼란을 틈타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불을 붙이고 있던 사기 용의자 한 명과, 막 뛰쳐나가고 있는 두 명의 경비원들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대피했다.

3분, 5분, 10분이 흘렀다. 기계음이 말했던 시간이 훨씬 지났다. 아무런 폭발음도 들리지 않았다. 자폭 카운트다운은 탈옥을 위한 흉물의 속임수였을까? 하지만 그가 새로 장착한 실리콘 몸으로 볼썽 사납게 뛰어나오는 장면은 목격되지 않았다. 불발된 것일까? 폭발의 규모가 작았던 걸까? 대피한 사람들은 저마다 온갖 가설들을 내세우며 웅성거렸다.

그리고, 30분 후 마침내 폭발물 제거반이 들어갔을 때, 그 흉물의 머리 뚜껑은 열려 있었고, 두뇌칩은 싸구려 실리콘 주먹 아래에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