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X-파일》에 대한 숭배는 프로그램의 이야기가 결국 ‘진짜 얘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해악이 옹호되어 왔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변호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방영되는 이야기들–연속극, 수사물 등–이 계속해서 세계를 단편적으로 그려낼 경우 비판을 받는 것은 정당하다. (X파일 시리즈 내용 간략한 소개…) 하지만 그저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가령 매주 두 명의 경찰관이 범죄를 해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두 명의 수사관 중 하나는 항상 흑인 용의자를 지목하고 다른 하나는 백인을 의심한다. 그런데 매주 범인은 흑인임이 밝혀진다. 뭐가 잘못되었는가? 결국 허구에 불과하지 않은가? 충격적이지만 유비 관계는 충분히 정당하다.
리차드 도킨스, 무지개를 풀며.

나름 X파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위에 인용한 것과 같은 도킨스의 플라톤적 모함에 쫌 분노하게 됩니다. 히히. 사실 다 뻥인데 뭐 어때요! 뻥인 걸 아는 동안엔 모든 게 오락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도킨스가 뒤에 예시랍시고 든 충격적인 흑인=범죄자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조만간 미국 등지에서 실제로 제작된다고 해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겁니다. ㅋㅋㅋ 꽤 재미있는 풍자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저는 정말로 생각해요.

만약 X파일이 정말로 대중에게 과학과 초자연에 대한 그릇된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면, 그건 뻔한 뻥도 못알아보게 할 정도로 부실한 공교육 탓이지, X파일 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X파일 제작자들이 욕을 먹으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때에도 작품이 사회에 대한 해악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고, 뻥이 뻥인 줄도 모르고 진지하게 주절주절 늘어놓는 찌질함이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나를 변화시킨 책 한 권

나를 변화시킨 책 한 권 -더글라스 아담스

1. 제목:
눈먼 시계공.

2. 저자:
리차드 도킨스.

3. 언제 처음 읽었나?
책이 출판되었을 때. 대충 1990년 쯤인 듯.

4. 그 책이 왜 그토록 인상적이었나?
마치 캄캄하고 답답한 방의 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제치는 것 같다. 우리가 평상시에 얼마나 반쯤 소화된 개념들의 뒤범벅을 품고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특히 우리처럼 문과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서는. 우리는 “대략” 진화를 이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비밀스럽게 거기에 뭔가 조금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우리 중 몇몇은 심지어 “대략” 신이 있어서 조금 불가능하게 들리는 쪼가리들을 처리해준다고 생각한다. 도킨스는 빛과 신선한 공기의 홍수를 일으켜, 갑자기 보게 되었을 때 숨막힐 정도로 눈부신 명징성이 진화의 체계에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말 그대로,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5. 다시 읽어봤나? 그렇다면, 몇 번이나?
그렇다. 한번이나 두번. 하지만 자주 들춰보기도 한다.

6. 처음 읽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나?
그렇다. 진화의 작용은 평상시 세계에 대한 우리들의 직관적 가정과는 영 반대여서, 이해할 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7. 추천할만한가, 아니면 그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가?
아무에게나, 그리고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Douglas Adams, The Salmon of Doubt, 14-15p.

다윈이 어째서 중요한가

Why Darwin matters -Richard Dawkins

다윈이 어째서 중요한가

찰스 다윈에게는 큰 아이디어가 있었다. 분명 사상 최강의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모든 최고의 아이디어들이 그러하듯이, 그것 역시 매우 단순하다. 사실, 그 아이디어는 놀라울 정도로 초보적이고, 눈부시도록 확실해서, 그 이전의 사람들도 그 근처까지 가보았으나 아무도 그것을 제대로 볼 생각조차 못했을 정도이다.

다윈에게는 다른 훌륭한 아이디어들도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산호초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그의 독창적이면서도 대체로 옳았던 이론이 그러했다. 하지만 생물학의 나머지 부분이 말이 되도록 해주는 지배 법칙이자 인도 원리를 제공한 것은, 『종의 기원』에 실린 자연선택이라는 그의 큰 아이디어였다. 그 차갑고 아름다운 논리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자연선택의 설명력은 이 행성 위의 생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제안된 이론 중에, 원리상으로조차, 모든 행성 위의 생명을 설명해주는 유일한 것이다. 우주 다른 곳에 생명이 존재한다면(나는 아마 그럴 거라고 보는데),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어떤 변형이 그 생명 존재의 기반으로 밝혀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다윈의 이론은 외계 생명이 아무리 이상하고 낯설고 기묘할지라도 (그리고 나는 아마도 그것이 상상 이상으로 기묘할 것이라고 보는데) 똑같이 잘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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