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22

이런 책을 이제야 읽다니. 괜히 누군가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화 한다면 제목은 “요사리안, 군대에 가다”가 어떨까. 어릴 때 “어니스트, 학교에 가다” 이런 거 좋아했었는데. 대충 그런 삘로. 읽기가 약간 힘들어서 번역탓인가 했는데, 원래 문체부터도 좀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느낌인 듯하다. 아무렴 어때.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 울다가 웃다가 엉덩이에 X나게 해주는 책임. ㅇㅇ

그냥 인상깊었던 한 단락만 퍼다 놓기로 함.

요사리안은 역시 추워서, 걷잡을 수 없이 떨었다. 스노든이 더러운 바닥에 온통 쏟아놓은 흉측한 비밀을 허탈하게 내려다보면서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의 창자가 전하는 뜻을 이해하기는 간단했다. 인간이란 물질이다. 이것이 스노든의 비밀이었다. 창문에서 던지면 그는 떨어지리라, 불을 붙이면 그는 타버리리라, 그를 묻어버리면 그는 다른 쓰레기나 마찬가지로 썩으리라. 영혼이 사라지면 인간은 쓰레기이다. 그것이 스노든의 비밀이었다. 모두가 곪았다.

“난 추워요.” 스노든이 말했다. “난 추워요.”

“어이, 어이.” 요사리안이 말했다. “어이, 어이.” 그는 스노든의 낙하산 줄을 당겨서 하얀 나일론 천으로 그의 몸을 덮었다.

“난 추워요.”

“어이, 어이.”

무신론자가 아니라 어떤 특정 종교의 신자가 된다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어이, 어이.”가 아닌, 원래 멋지고 경건하고 심오한 뜻에 기원을 두고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어이, 어이.”와 완전히 똑같은, 보다 형식화된 표준 문구를 되뇌일 수 있다는 뜻이겠지.

간혹, 저렇게 말문이 막힐만한 상황에서는, 누가 버튼이라도 꾹 누른 듯 튀어나오는 그 주절거림이 부러울 때가 있기도 하다.. 종교들이, 장례식처럼, 살면서 몇 번 안 치르는 상황들에 유난히 특화되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난처함을 해소해주는 좋은 틈막이로서의 종교 가설’이라고 해두자. ㅋㅋ

그건 그렇고 오르라는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식스핏언더에 아서 역으로 나왔던 배우가 자꾸만 연상됐는데, 지금 찾아보니 66년생. 꽥. 완전 동안이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