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생물-쉬어가는 페이지: 인소 이야기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스페인의 한 모험가가 태평양의 어느 섬에서 야만인들에게 사육 되고 있던 몇 마리의 인소들을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당시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오늘날 그 발견은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보다도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소들을 최초로 발견한 선장은 인소들의 흰 피부와 푸른 눈동자를 가진 큰 눈을 보고, 이들이 침몰한 선박에서 표류하다가 야만인들에게 납치 당한 백인들일 거라고 오해하고는 크게 분노하였습니다. 그래서 직접 선내의 전 병력을 지휘하여 섬 안의 야만인들을 모두 학살하고 그들의 손으로부터 최초의 인소들을 구출하게 됩니다.

포로로 잡은 야만인들의 몸짓을 통해 이러한 인소들이 그 근처에 있는 수십 개의 섬들 전역에 걸쳐서 가축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선장은 당장 항해를 중단하고 뱃머리를 돌려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본국의 왕을 설득하여 야만에 맞서 전세계에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리라는 기독교 문명의 사명을 품고,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함대를 이끌고 나서게 됩니다.

물론 최초의 몇 마리를 본국으로 데리고 오는 도중에, 그리고 데리고 온 뒤에도, 인소들에게서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띄기는 했습니다. 인소들에게 아무리 말을 시켜봐도 그것들은 사람의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도 들어보았을, 우물거리는 소리를 가끔씩 내기는 했지만, 알려진 주변 국가들의 어떠한 언어도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야만인들의 오랜 비인도적 취급에 대한 마음의 상처 때문이라고 여겨지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유별난 관심을 좀 끌었던 것은 그들의 생식기였습니다. 최초 구출된 몇 마리 중에 단 한 마리밖에 없었던 수컷 인소의 거대한 고환가 성기가 귀족들과 고위 성직자들의 은밀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들의 종교적 윤리관에 따라 이 사실을 공공연히 입에 담는 것은 금기시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종교적 금기만 아니었더라면, 다른 암컷들의 생식기 역시 그 수컷의 생식기에 알맞을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는 사실이, 각자 개인적으로 그 사실을 발견했던 귀족 남성들에 의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세간에 회자될 때 쯤에는, 이미 토벌 함대가 바다를 떠난지 몇 주나 지난 뒤였습니다.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사명감으로 달아오른 함대의 출격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인소들이 인간이라는 사실에 큰 의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천, 수만에 달하는 야만인들을 모조리 학살하고, 수천에 달하는 인소들을 구출하여 본국으로 데려오면서, 최초의 개선 분위기와 축제 분위기는 점차 이 미지의 동물에 대한 의심과 공포로 바뀌어 갔습니다. 새로 데리고 온 수천 마리의 인소들 중에도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인소가 단 한 마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컷들의 생식기는 하나 같이 비정상적으로 컸고, 암컷들 역시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함대가 최초로 구출해온 인소들 중에는 임신중이던 암컷이 있었는데, 함대가 귀국하던 중에 선내에서 인소를 출산하였으나, 그 신생아가 본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선내를 걸어돌아다니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수 년 동안 그 신생 인소에게 인간의 말을 가르치려는 노력 또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일이 년이 지나자 인소와 인간 사이에는 후손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경험적으로 밝혀지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중들의 여론은 날로 악화되었고, 신체 구조가 인간과 상당히 다르다는 해부학적 증거들도 발견되었습니다. 몇 년 후 인소는 신이 빚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가 신을 흉내내어 만들어낸 짐승이라는 교회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기에 이릅니다. 숫컷 성체들의 머리에서 발견되는 뿔의 흔적이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후 인소들은 아프리카에서 생포해온 흑인 노예와 함께 숙식을 함께 하며 백인들로부터 값싸고 부리기 쉬운 노동력으로 수백 년 동안 착취 당했습니다. 다만 흑인들은 문명국의 인간들과 후손을 보는 것이 가능했으며,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의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소들은 여전히 인소들끼리만 생식이 가능했으며 인간적 지성의 징후는 그 후에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소는 노동력으로서도 흑인들보다 선호되었습니다. 초식 특성과 성체가 되는 데 이르는 기간이 흑인들보다 훨씬 짧다는 것도 그러한 인기에 한 몫 했습니다. 흑인 노예들이 인간으로서 인정을 받고 함께 살아가게 된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인소들은 인간 사회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흑인 해방에는 인소들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소들은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인류의 사촌 동물들보다도 훨씬 더 먼 옛날에 갈라져나온, 소과의 동물이라는 것이 유전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진화학자들은 수렴진화의 탁월한 교과서적 예로서 인소의 품종개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립된 환경에서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 살아오면서 자연적 돌연변이를 통해, 그리고 태평양 야만인들의 품종 개량을 통해, 인간과 구분이 힘들 정도로 비슷한 외양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시에 멸망한 태평양 문명에서 출토되고 있는 고고학적 증거들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불과 수만 년 전만 해도 네 발로 걸어다니던 털복숭이 인소들이, 두 발로 걸어다니는 데까지 불과 수천 년, 그리고 인간과 비슷한 골격과 피부를 갖게 되는 데까지 또 다시 수백 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는 당시 멸망한 문명이 적어도 수만 년전부터 품종 개량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가지고, 소들의 인간화라는 뚜렷한 목표를 위해 인소들을 사육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인소들이 가진 빠른 적응 특성입니다. 돌연변이가 잦은 인소들의 품종 개량은 불과 몇 세대만에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태평양 문명의 품종 개량 결과인지 아니면 그 이전에도 가지고 있던 특성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이는 유용한 특성임에 틀림 없습니다. 멸망한 원주민들이 인소들을 만들어낸 이유가, 실용적 목적 때문이었는지 종교적 맹목 때문이었는지는 이제 분명하지 않지만, 적어도 오늘날 그 실용성은 현대 사회를 원활하게 작동시켜주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인소들은 사회의 각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인소들의 타고난 순종적인 특성에, 인간과 거의 동일한 신체 구조 덕분에 인소들의 활용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현재 유일하게 활용이 어려운 분야는 지적 노동이 필요한 영역들 뿐입니다. 그 외에는, 인간을 배치하기에 너무 위험하거나 더러운 일에 전문적으로 특화된 인소들이 각 생산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수백 년 전부터 매춘을 위해 외모와 생식기 쪽이 특화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인소들이 제공하는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노동력이, 자칫하면 인권 유린의 장이 될 뻔 했던 사회 각 분야에서 인간들을 자유롭게 해방시켜주었습니다. 또한 인소들은 그 고기 또한 보통의 소들보다 훨씬 부드럽고 맛있으면서도 영양이 풍부해서 오늘날 전세계 식단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인소 새끼의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나, 젖인소의 젖으로 만드는 유제품들도 품질이 매우 좋습니다.

최초에 매춘을 위해 특화되었던 품종들의 경우, 최근 실제 인간을 넘어서는 그 초자극적 아름다움이 광고계를 넘어 연예계 일반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미 길거리나 잡지에서 볼 수 있는 각종 화장품이나 의류 광고용 스틸 사진들은 늘씬한 전문 인소 모델들이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일부 빼어난 아름다움을 가진 인소들은 고유의 이름까지 가지고 전문 에이전시에 의해 사육되며 고급 사료를 공급받으며 전문 의료진의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인소들은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말은 못하지만, 컴퓨터 그래픽과 더빙 기술의 발달로 가수와 연기자로까지 그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에는 인소 유전자에 인간 언어 유전자를 삽입하여 인소와 사람간에 대화를 가능하게 하려는 개량 노력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과학자들은 최근 수백년째 정체되어있던 인소들의 지능을 높이는 데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소들의 적응력을 고려할 때 앞으로 개량과 응용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리라고 여겨집니다.

여러분들도 집에 있는 인소들을 앞으로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각자 생각해 보세요.

저것은 인간이 아니에요!

검사는 피고의 인간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저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저것으로 인해 이백칠십구 명에 달하는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당했으며,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지금 피고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가진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당장 해체할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비록 신체의 모든 부분을 기계로 대체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고를 인간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체 보조기구 사용자 차별방지법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게다가 피고는 지금 군복무 시절 장착했던 군사용 부품들은 물론이고 탈영 후 불법으로 개조했던 부품들도 전부 의료용 표준 부품들로 교체하여, 더 이상은 보통 사람 평균 정도의 힘밖에는 쓰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저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날 수도 없고, 실탄을 발사할 수도 없으며, 방사능을 뿜어낼 수도 없는, 어느 모로 보나 평범한 한 명의 인간일 뿐입니다!”

금속성이 번쩍거리는 두개골의 네 방향에 달린 눈-조리개를 보며 배심원들은 그 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입 대신 스피커가 달려 있는 데다가 표정근은 물론 피부 조차 없는 얼굴인지라 아무런 표정을 지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저 금속 해골이 왠지 웃고 있는 것만 같아 꺼림칙해졌다. 도색조차 싸구려인 실리콘 재질의 전신 보조기구 위에 덩그라니 얹혀있는 이 금속성 머리통을 아무 것도 모른 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왠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그의 범행을 낱낱이 알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그 기묘한 모습이 어째서인지 더욱 큰 공포심을 자아낼 뿐이었다.

“피고에게 달려있던 살상 무기들은 국가가 필요에 의해 달아줬던 것입니다. 이제 와서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같은 장비를 달고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현직 군인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변호인은 흥분하여 외쳤다. 그러나 검사 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저것은 탈영 후 불법으로 장착한 방사능 무기 사용을 위해 자신의 두뇌까지도 컴퓨터 칩으로 교체했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저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검사는 피고로 앉아있는 전직 군인-살인마-피고의 두뇌 회로 사진을 펼쳐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새로운 몸을 달기 직전 작동을 정지한 상태에서 금속 두개골을 열고 찍은 증거사진이었다.

“자신의 기억과 성격을 칩에 이식했을 때, 국제법의 보호를 받는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 것입니다. 법원이 내릴 판결은 걸어다니는 살상 무기의 분해이지 인간의 사형이 아닙니다.”

이어지는 공방 끝에 판결문이 나왔다.

“… 이상 두뇌까지 무기물로 교체한 피고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바, 피고는 더 이상 피고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저 물건에 대하여 재조립이 불가능한 분해를 명하는 바입니다. 특히 두뇌 칩은 따로 꺼내어 물리적인 방법으로 파기할 것을 명령합니다.”

“판결에 이의 있습니다! 무기물 두뇌는 아직 논란 중에 있습니다! 사형은 이미 전세계에서 폐지되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UN이 정한 세계 헌법에 위배됩니다!”
변호인이 극도로 흥분하여 쇳소리를 내며 외쳐댔다. 판결문이 나온 지금에 와서 이의 제기는 소용이 없다는 걸 머리 속에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매달릴 것은 이제 이것-법원 속기 기록-밖에 남지 않았다. 판사는 엄중한 태도로 판결문의 요지를 반복하여 말했다.

“최초에 피고였던 저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바, 이것은 UN이 금한 사형이 아니라 분해일 뿐입니다. 이의는 기각합니다.”

그 순간이었다.

“자동 폭파 장치 가동. 남은 시간 120초. 119초. 118초. 117초. 116초. 115초…”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달린 스피커로부터 기계음이 들려왔다. 뉴스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였다. 방청객들과 배심원들이 혼비백산 비명을 지르면서 출구 쪽으로 달려나갔다. 이 사상 최악의 흉악범, 아니 이 사상 최악의 흉물이 검사과정에서도 탐지되지 않는 자폭 장치를 머리 어딘가에 숨겨둔 모양이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니 개뿔 같은 소리!

“100초. 99초. 98초. 97초. 96초.”

기계음과 함께 네 개의 조리개가 1초에 한번씩 깜빡였다. 법정 건물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42초. 41초. 40초…”

이제 건물 전체가 비었다. 영문 모를 혼란을 틈타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불을 붙이고 있던 사기 용의자 한 명과, 막 뛰쳐나가고 있는 두 명의 경비원들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대피했다.

3분, 5분, 10분이 흘렀다. 기계음이 말했던 시간이 훨씬 지났다. 아무런 폭발음도 들리지 않았다. 자폭 카운트다운은 탈옥을 위한 흉물의 속임수였을까? 하지만 그가 새로 장착한 실리콘 몸으로 볼썽 사납게 뛰어나오는 장면은 목격되지 않았다. 불발된 것일까? 폭발의 규모가 작았던 걸까? 대피한 사람들은 저마다 온갖 가설들을 내세우며 웅성거렸다.

그리고, 30분 후 마침내 폭발물 제거반이 들어갔을 때, 그 흉물의 머리 뚜껑은 열려 있었고, 두뇌칩은 싸구려 실리콘 주먹 아래에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재미있는 책이에요. 기회가 닿으시거든, 모쪼록 꼭 읽어보세요.

127-128쪽. 1부 마지막 부분.
회의주의자들은 우리가 이미 엉터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폭로하기를 즐기는 대단히 인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추론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일이 재미있기는 해도, 그게 전부는 아니다. 회의주의자이자 비판적 사고자인 우리는 감정적인 대응을 넘어서야만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잘못 사고하게 되는지, 과학이 어떤 식으로 사회적 통제와 문화적 영향을 받는지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이 세계의 운행 방식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학뿐만 아니라 사이비 과학의 역사까지 이해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운동들의 전개 양상을 보다 큰 그림으로 그려 보면, 그리고 그네들의 사고가 어떻게 잘못되어 갔는지를 헤아려 보면, 우리는 그들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가 이 점을 가장 훌륭하게 말해 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쉬지 않고 노력해 온 목적은 사람의 행동을 조롱하기 위해서도, 통탄하기 위해서도, 모욕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바로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회의주의자가 까발리는 사기와 자기기만의 세계 이야기를 듣고 나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죠. ‘바보 멍청이라서’라는 답이 당장 떠오르지만, 저자가 스피노자를 인용하면서까지 밝히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고, 우리도 비슷한 상황에 빠지면 얼마든지 똑같은 짓을 저지를 수가 있다는 것이겠죠. 뒤에 홀로코스트 부정론자 얘기하면서 홀로코스트 얘기가 나올 땐 정말 슬펐어요. 꼭 홀로코스트가 아니라도 그렇게 무서운 얘기를 들으면 마찬가지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그 놈들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가장 쉽고 편하겠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이 빠진 오류에 대해 주로 다루는 책이지만,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사람들이 빠진 오류(그것을 오류라고 부를 수 있다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손가락질이 아니라 바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일 거에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