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쟈니, 전장에 가다

달튼 트럼보는 『쟈니, 전장에 가다Johnny Got His Gun』를 썼습니다. 그 때문에 트럼보는 매카시 시대 때 블랙리스트에 올라 감옥까지 끌려갔습니다. 한동안 그의 이름으로는 어떤 글도 쓸 수 없었죠. 그런데 선생님은 왜 이 책을 학생들에게 필독서로 권장하셨습니까?

예술작품이 재미없는 강의보다 핵심을 정확히 전달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 책을 필독서로 선정한 겁니다. 나는 전쟁을 주제로 10회에 걸쳐 강의 하면서 매번 전쟁을 반대하는 내 감정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어떤 학생이 하룻밤에 『쟈니, 전장에 가다』를 읽고 받은 충격이 열 번의 강의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달튼 트럼보는 전쟁의 잔혹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팔다리를 모두 잃고 눈과 귀까지 멀고, 모든 감각마저 잃어버린 채 숨만 겨우 붙어 있는 군인이 전장에서 발견됩니다. 그야말로 심장이 뛰는 상반신과 뇌만 남은 군인이었습니다. 이 군인은 전장에서 구출되어 병원으로 옮겨지고 침대에 눕혀집니다. 이 소설은 이 군인이게 남은 뇌의 기능과 생각으로 꾸며졌습니다. 소설은 두 가지 얘기로 전개됩니다. 하나는 상반신만 남은 군인의 생각입니다. 그는 생각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의 과거와 삶, 그가 살았던 작은 마을, 여자 친구, 그를 대대적으로 배웅하며 전장으로 보낸 마을 시장,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전투……. 그는 이 모든 것을 떠올리며 하나씩 생각합니다.

그와 동시에 병상에 누운 채 바깥세상과 의사소통할 방법을 궁리합니다.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합니다. 감각 기능도 상실해서 진동만 겨우 느낄 수 있습니다. 햇살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햇살의 따뜻함과 저녁의 서늘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감각만으로 그는 머릿속으로 달력을 만들어갑니다. 마침내 그에게 동정심을 가진 간호사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다행히 간호사는 영리해서 그가 머리를 가구에 부딪치면서 전달하려는 게 뭔지를 알아챕니다. 그는 머리를 가구에 부딪침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하고 간호사는 그 메시지를 해독합니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얘기를 나눕니다.

군 고위층이 그에게 훈장을 주려고 병원을 찾으면서 소설은 클라이맥스로 치닫습니다. 간호사를 통해서 그들은 그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는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뭘까?” 그는 머리를 가구에 부딪치며 암호로 대답합니다. 그들에게 원하는 걸 말합니다. 물론 그가 원하는 걸 그들은 줄 수 없습니다. 그에게 팔과 다리를 어떻게 줄 수 있고, 잃어버린 시력을 어떻게 회복시켜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는 그들에게 학교와 교실, 교회 등 사람이 있는 곳, 어린아이들이 있는 곳에 데려다달라고 부탁합니다. 그 자신을 가리키며 그게 전쟁이라 말하고 싶다면서요. 하지만 그들은 규정에 어긋나므로 그런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들은 그가 잊혀지길 바랍니다.

우리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지배계급은 우리가 군인들을 잊기를 바랍니다. 지배계급은 다리를 잃고, 팔을 잃고, 시력을 잃은 채 전쟁터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잊어버리고 싶어 합니다. 『쟈니, 전장에 가다』의 주인공만큼 전쟁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어떤 식으로든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워드 진.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132-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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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일어날 수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서는 안 되었던 어처구니 없는 사건. 가족 분들께는 애도를…

전에도 말했듯이 군대는 인간을 살인기계로 거듭나게 만드는 곳이다. 여기서 기계라 함은 특정 자극에 그저 단순하게 반응만 한다는 의미이다.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복잡한 고민이 요구되지 않으며 미리 입력된대로만 하면 되고, 해야 된다는 얘기.

그 중에서도 초병 근무는, “수하 불응시 발포”라는 최고로 간단한 자극-반응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얼굴을 아는 대대장이 와도 똑같이 반응했더니 포상휴가를 주더라는 전래동화마저 있지 않던가! 아마도 이 때문에 탈 것이 아닌 인간 대체형 로봇으로서는 가장 먼저 개발되어 만들어지고 있는 듯.

그러니까. 북한의 초병에게 인간으로서의 상식적 대응을 기대하기 전에, 이미 시제품이 슬슬 나오고 있는 로봇 초병을 떠올려보자. 미국에서는 인명(이라고 쓰고 인건비라고 읽는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에서는 아마도 국익창출(이라고 쓰고 수출 전 클로즈드베타라고 읽는다.)을 위해 개발 중인 걸로 알고 있다.

그나저나 아직까지 로봇이 군인을 대체하지 못한 것은 100% 돈 때문임. 어떤 나라든 제 정신이라면, 단가만 맞으면 모든 군인을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 확실. 이미 상당부분 이루어져 있기도 하고.

나는 이것이 궁금하다. 멀쩡한 사람에게도 사람다운 반응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안달인 마당에, 과연 이 로봇 초병에게 어느 나라의 국방부가, 단가 상승은 차치하고서라도(ATOM을 쓰자.), 여자나 아이, 대대장을 알아보고 반응을 달리할 정도로 복잡한 인공지능을 달아주고 싶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