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순서에 따른 정치적 태도

파시스트와 절대군주제주의자들

396쪽. 파시스트와 절대군주제주의자들

영국의 심리학자 한스 이젠크는 정치사상의 2차원 모형을 주창했다. 그는 보수주의/자유주의 차원 말고도 정치적 태도를 평가하는 수단으로 박약/완고 차원을 제안했다. 이젠크의 모형은 정치적 목표와 전술 사이의 구분을 강조한다. 완고한 개인들은 단호한 정치적 행동을 선호한다. 완고한 개인들이 보수주의 정치를 신봉할 경우 그들은 통상 법과 질서, 강력한 군대, 사형 제도의 필요성을 지지한다. (생략) 보수주의든 자유주의든 완고한 개인들은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명제에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프랭크 설로웨이, 타고난 반항아, 393-394쪽.

전에 사형제도 얘기하면서 알기 쉬운 예시로 인종 차별 얘기 좀 꺼냈던 적 있는데, 일면 비슷하다고 한 것을 가지고 똑같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아들었는지, 인종차별은 반대하지만 사형은 찬성하는 사람 기분을 좀 상하게 했던 것 같아서, 내가 좀 심했나 싶은 기분이 든 적이 있다.

근데 책을 읽다가 위와 같은 도표를 읽고 나니, 까짓거 뭐 비유인데, 따지고 보면 못알아듣는 사람이 더 문제인 거고, 너무 식상하기 짝이 없는 비유였던 듯도 싶어서, 기왕 하는 비유 앞으로는 좀 덜 식상하고 상큼한 예시를 좀더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저 도표를 참고하려고 했는데, 강제병역은 아직 예로 삼기엔 한국사회에서 사형제도와 비슷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다음 번에는 유대인이나 파시스트, 아니면 절대 군주제를 써먹어 보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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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입장

입장을 밝히는 블로그를 운영하리라 마음 먹었으니 일단 밝혀둡니다.
혹시 읽다가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시더라도 때리지 말고 말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굽신굽신.

귀찮으신 분들을 위한 한줄 요약:
친구놈이 넌 왠지 촛불집회 나갔을 거 같다 그러길래, 아직은 안 나갔다고 그랬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저는 미국산 소고기의 한국 수입에 딱히 반대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한미FTA에도 딱히 반대한다고 보기 좀 그렇습니다. 반대급부나 대책이 부족한 졸속 협상과 졸속 타결에는 당근 반대합니다만, 이미 외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되고 타결된 것을 어떻게든 도로 홀랑 뒤집어야만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까지 격하게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복덕방 장기판에도 무르기는 없기 때문입니다. 재협상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신 내어줄 무언가-아마도 더 큰-를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도, 한번 줬으면 땡이었어요. 미국이 호구도 아니고.

저는 또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지금도 이명박이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래서 이명박을 찍지 않았읍니다만, 어쨌거나 “우리”가 뽑은 적법한 대통령의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쇠고기 수입 조건을 완화해주는 대신에 이명박 통장으로 미국 정부의 뒷돈이 들어왔다는 것이 밝혀지거나 하지 않는 이상, 이번 협상이 탄핵 사유까지는 절대로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고기 협상을 비롯한 외교 행위는 대통령이 적법하게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안에 완전히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말 나온 김에, 저는 사형 제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이명박이 아싸리 사형을 집행한다고 해서 그게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탄핵되었으면 좋겠지만, 그걸 이유로 탄핵하자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 죽이지 않아도 된다면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만, 마찬가지 맥락에서 때리지 않아도 된다면 때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래서 경찰의 과도하고 성급한 폭력 행사에 반대합니다. 공권력의 힘은 매뉴얼에서 나오지 군화발에서 나오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정치적 행동이 괴담에 기반하는 것이 약점이 되듯이, 공권력이 군화발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은 공권력 정당성의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때리라고 있는 곤봉일지라도, 언제 어떻게 누구를 때려야 한다는 것이 엄격하게, 구체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제로 제한되지 않는다면 조폭이 들고 있는 각목이나 빠따랑 뭐가 다르겠습니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공권력의 폭력 사용 자체가 반대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폭력은 공권력의 기반입니다. 기반이 튼튼할수록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법이지만요. 또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의 선례가 쌓이고 쌓일수록 그 기반이 튼튼해지는 것이겠죠.

공자님께서는 세 사람이 가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십만명쯤 모이면 그 중에 반드시 강간범, 주정뱅이, 외계인 등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위대에서 간혹 불거지는 개별 폭력 행위에 좀 더 관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도 그 많은 젊은 남자놈들 중에 막나가는 놈 한둘 없으리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한 일이겠습니다만, 갸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끔 하고, 만약 드러나더라도 막바로 끌어내는 것이야말로, 교육받고 훈련받은 체계적 조직만이 갖출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저 개개인이 모였을 뿐인 시위대가 종종 폭주하는 것은 경찰이 폭주하는 것보다 좀 더 관대하게 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인데, 버스를 탈 때마다, 대체 왜 버스기사들은 신호등과 차선을 안 지키고 과속을 하면서 배차 간격도 안 지키고 운전을 할까- 궁금했습니다. 택시가 그러는 건 쉽게 이해가 갔습니다. 난폭운전이 개인의 이익으로 직결될 테니까요. 하지만 버스 기사가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대체 왜 그럴까 정말 이상했습니다. 처음엔 민족성 탓인가, 성격 탓인가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직결되지 않는 이익을 어거지로 결부시키는 부조리한 원리가 분명히 내재하리라고. 이를 테면, 빨리 갈수록 휴식시간이 늘어난다거나, 늦게 갈수록 월급이 까인다거나 하는. 그 원리를 타파하지 않는 이상, 버스기사들은 영원히 난폭하게 운전할 겁니다.

이 얘기를 왜 하나. 경찰의 폭력진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기 때문입니다. 돌출행동을 하는 개인이 나오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훈련받은 조직이 떼로 그럴 때엔 확실히 배후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겁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 아마도 경찰이 개념을 찾기 전에 시내버스 운행이 얌전해질 것 같습니다…

끝으로- 대선 직후, 저는 앞으로의 몇 년이 좀 불안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대한민국에 확립된 민주주의를 믿…고 있었습니다.

저를 정말로 두렵게 하는 것은 미국 소가 아니라, 이를 테면, 이명박 대통령이 컴맹이라는 것을 핑계로 청와대의 전자문서 시스템인 이지원을 내다버리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사석에서 구두로 결정되는 전근대적 정치로 회귀해버려서, 나중에 이명박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못했나 살펴볼 수 있게 해줄 증거가 애초에 만들어지지조차 않는 것입니다. ㄷㄷㄷ 전 이게 정말로 진짜로 무서워요.

저를 두렵게 하는 것은 또한,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각종 공사 사장 등을 을러대어 물러나고야 말게 하는 정부의 야매질입니다. 이런 것은 제가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견제 장치인 법치주의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5년간 통채로 말아먹는 거야 설마 불가능하겠지만, 얼마나 허물어질지 걱정은 꽤 됩니다.

정치, 종교 관련글 자제?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라던가, 그런 모임에서 운영하는 게시판 등등에서 주로 접해볼 수 있는 문구입니다.

그게 왜 그런 것이냐 하믄, 정치나 종교 관련 얘기는 친목이라는 목적에 맞지 않거든요. 그래서 거꾸로, 딱히 친목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곳에서까지 정치적, 종교적 침묵을 요구하는 것은 좀 오바입니다. 특히나 개인 블로그에서는 뭐 선교 활동을 하든, 정치 알바 노릇을 하든 주인장 맘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오히려, 스무 살 넘은 성인이 정치적, 종교적 입장조차 제대로 서지 않았다는 건 자랑이 아니라 흉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드러내는 블로그를 운영할 것이냐, 감추는 블로그를 운영할 것이냐 하는 건 자기 맘이겠지만.

그나저나 정치, 종교적인 것이 왜 친목이라는 목적에 맞지 않느냐 하믄, 정의상, 정치적, 종교적 어쩌고는 어쨌거나 서로간에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걸랑요.

제 특기가 바로 무리한 도식화인데, ㅋㅋㅋㅋ,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무슨 뜻이냐 하믄, 우선, 정치적인 것-은 주어진 모든 사실들을 각자가 사실로서 받아들이고 나서도 서로간에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로 정치적인 것입니다. (ex. 물이 반이나 찼군요. vs. 물이 반밖에 안 찼군요.) 그래서 정치 얘길 제대로 하려면 대체 어디에서 서로 입장이 갈리는 건지 사실 합의의 상한선을 일단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ex. 이 컵의 용량은 240ml인데, 물이 120ml 들어있음. ㅇㅇ)

그리고 종교적인 것-은 심지어 주어지는 사실들을 받아들이지 않아가면서까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로 종교적인 것입니다. (ex. 이 잔에 든 것은 H2O, 즉 병시나 산소 물이군요. vs. 이 잔에 든것은 물이 아니라 피이니라. vs. 이 잔에 든 것은 무안단물이니라.)

이 얘기를 갑자기 왜 하느냐.
요즘 모기불 통신의 기불이님께서는, 끽해야 쫌 정치적인가? 싶은 이야기를 쓰고 계실 뿐인데(그나마도,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걸 종교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께서 왱알왱알거리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옥탑방의 마야 : 뉴타운, 아무도 속지 않은 사기

저야말로 뭘 알고 쓴 게 아니라,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가해-피해의 각도를 좀 달리해본 것 뿐이었는데, 하늘빛마야님께서 상황을 구체적으로 잘 풀어서 써주셨고, 덧글로도 흥미로운 얘기가 오갔군요. 우왕ㅋ굳ㅋ.

사실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찌질하게 느껴져서 차마 말 못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으니… 저는 사실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에는, 운하를 일종의 뉴타운 개발처럼 여기는 “시골” 사람들의 의지가 적어도 어느 정도는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더랬습니다. 비록 당락을 결정한 요인까지는 못되더라도. ㅡ,.ㅡ (말 나온 김에 다 쏟아내고 가자. 언급 자체가 찌질한 이야기 하나 더: 저는 “개구리 중사 케로로”가 편모 가정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매우 쿨하다고 생각합니다.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아예 안 다루죠. ㅋㅋㅋㅋㅋㅋ)

덧글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던데, 뉴타운 뻥카 공약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농담이 아니라 현금 박치기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이명박, 시장은 오세훈인 상황에서 “우리도 뉴타운” 공약 같은 것은 필패의 전략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인터넷 회사들처럼 “당선시 현금 100만원씩 제공!” 같은 것 말고는 진짜 답이 안 나옵니다. 먼 미래의 복지사회 나부랭이에 대한 희망…보다 비교적 가까운 미래의 시세차익에 대한 희망…보다 더 가까운 것이 즉시 제공되는 현찰 말고 또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부자 동네 재산세 공유” 같은 건 쫌 먹힌 듯. 마치 사교육을 통한 입시 경쟁처럼 상대적 우위 한계 효용의 극한까지 탐하는 뉴타운보다야 차라리 이런 게 낫겠다. 뭔 소리래… 하여튼.) 농담이 아니라, 이거 어떻게든 하지 않는다면, 막장으로 치닫는 테크트리가 벌써부터 눈에 선합니다. 오세훈 시장 임기에 뉴타운이 추진이 안 되면, 모르긴 몰라도 이번에는 같은 당 사람들인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협조하여 뉴타운 추진하겠다는 시장 후보가 나와서 당선될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이거 무슨 나선력도 아니고.

그러니까 서울 민심은 뉴타운으로 장악하고, 지방 민심은 운하로 장악하면 됨. 이건 뭐 완전 백년지대계임. 무슨 재벌 창업자 생가 방문 코스 같은 게 처음엔 우습게만 보였는데, 배용준 닮지도 않은 인형에 안경 씌우고 목도리 감아놓고 일본인 관광객 끌어보자는 동네에서 생활해본 적이 있는지라, 지금은 그게 농담 같지가 않음.

아무리 지역구 단위로 뽑는다지만, 아파트 부녀회장이 아니라 국회의원 뽑는 것인 이상, 이토록 노골적으로 지역 이기주의를 건드려서 당선되는 현상황은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국회의원이 하는 일은 나라 전체를 위한 의정활동”이기도 하니까요;;; 지역 이기주의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저 이기주의 되게 좋아합니다. 자기 이익을 따라 투표한 개별 유권자들이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저라도 그럴 거 같습니다. ‘지역구 의원을 뽑는 것이지만, 나라 전체를 위해서 딴 사람을 뽑아줘야지.’ 따위 망상은 저 같아도 안 합니다. ㅋ 그런 상황을 이용하는 후보들은 원래 그게 하는 일이니 탓할 생각 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나쁜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도 뭔가 잘못되어버린 듯한 현 상황 자체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적절한 제도를 만들 사람들을 잘 뽑으면 되..겠지만, 바로 “그” 제도의 문제입니다! 차라리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죠. 헐. 뭔가 하긴 해야 할 거 같은데 뭘 해야 할 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정말 일본이라도 공격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렇게 시스템이 막장으로 치닫지 않고 잘 돌아가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것은, 적절한 피드백일 겁니다. 의지 표명 차원을 넘어 실제 구라를 깠던 몇 놈은 오함마로 찍어버리는 것이 당선 자체를 취소시키는 것이, 전략적 뻥카…를 넘어선 구라 공약 남발에 적절하게 선을 그어두는 본보기 차원에서도 킹왕짱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돌아가는 꼴이 아무래도 힘들 거 같고. 그렇게 법으로 처리가 안 되면, 최소한 다음에 두고 보자 정도의 상식적 반응이라도 나와야 하겠습니다만, 현재로선 아무래도 유권자들도 공범인 거 같으니, 오히려 뉴타운 공약이 구라였다는 사실이 언론 등에 거론되는 것 자체를 싫어할 거 같고. 역시 묵시록적 버블이 내일이든 백년 뒤든 터져야만 되는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제 머리로는 대충 이렇게 망상적 문제 인식까지밖에 못 가고 탁 막혀버리는지라, 해결책을 내놓을만한 사람, 해결책을 찾고 있는 듯한 사람, 특히 현재로서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사람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왕의 부하들

뉴타운 공약이 사기일까요? 저는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뉴타운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를 찍어준 유권자들은 사기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뉴타운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땅값, 집값은 뜁니다. 그 시장이 원래 그렇습니다. 애시당초 부동산이라는 게, 원래 뛸만하면 뛰는 게 아니라, 뛸 거라고 결정되면 뛰는 거고, 뛸 거라고 결정될 거라고 예상되면 뛰고, 뛸 거라고 결정될 거라고 예상이 되는 듯하면 뛰고, 뭐 그러는 겁니다. 미리미리 뛰는 것인만큼 더 뛰기도 하고 덜 뛰기도 하겠지만, 우쨌거나 뛰기는 뜁니다.

유권자들이 정말 다들 바보라서, 오세훈이랑 같이 사진 찍은 후보를 찍어주기만 하면 뉴타운이 확정되리라고 믿고 뽑아줬을까요?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그게 얼마나 될까요? 선거 끝나고 오세훈이 그런 말 한 적 없다면서 메롱하니까 막바로 열내는 사람들이 아마 그런 분들일 겁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얼마 안 되는 것 같아요.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조용히 시세차익을 즐기면 되는 겁니다. 오세훈이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밝혀지더라도, 그런 공약을 내세운 사람이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기 몫은 챙기는 겁니다. 엎어치나 메치나 거저먹는 장사죠.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천 기술이 있는데, 한 개면 어떻고 세 개면 또 어떻습니까? 뉴타운이 되면 어떻고 안 되면 또 어떻습니까?

그래서 지역구 유권자들은 현재로선 사기의 공범이지 피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모의 선거를 실시하라

  1. 밑에 글을 쓰고 나서 내가 어쩌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역시 군대 시절 부대 근처 투표소로 끄들려 가서 투표를 하고, 일괄적으로 부재자 투표를 하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반성해보게 된 것이 그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_-;;; 내가 뭘 하는 것인 지 전혀 모르는 채로 무언가를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렇다고 중복표기 등으로 기권표를 찍는 기분도 매우 더럽더라. 그러니 별 수 있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수밖에. (-_-) (_-_) (-_-)
  2. 그렇다면, 투표를 의무화하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말했듯이 그건 또 싫다. 다 큰 어른들이 투표를 할지 말지는 뭐 자기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싫다는 사람까지 억지로 끌어올 일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슨 분단국가 국방의 의무도 아니고… 사실, 내 기본 입장과 일관적인 정답 결론은, 군대에서조차 부재자 투표를 일괄적으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사람은 할 수 있게끔 창구를 마련해주는 것일 테다.
  3. 1의 깨달음과 2 입장의 고수가 빚어내는 내적 모순이 나로 하여금 “중고등학생의 모의 선거”라는 일견 어이없는 발상에까지 이르게 하였으니… (덤으로, 난 중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대체 뭘 배웠나 하는 개인적인 안타까움도 해소된다.)
  4. 중고등학생들에게 사회/정치 수업의 일환으로 총선이나 대선, 아니면 지역의회 선거, 교육감 등등등을 뽑는 선거를 적당히 시킨다면 최고로 많아봤자 일년에 한번 꼴일 거다.
  5. 그렇다고 중고등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니까, 그 표까지 동시에 개표하여 실제 선거에 반영할 필요는 없다. 그냥 대충 학급별 학교별로 교사 지도하에 실시하면 됨. -_-; 이를 테면 교육적 차원에서 모의 선거를 시켜보자는 거지. 실제 선거와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도 없고, 좀 일찍 하거나 나중에 해도 되고 뭐. 전국적으로 집계해서 어른들도 함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할 거다.
  6. 수업 시간 몇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하여 특정 후보 찬조연설;;;이라던가 정책이나 후보에 대한 찬반 토론 따위를 시켜보는 것도 매우 교육적일 것이다.
  7. 이런 수업을 한 세대에 걸쳐서 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뭔가 바뀌어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음.
  8. 물론 이 “모의선거 수업”을 위한 홍보 문구는, “시사 면접 및 논술 대비”로 해야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거 얘기

  1. 높은 기권율을 성토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던데, 왠지 만약 기권자들이 투표만 했다면 다들 자기편이 되었을 것이라고 섣불리 가정하고들 있는 것 같다. ㅡ,.ㅡ 그건 그렇다 치고, 기권한 사람들은 “알아서들 하셔~”라는 확실한 의사 표현을 한 거라고 봄. 이걸 의무화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함. 하고 싶은 사람이 못하는 일이 없게끔 확실하게 보장만 해주면 됐지.
  2. 요즘 여론조사는 매우 정확해서, 조사해보고 차이가 충분히 크면 사실 선거 자체를 안 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_-; 하물며 개개인의 투표야 말할 것도 없지. 눈대중으로 봐도 저 쪽에 사람이 훨씬 많은데 줄다리기 줄을 어디 한번 힘껏 당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겠삼? 괜히 손만 까지지.
  3. 나도 어릴 때 기권한 적 있는데,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군대 갈 때까지 정치라고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다. (야당은 야한 당, 여당은 여자 당인 줄 알았음. ㄳ) 그런 애한테 기권하지 말라고 해봤자 뭔 의견이 있었겠수. 대충 1번이나 찍겠지. 현실이 배제된 초중고교교육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였다고 할 수 있겠음.
  4. 그때의 나처럼 정말 몰라서 “알아서들 하셔~”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초큼 부러운 건, 나라가 어찌 되든 정말로 아무 상관이 없어서 “알아서들 하셔~”하시는 분들이다. 이를 테면, 갑부. 뭐가 어떻게 되든 정말로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다. 운하를 파든말든 가진 땅 중에 운하 예정지 근처에도 땅이 있던가, 없던가? 건강보험 그까짓거 돈 많이 내면 그만이고. 진짜 최악의 경우에도 해외로 뜨면 되지 뭐. 선진국의 투표율이 낮아지는 데에는 이런 요인도 꽤 있지 않을까?
  5. 대체로 무해한, 몰라서 알아서들 하셔~ 하고 기권해버리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해로운 사람들은 뭐가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를 테면 옛날옛적 melona횽의 DNA 검증 낚시에 줄줄이 걸린 황빠 같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선거 때라고 어디 갔겠어? 한두 가지 키워드만 눈에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스위치가 켜지는 사람들이 무섭다.
  6. 세포 내 분자 단위로 인체에 작용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약물들은, 현실에 적용되기 전에, 인과관계에 대한 철저한 실험을 통해 검증되고 있다. 사람에게 인지되는 효과와 실제 효과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거든.그런데, 지방자치 단위나 국가 단위로 사회에 작용하는 법 제도를 만들 대리인을 뽑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선거는, 현재 어떤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정력이 불끈불끈!”, “뉴타운 유치하겠습니다!”, “기적의 항암치료제!”, “전재산을 기부하겠습니다!”
  7. 과연 이 배는 문경새재를 넘고야 말 것인가!
  8. 만약 친기업적 대통령께서 친히 법인에도 투표권을 하사하시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법인도 세금을 내니까 참정권이 있다는 논리로… ㅋ
  9.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까 3만원밖에 안 한다. 역시 삽은 손에 익은 걸 써야지. 처음 써보시는 분들께도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