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얘기

  1. 높은 기권율을 성토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던데, 왠지 만약 기권자들이 투표만 했다면 다들 자기편이 되었을 것이라고 섣불리 가정하고들 있는 것 같다. ㅡ,.ㅡ 그건 그렇다 치고, 기권한 사람들은 “알아서들 하셔~”라는 확실한 의사 표현을 한 거라고 봄. 이걸 의무화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함. 하고 싶은 사람이 못하는 일이 없게끔 확실하게 보장만 해주면 됐지.
  2. 요즘 여론조사는 매우 정확해서, 조사해보고 차이가 충분히 크면 사실 선거 자체를 안 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_-; 하물며 개개인의 투표야 말할 것도 없지. 눈대중으로 봐도 저 쪽에 사람이 훨씬 많은데 줄다리기 줄을 어디 한번 힘껏 당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겠삼? 괜히 손만 까지지.
  3. 나도 어릴 때 기권한 적 있는데,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군대 갈 때까지 정치라고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다. (야당은 야한 당, 여당은 여자 당인 줄 알았음. ㄳ) 그런 애한테 기권하지 말라고 해봤자 뭔 의견이 있었겠수. 대충 1번이나 찍겠지. 현실이 배제된 초중고교교육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였다고 할 수 있겠음.
  4. 그때의 나처럼 정말 몰라서 “알아서들 하셔~”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초큼 부러운 건, 나라가 어찌 되든 정말로 아무 상관이 없어서 “알아서들 하셔~”하시는 분들이다. 이를 테면, 갑부. 뭐가 어떻게 되든 정말로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다. 운하를 파든말든 가진 땅 중에 운하 예정지 근처에도 땅이 있던가, 없던가? 건강보험 그까짓거 돈 많이 내면 그만이고. 진짜 최악의 경우에도 해외로 뜨면 되지 뭐. 선진국의 투표율이 낮아지는 데에는 이런 요인도 꽤 있지 않을까?
  5. 대체로 무해한, 몰라서 알아서들 하셔~ 하고 기권해버리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해로운 사람들은 뭐가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를 테면 옛날옛적 melona횽의 DNA 검증 낚시에 줄줄이 걸린 황빠 같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선거 때라고 어디 갔겠어? 한두 가지 키워드만 눈에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스위치가 켜지는 사람들이 무섭다.
  6. 세포 내 분자 단위로 인체에 작용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약물들은, 현실에 적용되기 전에, 인과관계에 대한 철저한 실험을 통해 검증되고 있다. 사람에게 인지되는 효과와 실제 효과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거든.그런데, 지방자치 단위나 국가 단위로 사회에 작용하는 법 제도를 만들 대리인을 뽑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선거는, 현재 어떤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정력이 불끈불끈!”, “뉴타운 유치하겠습니다!”, “기적의 항암치료제!”, “전재산을 기부하겠습니다!”
  7. 과연 이 배는 문경새재를 넘고야 말 것인가!
  8. 만약 친기업적 대통령께서 친히 법인에도 투표권을 하사하시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법인도 세금을 내니까 참정권이 있다는 논리로… ㅋ
  9.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까 3만원밖에 안 한다. 역시 삽은 손에 익은 걸 써야지. 처음 써보시는 분들께도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