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의 게임

한 줄 요약: 해리 포터 + 스타쉽 트루퍼스

칭찬이기도 하고 흉보는 것이기도 한데, 어쨌거나 칭찬 > 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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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SF

제 맘대로, 순정SF라는 SF의 하위 장르가 있습니다. 이 장르는 주로 여성 순정 만화가들에 의해, 눈 크고 기럭지 긴 꽃미남 꽃미녀만 드글거리는 이른바 순정만화체로 그려지는 만화 형태로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순정SF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만화보다 드물지만 종종 소설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장르를 가리키는 순정 SF라는 조어는 사실 SF 순정이라고 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순정이 가미된 SF가 아니라 SF가 가미된 순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부 활극과 거의 똑같지만 총 대신 레이저를 쏘고 말 대신 우주선을 탈 뿐인 SF 활극의 경우처럼, 순정 SF의 SF 역시 대개 그냥 폼입니다. 독창적인 SF적 상상력이 가미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주로 닳고 닳은 설정들만 따온다는 점에서 그 장르적 정체성이 분명해지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을 접하고 나면, 아뿔싸 또 낚였구나-하는 기분에 휩싸이곤 합니다. (참고로 최근 영국의 토치우드라는 드라마는, BL SF라는 신장르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디씨 영드갤로… -_-;;;;;;;)

※ 비슷한 예로는 역시 제 맘대로, 게임 SF가 있습니다. 게임 시나리오 작가들이 애용하는, 마치 자판기 뿅뿅 눌러 뽑아낸 듯한 SF 스토리를 일컫습니다. 이 중 괜찮은 건 폼나게 영화화되곤 하며, 게임 원작 없이 곧장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스타워즈와 디워

스타워즈 4, 5, 6을 보면서- 재미는 디지게 없었지만, 그래도 “SF”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니 졸음을 꾹 참고…라기보다는 잠들어서 못 본 부분부터 다시 보고 또 다시 봐가면서 마침내 끝까지 봐줬습니다.

고행을 마치고 산뜻한 기분으로 스타워즈 1, 2, 3을 보면서-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이게 뭐야. 화면발만 좀 좋아지고 영화를 똑같이 만들어놨네? 버럭버럭. 아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21세기에 영화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 건가염.

다이하드 시리즈도 성장했고, 에이리언 시리즈는 아예 새로 만들 때마다 변태를 했고, 심지어 그 뻔한 007마저도 환골탈태했는데! 스타워즈 4, 5, 6이 북두의 권이라면, 1, 2, 3은 베르세르크 정도는 세련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사람이 발전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발전이. 그래픽만 좋아지면 다야? 사운드만 빵빵해지면 다야? 앙?
하는 배신감에 부글부글 끓었으나, 곧 평정심을 되찾고, 아냐 죠지 루카스 횽아가 그렇게 못된 사람은 아닐거야, 옛날 스타워즈에 열광하던 팬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을 준 걸테지. 나야 그런 향수 없이 눈만 높아졌으니까 화딱지가 나는 거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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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치우드

Doctor who의 스핀오프 시리즈, Torchwood(Doctor who의 애너그램이다.)를 이제야 다봤다.
누가 알아주겠냐마는 여기서 살짝 공개하자면 시즌 전반부 자막을 번역해서 디씨에 올렸던 색초재ㅐㅇ이 바로 나다. v-_-V
기운 넘치고 시간 남고 삘 받으면 익명으로 자막 번역을 하곤 했는데, 이제 그런 에네르기는 닌텐도ds가 다 빨아먹고 있다. 요망한 것!
네이트 어디에서 자막을 착착 잘 만드는 것 같길래 안심하고 그만뒀었는데, 후반부 한글 자막은 안 나온 듯? 못 찾겠네, 쩝쩝.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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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 h2g2 – Tea

이것도 얼마 전 읽었던 책인 The Salmon of Doubt에 실린 글인데, 인터넷에도 있으니 직접 읽어보실 분은 위 링크를 눌러보시고.
저는 저 글을 읽고나서 막스 앤 스펜서는 아니고 걍 스타벅스에서 하나 사다가 마시고 있는데 정말 맛있어용. ♡ 이 기쁨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이 한 몸 바쳐 국문으로도 졸역해보겠으니 알파벳만 봐도 헛구역질이 나시는 분들께서는 링크 따위 제끼고 다음 줄부터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미국인 한두 명이 나한테 영국사람들은 왜 그렇게 차를 좋아하는 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차라는 게 아주 훌륭한 음료 같지는 않다면서 말이다. 이해하시려면, 제대로 만드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

차를 만드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원칙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이거다-차의 맛을 제대로 내려면, 물이 찻잎에 닿을 때 끓(끓이 아니라) 물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냥 뜨겁기만 해서는 차맛이 떨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인들이 (찻주전자에 끓는 물이 닿을 때 너무 빨리 식지 않도록) 찻주전자 먼저 데우는 등의 기묘한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찻잔과 티백, 그리고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를 탁자로 가져오는 미국식 관습이 단지 엷고 파리하고 묽어서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아무도 마시고 싶어하지 않을 차를 만드는 완벽한 방법인 이유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훌륭한 차 한 잔을 마셔본 적조차 없기 때문에 영국인들이 차에 왜 그리 법석을 떠는지 그렇게 어리둥절해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그들이 이해를 못하는 이유이다. 사실, 진실을 말하자면 영국 사람들도 더 이상 차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기에, 많은 사람들이 불쌍하게도 그 대신 값싼 인스턴트 커피를 마셔서, 미국인들로 하여금 영국사람들이 단지 일반적으로 뜨거운 음료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거라는 인상을 품게 만든다.

그래서 영국에 오는 미국인이 있다면 내가 드릴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바로 이것이다. 막스 앤 스펜서에 가서 얼 그레이 차를 하나 사라. 묵는 곳으로 돌아가서 물 한 주전자를 끓여라. 물이 끓는 동안, 봉해진 포장을 뜯고 냄새를 들이마셔라. 주의하시라- 살짝 어찔할 수도 있을텐데, 사실 이것은 완벽하게 합법적이다. 물주전자가 끓었으면, 찻주전자에 약간 따라서 휘휘 돌리고 다시 따라내버려라. 티백 두 개(혹은, 찻주전자의 용량에 따라서 세 개)를 찻주전자 안에 넣어라. (만약 내가 진짜로 당신이 정도를 걷게 만들려고 했다면 티백이 아니라 찻잎을 쓰라고 했겠지만 초보 단계에서는 이 정도로 해두기로 하자.) 물주전자를 다시 끓게 만들고 나서, 끓고 있는 물을 최대한 빠르게 찻주전자 속으로 따라라. 그 상태로 이삼 분 정도 뒀다가, 잔에 따라라. 어떤 사람들은 얼 그레이는 우유랑 마시면 안되고, 레몬 한 쪽하고만 마셔야 된다고 할 것이다. 까고 있네. 난 우유랑 마시는 거 좋아한다. 우유랑 마시는 것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차를 잔에 따르기 전에 잔 바닥에 우유를 살짝 따라두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1 뜨거운 차가 들어있는 잔에 우유를 따르게 되면 우유가 데일 것이다. 레몬 한 쪽하고 마시는 걸 더 좋아할 것 같거들랑, 뭐, 레몬 한 쪽을 추가하시라.

마셔라. 잠시 후면 당신이 도착한 곳이 어쩌면 그렇게 이상하고 정신 나간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1 이것은 사회적으로 틀린 것이다. 차를 따르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법은 차부터 따르고 우유를 넣는 것이다. 사회적 올바름이란 역사적으로 이성이나 논리, 또는 물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사실, 일반적으로 영국에서는 뭘 좀 안다거나 뭔가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틀린 것으로 간주된다. 방문할 땐 이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상식

What are the rules you need to know if you are moving from one country to another? What are the things that are compulsory in one country and forbidden in another? Common sense won’t tell you. We have to tell each other.

– Douglas Adams, “Salmon of Doubt” 中 24쪽 ‘The Rules’ 마지막 문단.

주로 영-미를 오가며 자동차 운전 문화 차이로 인해 발생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얘기해주다가 마지막에 쓴 말. 읽으면서 모기불 통신에서 팁에 대해 쓴 글과 팁에 관해 오간 덧글들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저런 게 tell each other해야만 알 수 있는 상식이겠죠.

그건 그렇고 제가 재작년 가을에 동생과 이스탄불에 갔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도착 당일 트램에서 지갑을 쓰리 당하고는 1박2일을 눈물로 지새우고 나서, 그래 잃어버린 돈은 잃어버린 거고, 그래도 우리에겐 여권과 비행기표와 비상금이 있잖아. 도둑님 참 착하기도 하지. 이스탄불에서 여권 잃어버리면 한국 대사관은 앙카라에 있다던데! ㄷㄷㄷ 그래 이제부턴 돈 아낀답시고 궁상 떨지 말고 이스탄불의 참 맛을 느껴보는 거야! 하며 큰 맘 먹고 한 끼에 일인당 한국 돈으로 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별 맛 없더군요.

그건 그렇고 유치원 때부터 갈고닦은 암산 실력으로 재빠르게 계산을 해봤더니 대략 38.xx유로가 나왔습니다. (28이었는지 38이었는지 잘 기억 안남) 팁을 줘야 하나? 이 동네는 팁을 어떻게 줘야 하나? 주면 주고 말면 말라 그랬던가? 지갑도 잃어버렸는데 팁은 무슨 팁 맛도 없는 식당 에이 망해버려라…하고 벌떡 일어나 나오면서 계산을 하려고 가서 얼마니? 그랬더니 주인장이 40유로래. 아니 이것은 우수리는 자동으로 올려받는 풀 오토매틱 팁 시스템! 한국에서는 선진 요금체계의 얼리어답터, 심야 택시기사분들로부터나 느껴볼 수 있던 최첨단 인텔리전트 계산 방식을 여기에서도 보게 될 줄이야. 과연 형제의 나라 터키…

Common sense won’t tell you. We have to tell each o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