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 골드버그 기요틴 -3-

그날 저녁의 통계적 사형 집행 명령이 승인되었다.
그 즈음 어느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엄마 엄마. 달에는 누가 살고 있어?
-달에는 달토끼가 살고 있단다. 저기 토끼의 모습이 보이지?
-어디?
-저어기, 저기 기다란 게 토끼 귀고, 저기 동그란 게 토끼 눈, 저건 입…
-우와 진짜! 토끼다! 저 토끼는 뭘 먹고 살아?
-달에 사는 토끼는 유전자 변형된 거대 육식 토끼라서 사람을 먹고 산단다.
-사람? 달에 사람도 있어?
-저기 달의 테두리가 반짝이는 거 보이지? 저기에 나쁜 사람들이 살고 있단다.
-나쁜 사람들?
-응, 나쁜 사람들. 경찰 아저씨들이 잡은 나쁜 사람들은 전부 다 로케트에 태워서 달나라로 보내고 있어. 저 토끼는 그 사람들을 먹고 산단다.
-402동 살다가 잡혀갔다는 그 아저씨처럼?
-그래, 그 아저씨도 지금쯤 달에 가 있을 거야.
-달 토끼가 사람들을 막 산 채로 잡아먹어?
-아니, 달토끼는 큰 절구통을 가지고 있어. 죽은 사람을 그 절구통에 넣고 덩더쿵덩더쿵 방아를 찧는 거지.
-절구통이 뭔데?
-딱딱하고 큰 그릇 같은 거야. 토끼는 달에서 죽은 나쁜 사람에게서 우선 피부를 벗겨내고 눈알이나 간 같은 비싼 장기를 떼어내서 우리에게 보내주지.
-아 나도 알아! 그걸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식해주는 거지?
-학교에서 배웠나 보구나. 그래. 나쁜 사람 한 명이 죽으면 착한 사람 열 명이 더 오래 살 수가 있단다.
-그런 다음 절구통에 넣고 빻는 거야?
-아니아니, 그 다음엔 살코기를 발라내지. 그런 다음에야 나머지를 바싹 말려 큰 절구통에 넣고 빻아서 가루를 낸단다.
-덩더쿵하고?
-그래, 덩~더쿵 덩더쿵.
-토끼는 그렇게 빻은 가루를 먹는 거야?
-토끼는 그 가루를 주물럭주물럭 주물러서 조미료를 치고 색소를 발라 푸딩 같은 음식을 만든단다.
-에이, 뻥치시네. 어떻게 사람이 푸딩이 되냐?
-왜 말이 안돼? 너도 어제 푸딩 먹었잖아?
-그거랑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푸딩이 니가 됐는데, 너는 도로 푸딩이 못 될 거 같아?
-엥… 그런가?
-거봐.
-이상한데… 그럼 내가 어제 먹은 푸딩도 토끼가 만든 거야?
-아니, 니가 먹은 푸딩은 육지에서 만든 웰빙 푸딩이란다. 토끼가 만드는 푸딩은 달에 사는 나쁜 사람들에게나 먹이지.
-우웩. 맛없겠다.
-아냐, 맛은 있을 거야. 토끼가 음식 솜씨가 얼마나 좋은데. 대신 토끼는 그 음식에 독을 타.
-독? 먹으면 죽는 거?
-응. 토끼는 빻은 가루를 반죽해서 여러가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만, 그 음식에다가 먹으면 죽는 독을 잔뜩 집어넣는단다.
-그랬다가 달나라 사람들이 한번에 다 죽어버리면 어떡해?
-당연히 한꺼번에 다 죽지는 않을 만큼만 넣어.
-그럼 402동 아저씨도 언젠가 푸딩 먹고 죽어서 푸딩이 되겠네?
-그래그래, 우리 아들 똑똑하기도 하지.
-맛있겠다! 근데 나쁜 사람들이 음식을 다 먹고 나면, 토끼는 뭘 먹는 거야?
-정말? 그러고 보니까 토끼는 도대체 뭘 먹지?
-에이, 무슨 옛날 얘기가 그래?
-호호호
-하하하

달의 재활용 시설은 태양에너지로 가동되게 설계되었을 뿐, 나머지는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와 대충 비슷하게 돌아간다. 어쨌거나.
그렇게 음식이 다 만들어졌다.

루브 골드버그 기요틴 -2-

그렇게 음식이 다 만들어졌다.

음식 관련 설비 중 가장 나중에 도입된 자동 배식 장치가 규격화된 식판을 날라왔다. 예전에는 일일이 간수가 손수레를 밀고 다니면서 나눠주곤 했다. 당시엔 통계적 사형을 위해 치사율이 사전 조정된 음식과, 딱 정상수준으로만 위험한 일반 음식이 끼니마다 일정 비율에 따라 임의적으로 번갈아 나왔었다. 이는 과거 총살형을 할 때 사형수를 향해 총을 들고 사열한 병사들에게 일정 비율로 공포탄이 든 총을 지급하던 것과 비슷한 취지의 실무자 인권 보호 수단이었는데, 아무래도 밥은 총알과는 달리 한 번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기 전까지 하루 세 끼씩 꼬박꼬박 먹는 것이다 보니, 간수가 자신에게는 멀쩡한 음식(총살이라면 공포탄에 해당하는)이 할당되었으리라고 아무런 근거없이 믿으며 위안을 얻고 편안한 밤잠을 이룰 가능성이 며칠만 지나도 급격하게 떨어져버렸기에, 곧 배식도 기계 장치가 담당하게 되었다. 물론 사형수들을 제외한 달의 무인화, 완전 자동화라는 보다 큰 목표도 배식 장치 도입에 한 몫을 했다. 오늘날 사형수가 아니면서도 달에 상주하는 사람은 소장 뿐이다.

오늘의 메뉴는 토요일 저녁의 특식이었다. 신선한 스테이크, 아직도 따끈따끈한 빵, 걸쭉한 조개 스프. 스테이크는 원재료야 무엇이었든, 송아지 안심맛이었는데, 한 입 물자 베어나오는 육즙이 아주 훌륭했다. 이처럼 맛은 훌륭했지만 사실 겉이 살짝 탄 스테이크에는 기준치 이상의 발암물질이 들어있었고, 마찬가지로 빵에는 농약이, 조개 스프에는 중금속이 들어있었다. 모든 것이 사형수의 사망 가능성을 판결문에 명시된 수치만큼 정확하게 높이도록 세밀하게 조제된 음식이었다.

전에 돈까스에 된장국이 나왔을 적에 무심코 된장국을 들이켰다가 된통 당했던 기억이 있는 이 사형수는 음식을 먹기 전에 한 입씩 시식을 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배설물-음식물 순환 설비에 사소한 고장이 일어나는 바람에, 원료에 처리가 덜 되어 말 그대로 똥국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하긴 공기 필터 예산도 빠듯한데, 겨우 배설물 필터가 제때 교체될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상식을 깨고 요즘 들어 배설물 필터의 예산만큼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로 무심코 똥국을 들이켰던 소장의 열의 덕분이었다. 공기 필터는 개인용 산소마스크라는 저렴한 대안이 있었지만, 음식은 그런 대안도 딱히 없었다.

달 형무소가 지구상의 여느 시설과 다른 점은, 인간을 단지 살려만 두기 위해서도 온갖 보조 장치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공기 여과기의 필터 교체시기가 조금만 늦어져도 모든 수감자가 순식간에 몰살당할 수 있다. 사실 아주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예산상의 문제 때문에 예비 여과 설비 확충은 아직도 요원한 일이다. 어차피 이제나 저제나 곧 죽을 사람들을 보다 확실하게 살려두기 위한 설비를 만들 돈을 내놓으라고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스테이크와 빵과 조개 스프의 미각과 생명 양쪽에 대한 무시무시한 위협을 오늘도 무사히 넘긴 사형수는 디저트로 제공된 푸딩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모르고 있었지만, 건더기가 푸짐한 푸딩은 타르 함량이 높은 담배와 함께 형벌의 효과적인 보조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푸딩 속에 들어있는 건더기들은 매우 높은 치사율을 가지도록 세밀하게 조정된 크기와 질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귤처럼 생긴 건더기가 가장 위험했다. 방심하고 후루룩후루룩 달콤한 푸딩을 마시다시피 하던 사형수는, 먹으면서 동시에 코로 숨을 쉬던 미묘한 리듬이 오늘따라 잠시 살짝 어긋나는 바람에, 귤처럼 생긴 건더기가 그만 기도를 꽉 틀어막아버렸는데, 콜록콜록 고통스러운 기침을 한참 동안 해대다가, 그만 영영 고꾸라지고 말았다.

오늘 그렇게 또 한 명의 사형수가 죽었다.

루브 골드버그 기요틴 -1-

오늘 그렇게 또 한 명의 사형수가 죽었다.

오늘 죽은 사형수가 먹고 죽은 음식은 그가 지난 삼 년 동안 먹은 음식과 똑같았다. 여기서 똑같다는 것은 음식의 종류나 질, 양만 같은 것이 아니라, 아예 같은 원자라는 뜻이다. 달 형무소의 고효율 재활용 시설 덕분에 모든 하수도가 곧 상수도이고, 배설물은 다시 음식이 된다. 지상에서 이 정도의 고효율을 추구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달 왕복선보다 트럭이나 배가 싸게 먹히기 때문.

사형수가 지난 삼 년 동안 먹은 음식과 똑같은 음식을 먹고도 오늘에야 죽은 것은, 그저 그가 그 음식을 먹고 죽을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을 법학자들은 통계적 사형이라고 부른다. 일정량 섭취시 죽을 가능성이 일정 수치 이상인 음식만을 제공하다 보면, 언젠가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고 안 죽을 수도 있는데, 하여튼 그렇게 죽을 확률을 약간-약간이라고는 해도 비율로 따지면 정상 수치의 수백에서 수십만 배에 이른다- 높이는 것을 일종의 사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음식을 통한 통계적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들 중에는 비교적 높은 사망률의 음식만을 배식 받도록 선고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꽤 장수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이를 통계적 사형의 약점으로 지목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그것이야말로 통계형을 현대의 법제도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이유이다. 구시대의 법은 구체적이고 인위적인 개입을 통해 일상의 삶과 확연한 단절을 일으켰으나, 통계형은 법적 개입을 일상적 인과의 연속체 안으로 완전히 편입시켜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덕분에 이 곳 수감자들의 생활은 다른 사람들과 거의 같으나, 달이라는 지리적 위치만이 확실하게 다를 뿐이다.

세상에는 자신과 별 상관도 없으면서 극악무도한 사형수들조차 통계형으로도 죽이지 말자고 외쳐대는 한 줌도 안 되는 멍청이들이 있고, 두어 줄 짜리 범죄 가십 뉴스를 읽고 발끈했을 뿐 역시 자신과 별 상관도 없는 사형수가 당장의 구시대적 개입을 통해서라도 죽어버리기를 원하는 상당수의 미치광이들이 있으며, 역시 자신과 별 상관이 없기에 사형수 따위가 세상에 존재하는지 관심조차 없는 압도적 다수의 현명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따라서, 사형수들의 생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비슷한 상태의 식육용 가축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균형을 이룬다.

사실, 형무소의 수감자가 줄어들 때면 사형수의 시체는 신선한 냉장육의 형태로 가공되어 지상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재활용 촉진법에 따라 결과물에 차이가 없다면, 원료와는 상관없이 표기되는 제품명은 그저 “동물성 단백질 및 지방 혼합물”일 뿐이다. 하기야 이 고기의 원료를 사형수라고 적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 사형수의 원료는 그냥 평범한 음식물이었고, 그 음식물의 원료는 또 사실 배설물이었으니까. 유물론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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