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모의 선거를 실시하라

  1. 밑에 글을 쓰고 나서 내가 어쩌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역시 군대 시절 부대 근처 투표소로 끄들려 가서 투표를 하고, 일괄적으로 부재자 투표를 하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반성해보게 된 것이 그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_-;;; 내가 뭘 하는 것인 지 전혀 모르는 채로 무언가를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렇다고 중복표기 등으로 기권표를 찍는 기분도 매우 더럽더라. 그러니 별 수 있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수밖에. (-_-) (_-_) (-_-)
  2. 그렇다면, 투표를 의무화하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말했듯이 그건 또 싫다. 다 큰 어른들이 투표를 할지 말지는 뭐 자기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싫다는 사람까지 억지로 끌어올 일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슨 분단국가 국방의 의무도 아니고… 사실, 내 기본 입장과 일관적인 정답 결론은, 군대에서조차 부재자 투표를 일괄적으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사람은 할 수 있게끔 창구를 마련해주는 것일 테다.
  3. 1의 깨달음과 2 입장의 고수가 빚어내는 내적 모순이 나로 하여금 “중고등학생의 모의 선거”라는 일견 어이없는 발상에까지 이르게 하였으니… (덤으로, 난 중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대체 뭘 배웠나 하는 개인적인 안타까움도 해소된다.)
  4. 중고등학생들에게 사회/정치 수업의 일환으로 총선이나 대선, 아니면 지역의회 선거, 교육감 등등등을 뽑는 선거를 적당히 시킨다면 최고로 많아봤자 일년에 한번 꼴일 거다.
  5. 그렇다고 중고등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니까, 그 표까지 동시에 개표하여 실제 선거에 반영할 필요는 없다. 그냥 대충 학급별 학교별로 교사 지도하에 실시하면 됨. -_-; 이를 테면 교육적 차원에서 모의 선거를 시켜보자는 거지. 실제 선거와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도 없고, 좀 일찍 하거나 나중에 해도 되고 뭐. 전국적으로 집계해서 어른들도 함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할 거다.
  6. 수업 시간 몇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하여 특정 후보 찬조연설;;;이라던가 정책이나 후보에 대한 찬반 토론 따위를 시켜보는 것도 매우 교육적일 것이다.
  7. 이런 수업을 한 세대에 걸쳐서 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뭔가 바뀌어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음.
  8. 물론 이 “모의선거 수업”을 위한 홍보 문구는, “시사 면접 및 논술 대비”로 해야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거 얘기

  1. 높은 기권율을 성토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던데, 왠지 만약 기권자들이 투표만 했다면 다들 자기편이 되었을 것이라고 섣불리 가정하고들 있는 것 같다. ㅡ,.ㅡ 그건 그렇다 치고, 기권한 사람들은 “알아서들 하셔~”라는 확실한 의사 표현을 한 거라고 봄. 이걸 의무화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함. 하고 싶은 사람이 못하는 일이 없게끔 확실하게 보장만 해주면 됐지.
  2. 요즘 여론조사는 매우 정확해서, 조사해보고 차이가 충분히 크면 사실 선거 자체를 안 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_-; 하물며 개개인의 투표야 말할 것도 없지. 눈대중으로 봐도 저 쪽에 사람이 훨씬 많은데 줄다리기 줄을 어디 한번 힘껏 당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겠삼? 괜히 손만 까지지.
  3. 나도 어릴 때 기권한 적 있는데,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군대 갈 때까지 정치라고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다. (야당은 야한 당, 여당은 여자 당인 줄 알았음. ㄳ) 그런 애한테 기권하지 말라고 해봤자 뭔 의견이 있었겠수. 대충 1번이나 찍겠지. 현실이 배제된 초중고교교육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였다고 할 수 있겠음.
  4. 그때의 나처럼 정말 몰라서 “알아서들 하셔~”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초큼 부러운 건, 나라가 어찌 되든 정말로 아무 상관이 없어서 “알아서들 하셔~”하시는 분들이다. 이를 테면, 갑부. 뭐가 어떻게 되든 정말로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다. 운하를 파든말든 가진 땅 중에 운하 예정지 근처에도 땅이 있던가, 없던가? 건강보험 그까짓거 돈 많이 내면 그만이고. 진짜 최악의 경우에도 해외로 뜨면 되지 뭐. 선진국의 투표율이 낮아지는 데에는 이런 요인도 꽤 있지 않을까?
  5. 대체로 무해한, 몰라서 알아서들 하셔~ 하고 기권해버리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해로운 사람들은 뭐가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를 테면 옛날옛적 melona횽의 DNA 검증 낚시에 줄줄이 걸린 황빠 같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선거 때라고 어디 갔겠어? 한두 가지 키워드만 눈에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스위치가 켜지는 사람들이 무섭다.
  6. 세포 내 분자 단위로 인체에 작용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약물들은, 현실에 적용되기 전에, 인과관계에 대한 철저한 실험을 통해 검증되고 있다. 사람에게 인지되는 효과와 실제 효과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거든.그런데, 지방자치 단위나 국가 단위로 사회에 작용하는 법 제도를 만들 대리인을 뽑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선거는, 현재 어떤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정력이 불끈불끈!”, “뉴타운 유치하겠습니다!”, “기적의 항암치료제!”, “전재산을 기부하겠습니다!”
  7. 과연 이 배는 문경새재를 넘고야 말 것인가!
  8. 만약 친기업적 대통령께서 친히 법인에도 투표권을 하사하시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법인도 세금을 내니까 참정권이 있다는 논리로… ㅋ
  9.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까 3만원밖에 안 한다. 역시 삽은 손에 익은 걸 써야지. 처음 써보시는 분들께도 강추.

쓰려다 만 이야기

주인공은 여자. 남자A를 사랑하고 있지만, 끈질기게 구애하는 남자B를 물리치고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본 뒤에 남자C와 결혼함. 마지막 장면에서 “그래도 우리 그이가 삽으로 때리지는 않아요…”하며 베시시 웃는 장면으로 끝나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사랑과 회한의 감동적인 솦오페라…

근데 선거법에 걸릴까봐 귀찮아서 안 쓰련다. 메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