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독스

INSIGHT & PASSION : 닌텐도 – 기계학습으로 이렇게 장사 잘한 회사가 또 있었나?

위에 링크한 글을 읽어 보면 필기체 인식과 음성 인식을 게임에 활용해서 히트친 것을 보고 감탄하셨는데요. 1) 상당히 정확하지만 그래도 사람보다는 떨어지는 정확도를 게임에 재미있게 응용한 것, 2) 입력 예상 영역을 줄인 데서 오는 꼼수에 대해서 쓰셨습니다.

재미있게 읽다가 떠오른 생각을 간단히 추가해두고 싶어서 트랙백 보냅니다.

저는 두뇌트레이닝은 한 동안 아주 즐겁게 하다가, 현재 별 40개까지 모으고는 자꾸 떨어져 죽는 바람에 진전이 되지 않아 미치고 팔짝 뛰고 있는 마리오64 덕분에 잠시 봉인 상태이며, 닌텐독스는 아직 제꺼 살 돈이 엄써서 애인님께 사준 강아지를 침 흘리면서 구경만 잠깐 해봤습니다.

애인님께서 닌텐독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글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무슨 생각이 떠올랐느냐면, 이거이거, 사람보다 떨어지는 인식 성공률을 사람 말귀 잘 못알아듣는 강아지의 개성으로 승화시킨 게임이로구나!!

사실 다양한 입력 방식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꽤한 것은 대단한 기발함이지만, 입력 예상 범위를 최대한 좁혀서 때려맞추는 꼼수 같은 건 조금이라도 잘 만들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닌텐독스가 따블로 기발한 점은 바로 모든 공돌이들의 꿈인 인식 성공률 향상의 꿈-메치니코프를 훼까닥 뒤집어서 그 자체를 게임성의 일부로 녹여버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알아는 듣지만, 사람 만큼 잘 알아듣지는 못하는, 이 난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간에 강아지를 데려다 앉힌 겁니다. 못 알아들었을 때 다시 말해줄 명분이 섭니다. 사람인 척하는 인터페이스–주로 엘리트 비서의 외양을 한–를 가진 시스템의 경우 “다시 한번 말씀해주십시오”하는 기계음은 사람을 짜증나게 만들곤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강아지가 출동한다면 어떨까요?
강!
아!
지!

사용자는 못 알아듣는 말을 몇 번이고 다시 말해줍니다. 심지어 그 유명한 아기말로 반복해줍니다. 발음은 또박또박, 억양은 분명하게, 심지어 과장되게. 알아들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그러다 알아들으면 알아들었다고 귀엽다면서 기뻐하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되도 않는 똑똑한 비서 인터페이스를 당장 때려치우고 비서놀이 하는 딸내미♡나, 별명이 사오정인 수줍수줍 실수투성이 신입사원 비서, 신문 물어오는 강아지 캐릭터 등등으로 바꿔버리는 겁니다. 그 동안 우리는 엘리트 비서도 아닌 것이 엘리트 비서인 척했기 때문에 짜증이 났던 것입니다. ㅠ_ㅠ

며칠 전 지나가다가 draco님께서

인간의 눈이라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토이스토리라던가, 니모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귀여우면 자연스럽게 느낀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 처럼,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가 살짝 어설픈 캐릭터를 보면 그 어색함이 너무 눈에 띄어 버리고 심지어 징그럽기 까지 하게 된다.

라고 쓰신 걸 읽었었는데 패턴 인식에 있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도 아닌 것이 굳이 사람인 척을 하느라 사람 속터지게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비단 영상 예술만이 아니라 패턴 인식 알고리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도 통한다는..

근데 뭐 써놓고 나니 남들 다 아는 얘기인 것 같아서 민망합니다. ㅈㅅ.

닌텐독스”에 대한 2개의 생각

  1. 꺅 마리오64를 영어로 하는 중인데, 한글화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곧 출시될 듯합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덧/ 네, 진짜 재미있게 갖고 놀으라고 최선을 다해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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