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의 승리

이것도 전에 쓰다 말았던 건데, 살짝 정리해서 신년맞이 대방출..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 나이키 플러스와 아이팟 센서

처음에 나이키 플러스라는 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팟에 무슨 gps라도 장착하는 줄 알았습니다. 만보계더군요. -_-;

기술적으로는 그저 만보계 모듈을 꼽은 아이팟을 허리에 차고 달리면 될 것 같습니다..만 희대의 장사꾼인 애플과 나이키가 만났습니다. 그렇게 쉽게 만들어줄 리가 없지요. 그들은 무로부터 수요를 창출해내는, 봉이 김선달의 후예들입니다.

우선, 전용 신발이 있어야 합니다. 전용 신발을 쓴다는 건 만보계를 신발에 달아야 한다는 걸 뜻하죠. 바지에다 달 수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신발 쪽이 이윤이 쎈 듯. 이윤만 쎈 게 아니라- 써드파티나 자작 아이템을 통한 타사 제품과의 호환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죠. 벌써 아무 신발에나 나이키 플러스 송신부를 매달 수 있게 해주는 주머니를 만들어 나름 고가에(…) 파는 사람이 나온 마당에, 그냥 허리춤에 매달게 만들었다면 누가 나이키 플러스 전용 팬티/반바지/긴바지 따위를 사겠어요?

또한 만보계를 신발에다 단다는 것은, 아이팟을 발에 달고 뛴다는 것을 뜻..할 리가 없으니, 만보계 모듈을 무선화해서 송신부와 수신부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수신부야 아이팟 배터리에 기생한다 치더라도 송신부는 전원 문제가 남겠죠. 빙고! 배터리를 써야 합니다.

애플이 송신부 배터리를 충전식으로 만들었을까요? 아닙니다.
약이 다 되면, 시중에서 맞는 배터리를 사서 갈아 끼우면 될까요? 아닙니다.
애플 서비스 센터에 가져가면 실비로 갈아줄까요? 아닙니다.
정답: 버리고 새로 사야합니다. -_-;
저 같은 거지 깽깽이들이 일이 년 뒤 주사기로 찌질찌질 잉크 리필하듯 송신부 뽀개서 배터리 리필하는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합니다.

송신부만 새로 사면 될까요? ㄴㄴ 송신부와 수신부는 천생연분입니다. 한 박스에서 나온 송수신부끼리만 서로 통신을 할 수가 있어요. 그래야 나이키 플러스를 쓰는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뛸 수가 있지요! 나이스 핑계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송신부만 따로 팔지는 않습니다.

또한! 수신부인 아이팟은? 팔에 감아야 합니다. 수신부를 장착해서 살짝 튀어나온 모양의 아이팟은 원래 쓰던 암밴드에는 맞지도 않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전용 암밴드를 사야 합니다. ㄳ.

이게 다가 아닙니다!
팔뚝에 달린 아이팟은 조작이 불편해요! 그래서 나왔습니다! 손목시계형 무선 컨트롤러!

이 모든 상술에도 불구하고, 일단 신발은 멋집니다. 어릴 때 실내화에 매직으로 나이키 그리던 중학생은 아니었지만, 저 역시 “내 나이키”에 대한 소시적 로망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답니다. -_-; 그래서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애인님께 졸랐습니다. ㅋㅋㅋ

저는 런닝머신을 싫어해요. 꼭 다람쥐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무작정 바깥을 뛰면? 얼마나 오래 뛰었는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멀리 뛰었는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빨리 뛰었는지도 모르겠으니, 걍 대충 뛰다 걷다 에헤라 운동을 하긴 했구나~ 하고 혼자 만족하게 되는 낙천적인 성격의 저로서는, 아이팟에 표시되는 느려터진 속도 표시가 얼마나 야속한지 모릅니다. 게다가 신발값, 만보계값 아까우니까 뛰게 되는 뭐 그런.. -_-; 하기야 요즘엔 추워서 안 뛰고. 한 세 번이나 뛰었나. -_-;

최고 불만인 점은- 주행기록 공개 rss 피드 같은 걸 제공했으면 좋겠고, 블로그용 위젯을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것. 야후 위젯 그딴 거 말고. -_-;

상술의 승리”에 대한 5개의 생각

  1. 핑백: GPS » 상술의 승리

  2. 나이키플러스의 주요한 요소 중에 하나는…
    웹사이트를 통해서 여러 사람이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네.
    peer feedback이 가능한 것이지.

    근데 상술의 ‘승리’라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의 승리인지 모르겠네.
    사실 제품으로 보면 별로 그렇게 히트한 게 아니라서.

    뭐 어짜피 아이팟 나노를 가진 사람중에
    또 나이키 신발을 원하는 일부에게서
    몇만원씩 삥 뜯었다는 식의 해석으로는 승리가 맞는데.

    뭐.. 원래 나이키가 신발 팔아서 손해 볼 확률은 0%인데…
    적자는 아니고 흑자다라는 식으로
    나이키의 승리를 인정해주고 싶지는 않구료.

    김선달은 립서비스 하느라 수고한 인건비를 제외하고 생각하면,
    매출의 100%가 순이익라네.
    감히 김선달의 영업력을 나이키에….

    음… 서로 행간의 의미가 와닿지 않는 구만.

    좀 정리를 해보면 그러니까… 상술은 상술 맞는데.
    “배터리 교환안됨” -> “새로 사야됨” -> “와 상술 짱”
    이게 아니라…

    나이키도 이 시장이 모 대박 시장이 아니랑 걸 알고 있고,
    자네말대로 1~2년 후에 배터리가 떨어지면,
    쓰던 사람들도 이걸 또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갈등할 걸세.
    길어야 3년후면 아웃오브패션이 될 걸 나이키는 누구보다 잘 알걸세.
    매장에 찾아가서 이런 거 있어요? 하면
    이상한 놈으로 쳐다볼 수도 있을 걸세.

    그러니 그냥 아싸리 ‘한 놈만 걸려라’하고
    손목시계형 컨트롤러를 만들어 버리는 상술일세.

    쓰고보니 그 말이 그말인가.

  3. 승리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굴복하고 삥을 뜯기고 만 나 자신에 대한 승리라우. -_-;

    한 마리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peer feedback 같은 거 필요없다우. 오히려 블로그에 공개해놓고 남 부끄럽게 만드는 게 더 쓸모가 있을 거고… 그런 게 곧 출시되기를 기대했는데, 여전히 안 나오는 걸 보니 만들 생각이 없는 건가 싶어서 좌절 중. OTL

  4. 한 박스에 들어있는 송수신부만 연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배터리 소진 후 송신부만 따로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상술이야 인정할 수 있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 관점도 있음을 말하고 싶네요.
    구매를 한다는 것은 그러한 상황을 모두 받아들여도 구매를 할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기업의 입장에서 목표로 한 구매력을 해치지 않는다면 그 내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단순 만보계와 같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바지 등에 착용하는 것과, 달릴 때 체중의 상하전후의 패턴이 가장 잘 반영되는 부위는 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지에 착용한다면, 바지가 얇아서 펄럭거린다면, 가볍게 뛰어도 쉽게 흔들릴 것이고, 바지가 두꺼운 경우는 덜 흔들리겠지요.
    똑같이 뛰었는데 바지 얇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부정확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예를 적어봤습니다. ㅎㅎ

    저는 얼마 전에 아이팟 나노용 나이키 플러스를 구입한 사람입니다.

  5. p/ “Q. NIke+제품을 가진 친구와 함께 뛰면 데이터 측정에 문제가 발생하나요? A. 문제되지 않습니다. 각각의 센서는 고유한 ID를 가지고 있어 하나의 수신기와만 연동됩니다.”

    이 글을 쓸 당시 위와 같은 faq를 보고 제가 오해를 했나 봅니다. 새로 산 센서만 가지고도 다시 싱크시킬 수가 있나 보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따로 파는 걸 본 적은 없는데, 나이키 매장 가면 따로 파나요? 얼마쯤 할런지;;;

    제가 알기로 나이키 플러스의 센서는 상하전후의 움직임까지 반영하지는 않고, 그냥 발딛는 것만 반영합니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딛는 시간 간격 같은 걸 계산에 반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센서 자체는 그냥 만보계와 똑같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허리춤에 차는 만보계보다 좀 더 정확할 수는 있겠지요. 허나 그런 정확성 향상이, 전용신발 구매라는 단점을 감수할 정도로, 소비자에게 큰 의미가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이렇게 썼지만, 저도 갖고 있습니다. 퍼덕퍼덕. ㅋㅋㅋ
    저 상술 좋아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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